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4월 1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책 방안’을 검토한 결과, 이번 대책이 사교육 유발의 구조적 원인을 정조준하기보다는 이를 외면한 채 기존 정책을 반복, 나열하는 수준에 머문 점에 아쉬움을 표합니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에서 ‘학교급별 사교육 유발 원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교육 문제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현재의 사교육 수요는 초·중·고 학교급별로 분절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입시 경쟁이라는 거대한 압력이 위에서 아래로 전이되는 구조 속에서 세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것이기에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과거 정부에서 반복적으로 추진되었으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거나 한계가 명확했던 정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사교육 경감이라는 정책 목적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초등 방과후 확대, 정규수업 혁신과 결합되어야 실효성 확보
교육부는 초등 방과후 프로그램 확대와 예체능 지원 강화를 핵심 대책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방과후학교 확대 정책은 이미 2010년대 초반 대대적으로 추진되었음에도, 최저가 입찰 중심 구조에서 비롯되는 낮은 만족도와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획일적 프로그램 등 질적 측면에서의 신뢰 부족, 지역 간 교육 인프라 격차 등의 문제로 인해 사교육을 실질적으로 대체하지 못한 정책입니다.
무엇보다 방과후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교육 본연의 정규수업의 내실화를 통한 사교육 경감책입니다. 현재 초등 저학년에서조차 교과 사교육 참여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초 문해력과 수해력에 대한 체계적 지도와 학생 수준별 맞춤 지도 및 학습 결손을 조기에 보완하는 체계가 공교육 내에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기반 없이 방과후 프로그램만 확대될 경우, 보충·심화학습을 위한 사교육으로 이탈은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방과후 이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량 목표 역시 사교육 경감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습니다. 3시까지 방과후 참여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7~9시간 사교육 이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 속에서, 바우처를 통해 절감된 비용은 오히려 추가 사교육 소비를 유도하는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 ‘수직척도점수’ 도입은 의미 있으나, 진단에만 그쳐서는 오히려 불안 확대
기초학력 진단을 위해 ‘수직척도점수’를 도입하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이는 학부모들이 느끼는 ‘우리 아이가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초중학교 단계에서 알기 어렵다’는 불안을 일정 부분 완화하며, 학습 결손의 누적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다만 이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진단 이후의 ‘처방’ 체계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학습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지에 대한 결과적 성적 정보 제공만을 넘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학습 요소가 부족한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학교교육에서는 보완 지도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지도 방안과, △가정에서는 어떻게 돕고 협력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안내 없이 결과만 제공된다면, 이는 오히려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하여 사교육 의존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초1~중3까지 축적되는 학습 데이터를 교사들이 실제 수업과 지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가이드 역시 보완이 필요합니다.
■ 기초학력 ‘전문교원’ 정책, 방향은 타당하나 확대와 체계화가 관건
초등 중심으로 기초학력 ‘전문교원’을 배치하겠다는 정책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조치입니다. 특히 보직 방식이 아닌 전문교원 체제를 명문화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교원 배치의 규모와 구체적 양성 체계를 어떻게 갖출 것인지가 불분명합니다. 또한 기초학력은 초등에서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중학교 단계까지 연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기에 초등에만 그치기보다 중학교까지 단계적 확대 방안이 갖춰져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단기 보충이 아닌 전문 교사가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여타의 행정업무와 분리된 독립적 운영 및 개별 학생 중심의 집중 지도 체계를 마련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 사교육 관리 정책, ‘과속교육 규제’까지 나아가야
사교육 관리 체계 정비와 관련해 과징금 및 과태료 강화는 필요하지만, 이는 핵심 대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현재 사교육 상품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속진 선행 상품입니다. 초등학생에게 고등학교 수준 내용을 가르치는 이른바 ‘초등 의대반’ 상품이 전국적으로 만연한 상황은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의 운영을 어렵게 할 만치 이미 위험수위이며, 과도한 가계부담과 조기 사교육 불안을 촉발시키는 기제입니다.
국회에는 학교급을 초과하는 교습을 제한하는 학원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되어 있으며, 교육부는 ‘입법 취지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입장을 표명한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교육부는 해당 법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입법화를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진로·진학 지원 정책, 구조 개혁과 함께 가야 효과
AI 기반 진학 상담, 공공 학습 콘텐츠 확대, 자기주도학습센터 설치 등은 사교육 수요의 일부를 공공으로 이전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겠으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근본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현재와 같은 과도한 대입 경쟁 구조, 미세한 점수 차로 등급과 합격 당락이 결정되는 평가 방식, 서열화된 대학/고교 체제 등의 구조적 요인이 유지되는 한, 사교육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종합 평가 및 제언
이번 방안은 전체적으로 과거 정책의 반복을 벗어나지 못한 미시적 대응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교육 문제는 단순한 서비스 공급 확대나 정보 제공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입시 경쟁 구조와 교육체제 전반의 문제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이기에 단편적·학교급별 대응을 넘어선 통합적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번 대책을 필두로 앞으로 과도한 선행학습 규제 입법 추진, 기초학력 책임 교육의 실질적 강화, 정규수업 중심의 공교육 신뢰 회복, 대학/고교 서열 해소 및 대입제도 및 평가체제 개편 등을 포함한 종합적 대책 마련의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조속한 시일 내에 실질적 사교육 경감의 변화를 만드는 데 핵심이 되는 정책을 사회적으로 발표할 것입니다.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민생 핵심 과제로 인식할 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책 제안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 교육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책 방안’에 대한 논평 (2026.04.01.)
사교육 유발 구조를 겨냥한 근본 대책 없이는 사교육 경감 요원해...
■ 초등 방과후 확대, 정규수업 혁신과 결합되어야 실효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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