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육][영유아 적기교육보장 연속보도⑯]'유치원생도 공부에 지쳐간다'... 필요한 건 저마다의 속도로 자랄 시간 (+상세내용)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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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도 공부에 지쳐간다'... 필요한 건 저마다의 속도로 자랄 시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교육포럼>은 조기 사교육 광풍 속에 대한민국 아이들의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해 베이비뉴스에 26인의 릴레이 기고 '아이들의 시간을 지켜주세요'를 시작하였고, 이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보도 형식으로 배포합니다. 

 

4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만 5세가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실이 텅 비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영유아 교육의 현실입니다. 조기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발달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놀이와 탐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습니다. 영유아 교육 현장의 교사, 연구자, 부모, 정책 전문가 26인은 조기 사교육이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교육 현실을 짚고, 국가와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조기가 아닌 ‘적기교육’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제안합니다.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제때 자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필자: 홍기묵(동은심리상담교육센터 소장)

최근 유명 영유아 대상 영어·수학 학원 입학을 위한 레벨테스트 준비 경쟁이 과열되면서, ‘4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습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현상이 보도되었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교육부는 유아의 발달권과 놀이권을 보장해야 하며, 유아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해서는 놀이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2026년 10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학원법에서는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를 금지하고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해, 유아에 대한 과도한 학습을 막도록 하였다.

 

부모의 높은 교육열과 과도한 학습에 대한 관심은 비단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7세 유아의 경우, 선행학습과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학습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영어교육에 있어서도 단순 학습을 넘어 영어와 발레, 뮤지컬, 동화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언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유아의 공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매일 학습지를 숙제로 제시하며, 쓰기를 반복시켜 글자를 빨리 습득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유아기에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는 물론 상황 이해와 추론, 적절한 행동 방식 등 언어 영역의 기초 능력을 형성하는 데 매우 제한적인 접근이다. 나아가 이러한 학습 방식은 유아기 발달 특성상 중요한 주도성과 자기 확신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  매일매일 공부전쟁지친 아이 한숨짓는 부모

 

아이가 벌써부터 공부하기를 싫어해요학교도 가기 전에 이러면 어떻게 하죠?

아이가 오늘 학원테스트에 떨어졌는데 공부는 재주가 없는 것 같아요뭘 시켜야 하나요?

공부시간만 되면 아이가 아프다고 했는데 블록놀이는 한시간씩 집중해서 놀아요.

매일 매일 아이와 숙제 때문에 전쟁입니다공부 가르치다 아이와 손절하겠어요.

 

이러한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은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주고 부모자녀관계 자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반복되는 갈등속에서 아이는 심리적인 부담을 가진다.

 

그 결과 유아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신체화 증상, 안절부절못하는 행동, 공격적, 반항적인 행동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아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지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늘 결핍된 상태로 성장하여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행동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학습 결과는 현재 부모역할의 성적표

 

부모가 학습에 과몰입하며 선행학습과 영어교육에 몰두하는 현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부모 세대가 경험한 내용과 그들이 인식하는 사회적 역할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면 부모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 양육에 필요한 내용을 보완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 부모들은 대체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출생한 세대이다. 이들은 의무교육으로 학교 교육이 안착된 시기에 교육을 받았고 입시를 경험하고 성적을 기준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진출을 하여 생활에 기반을 마련한 세대이다. 또한 IMF같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직업의 안정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경험하였다. 그들은 학력을 통해 직업을 얻고 안정된 사회경제적인 생활이 중요성을 직접 경험한 세대이다. 물론 사회적인 변화를 이용하여 학력과 무관하게 경제적, 사회적인 성공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학교를 통해 사회 진출이 다수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기에 학업성취에 대한 신화는 매우 단단해졌다.

 

한상민(2025)의 사교육 의존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고찰 및 함의에 대한 연구에서 부모의 경쟁과 압력과 불안이 높아질수록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자녀의 학업성취에 대해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자녀학업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단순한 극성이라기보다는 부모가 경험한 입시와 취업과 사회경제적인 지위획득에 대한 경험의 산물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구조적 요인(경쟁압력)과 가구의 자원이 상호 결합하여 교육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에 놓여있는 것이다.

 

■  놀이할 권리성장의 시간 학업 성취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

 

왜 국가가 법령으로 유아의 과도한 학습을 제한하고 있을까? 부모들은 자녀교육, 교육에 대한 기대와 사교육에 대한 비용 지불, 학력과 안정된 직업 등은 오로지 아이들의 다양한 능력 중에서 학업적인 유능성(높은 성취를 이루는 것)이라는 단일잣대로 자녀를 규정하는 것이다. 한 가지 관점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부모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가? 우리 스스로 자문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생명이 연장되고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발달은 자기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고 발달의 적기에 적절한 경험과 놀이를 하면서 발달한다. 유아는 발달시기에 맞는 양육과 경험으로 내면의 성장과 외적인 적절한 태도를 배워가며 성숙해진다. 

 

유아는 자발적인 놀이로, 몸으로 경험을 축적하고 생활경험을 통해 행동과 정서를 경험하며 이를 통해 조절하는 능력을 키운다. 유아는 역할놀이를 하면서 사회성발달, 신체놀이를 통해 자기조절력과 미술활동을 통해 계획능력을 발달시킨다. 즉 놀이는 생생한 경험이고 놀이는 모든 발달적 경험을 이루는 통로이다.

 

■  유아에게 놀이는 발달 그 자체놀이는 부모에게 보호해야 할 대상

 

영유아기에는 감각적인 경험과 놀이주도성을 가지고 원하는 방식대로 놀이하거나 다른 놀이로 변형하기, 확장하기를 통해 다양한 방식을 스스로 시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아는 주도성을 가지고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 확신을 가지며 도전하고, 성취하고 좌절하고 회복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에너지이고 자연스러운 활동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아이들의 놀이는 권리이고 부모는 자녀의 놀이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아이들은 특히 유아기에 직접 경험을 통해서 얻은 산물은 발달이 되고 발달은 다른 도전의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과정이 초등학교 시기에 학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만약 아이를 양육하는 보람이 먼저 한글을 읽고 구구단을 외우는 능력이라면, 이는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나치게 좁은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아닌가? 인간의 특성은 인지적 능력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아는 정서조절력, 관계 맺는 능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 이 모든 것이 유아 내면에 응축되어 있고, 놀이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하나씩 무르익어 간다. 그러므로 양육의 진짜 보람은 ‘얼마나 빨리 아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스스로 경험 하는가’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  놀이와 발달 권리를 지키는 네 가지 실천 전략

 

첫째, 유아의 성장을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은 신뢰감과 안전함(safety)을 유지해주는 것이다. 안전함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다. 하나는 제도적 안전장치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가 매일 만나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정서적 안전감이다. 2026년 3월 학원법 개정안(4~7세 유아 대상 학원 레벨테스트 금지법)이 통과되고 교육부의 세부 규제안이 발표되어, 2026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일련의 과정은 유아의 환경을 제도적으로 안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가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믿음,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다는 감각은 결국 부모와의 일상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둘째, 부모의 욕구와 현장의 교육활동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놀이를 적극 활용하자. 이를 위해서는 교사와 부모의 관점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즉, “조기교육을 금지해야 한다”거나 부모의 과열된 양상을 비난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그 이면에 있는 부모의 욕구를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다. 부모의 욕구를 ‘자녀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그 성장을 이루는 다양한 방식을 실천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놀이중심 교육을 지원하고, 유아 개별 특성을 반영한 교육활동과 부모연계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통이 핵심이며 가정에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이나 안내를 통해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학습지 대신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하루 10분이라도 함께 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셋째, 부모에게 유아 교육과정을 충분히 알려 교육기관의 전문성을 확립해야 한다. 영어유치원은 학원이며 유치원·어린이집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이 점을 명확히 고지하고 영어학원의 수업 시수와 시간을 제한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의 활동이 충분히 보장되고, 그 외의 활동은 필요에 따른 선택적 참여로 제공되어 유아의 놀이권과 발달권을 보호하면서도 개인의 선택 기회를 함께 지킬 수 있다.

 

넷째, 교육은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부모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모의 심리적 압박과 불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고용안정과 가정생활이 양립 가능한 정책 마련, 보육과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발달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제공하기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유아를 양육하는 기간 동안 근로시간과 양육활동을 보호하는 정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마련될 때 부모는 조급한 경쟁보다 아이의 발달을 신뢰할 수 있고,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유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충분한 놀이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속도로 탄탄하게 성장하는 시간이다. 유아기의 놀이는 공부를 대신하는 시간이 아니라, 평생 배움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준비 과정이다.

2026. 07. 31.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 문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천은아 책임연구원(02-797-4044내선번호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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