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유형별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 분석보도(2023.12.5) |
자사고 절반 가량은 진로선택과목 개설 일반고에 못 미쳐... |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사교육걱정’)은 전국·광역 단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33개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되었던 일반고 141개 간의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을 분석하였음. ▲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라 학생의 과목선택권이 확대됨. 기존에 교육과정 다양화의 취지로 설립된 자사고와 일반고 간 진로선택과목 편성 현황을 비교해봄으로써 자사고의 교육과정 다양화 운영 실태 및 고교학점제의 실효성을 점검하고자 함. ▲ 분석 결과, 진로선택과목 개수의 중앙값은 자사고 37개, 일반고 35개로 학교 유형에 따른 큰 차이가 없었음. 특히 일반고 진로선택과목 개수의 중앙값에도 못 미치는 자사고가 무려 45.5%(15개교)에 달했음. 이는 고교교육 다양화를 위해 설립된 자사고의 취지가 실효성 있게 달성되지 못했음을 방증함. ▲ 이에 비해 일반고의 경우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자사고에 못지 않은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시·도별로 59개~532개에 달하는 다양한 공동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음. 이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이후, 굳이 별도의 고교 유형을 두지 않더라도 일반고에서 충분히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함. ▲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2025년 3월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예고했으나, 지난 10월 13일 이를 번복하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와 학생 선발권 유지를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함. ▲ 이에 사교육걱정은 △고교교육 다양화를 명목으로 설립된 자사고 등의 학교유형을 존치하는 시행령 개정 개정 철회, △시행령 차원의 정책을 넘어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교 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법 제정, △학생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한 공동교육과정 인프라 확대를 강력히 촉구함. |
2025학년도부터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을 확대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도록 해 책임교육을 강화하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됩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전국의 어느 고교에서나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현재의 교육과정(2015개정교육과정)은 물론이고 2025학년도부터 고교에 적용되는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의 핵심 중 하나인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과목 선택’을 확대하기 위해 교과 체계 내에 ‘진로선택과목’을 두고 있습니다. |
[그림1] 2015 개정교육과정 고등학교 교과 체계 |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2018학년도부터는 연구/선도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연구/준비학교로 명칭이 바뀌었고 전국의 모든 일반고가 준비학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운영중인 고교학점제 연구/준비학교의 ‘진로선택과목’ 운영 현황을 살피는 것은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제대로 학교 현장에 구현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위 학교에서 편성하는 진로선택과목의 양 자체가 교육과정의 질을 전적으로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서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반영하고 고려하는지를 가늠하는 잣대로써 진로선택과목 편성 현황을 살피는 것은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모든 고교의 다양한 교육과정 개설 및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 확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충분한 의미를 갖습니다. |
연구학교: 학점제 운영을 위한 우수 모델을 발굴하고, 제도 개선 및 소요 인프라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 요청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지정하는 학교 선도학교(준비학교): 시·도교육청 및 학교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역별 다양한 운영 모델을 발굴·확산하는 데 목적이 있어 시·도교육청이 학교의 자체 계획을 평가하여 지정·운영하는 학교
*출처: 고교학점제 홈페이지 |
한편으로는 자사고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진로와 적성에 특화되거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목적으로 자사고라는 고교유형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어 일반고에서도 교육과정 다양화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굳이 자사고 등과 같은 별도의 고교 유형을 존치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바탕으로 이미 수년 간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시도해본 자사고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일반고 간의 교육과정 편성 현황을 비교해본다면, △자사고의 교육과정 다양화 운영 실태가 어떠한지, △일반고에서도 자사고만큼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지 알아볼 수 있음은 물론, △자사고와 같은 별도의 고교 유형을 존치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자사고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된 일반고 간의 진로선택과목 개수를 비교하여 그 편차를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성과 발표(2020.1.13.)’에 고시된 1차(’18~’20), 2차(’19~’21), 3차(’20~’22) 연구학교 지정 목록과 고교학점제 홈페이지에 고시된 2023년 연구학교 운영 목록을 참고하여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구학교로 운영된 138개의 일반고를 조사하였습니다. 진로선택과목 개수는 학교 알리미의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평가에 관한 사항’에 공시된 각 학교별 교육과정 편성표를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분석 시 학교 알리미에 학교 교육과정을 게시하지 않은 3개 학교(김해여고, 국원고, 위례한빛고)은 제외하였고, 전국의 33개 자사고(전국 단위 10개+광역 단위 23개)을 더하여 총 171개의 학교를 조사하였습니다. |
[표1] 조사한 일반고(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자사고 목록 |
또한 학교 유형별 진로선택과목 편성 개수를 비교할 때에는 중앙값을 산출하여 편차를 분석했습니다. 이는 대푯값을 산출할 때 자료의 값 가운데 매우 크거나 작은 값, 즉 극단적인 값이 있는 경우, 통상 평균보다 중앙값(자료를 크기 순으로 나열하였을 때 가운데 위치하는 값)이 자료 전체의 특징을 더 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림2] 일반고-자사고 간 진로선택과목 개수 분포 비교 |
분석 결과, 진로선택과목 개수의 중앙값은 자사고 37개, 일반고 35개로 자사고와 일반고 간 단 두 과목 밖에 차이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33개 자사고 중 절반에 가까운 15개 학교(45.5%)는 진로선택과목 개수가 일반고 중앙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
[표2] 일반고-자사고 간 진로선택과목 개수 비교 결과 |
[그림3] 일반고-자사고 간 진로선택과목 개수 차이 |
[표3]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일반고의 진로선택과목 개수 |
[표4] 자사고(전국단위, 광역단위)의 진로선택과목 개수 |
교육부는 교육과정 다양화를 명목으로 자사고를 설립하고 존치하였지만, 정작 일반고의 진로선택과목 개수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는 교육과정 다양화를 명목으로 내세운 자사고 존치 이유를 무색하게 합니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굳이 자사고 등과 같은 고교 유형을 별도로 두지 않더라도 단위 학교에서 교육과정 다양화를 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 소인수과목이나 교사 수급이 어려운 과목의 경우 단위 학교에서 수업 개설이 어려웠던 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교 간 교육과정 연계를 통한 공동교육과정 인프라가 탄탄하게 갖추어져 왔습니다. [표 5]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일반고의 경우에도 자사고에 못지 않은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시,도별로 59~532개에 달하는 공동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별도의 고교 유형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개별 학교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과목 선택권이 확보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
[표5] 시·도교육청별 공동교육과정 개설 강좌 개수 |
교육부가 ‘2022년도 고교학점제 일반고 우수 프로그램 자료집(2023)’에서 발표한 우수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사례 중 ‘개인 맞춤형 선택교육과정 편성운영’과 ‘학교 교육과정 다양화 특성화’의 우수 사례로 꼽힌 학교들의 진로선택과목 개수는 호산고 51개, 서강고 55개, 남목고 58개, 다사고 54개로 나타났습니다. 주문형 강좌나 학교 밖 교육과정을 운영한 광남고, 수업 유연화 주간에 교과 간 주제 중심 융합 프로젝트 활동을 운영한 호산고 등 학교별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우수사례들은 앞으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 후 자사고 등과 같이 별도의 고교 유형을 두지 않더라도 일반고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진로선택과목을 마련하고, 다채롭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방증합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도 학교 교육과정 다양화의 필요성과 방안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분권화를 바탕으로 한 학교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를 하겠다며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과정 및 프로젝트 활동 편성운영, 학교 자율적으로 지역 연계 선택과목 개발 활용, 교과 교육과정에 담당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 자율권 확대’할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
[그림4]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 |
이렇듯 고교학점제 이후 일반고에서도 다양한 교육과정이 편성되고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검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하였던 자사고 등의 고교 유형을 존치하기로 교육부가 입장을 번복한 것은 자가당착이며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10년 가량의 수직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고교학점제 시대를 맞아 새로이 수평적 고교체제 속에서 교육과정 다양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나아가 지속적인 고교서열화 문제를 근절하고 안정적인 고교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이미 2019년 11월,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성적·입시 중심의 학교운영 등 당초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초증학교·중학교 단계에서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이 과열되고, 학생들의 스트레스 유발’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2021년 2월,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학교를 유형화하고, 이들 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먼저 선발해 입시 위주 교육을 더 부추기는 서열화 교육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며, ‘2025년도에 모든 일반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자사고·외고 등에서 운영한 특별한 교육과정도 일반고에서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
[그림5] 고교 서열화 해소 및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2019)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2023) |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2019)’을 발표하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2025년 3월 일괄 일반고 전환을 예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13일,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고 학생 선발권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였습니다. 매번 정권에 따라 번복되는 교육정책의 혼란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고교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차원의 교육정책을 넘어 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교육부는 정책 취지에 따라 모든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자사고와 같은 수직 서열화된 체제를 종식하고, 일반고 체제에서 모든 학교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모색함으로써 고교교육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교육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철회를 거듭 촉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교서열화 해소는 물론이고 모든 고교에서 모든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불필요한 고교유형을 일반고로 통합하는 법 제정에 국회와 교육당국이 초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
2023. 12. 5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연구원 이현우(02-797-4044/내선번호 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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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유형별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 분석보도(2023.12.5)
자사고 절반 가량은 진로선택과목 개설 일반고에 못 미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사교육걱정’)은 전국·광역 단위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33개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되었던 일반고 141개 간의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을 분석하였음.
▲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라 학생의 과목선택권이 확대됨. 기존에 교육과정 다양화의 취지로 설립된 자사고와 일반고 간 진로선택과목 편성 현황을 비교해봄으로써 자사고의 교육과정 다양화 운영 실태 및 고교학점제의 실효성을 점검하고자 함.
▲ 분석 결과, 진로선택과목 개수의 중앙값은 자사고 37개, 일반고 35개로 학교 유형에 따른 큰 차이가 없었음. 특히 일반고 진로선택과목 개수의 중앙값에도 못 미치는 자사고가 무려 45.5%(15개교)에 달했음. 이는 고교교육 다양화를 위해 설립된 자사고의 취지가 실효성 있게 달성되지 못했음을 방증함.
▲ 이에 비해 일반고의 경우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자사고에 못지 않은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시·도별로 59개~532개에 달하는 다양한 공동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음. 이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이후, 굳이 별도의 고교 유형을 두지 않더라도 일반고에서 충분히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함.
▲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2025년 3월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예고했으나, 지난 10월 13일 이를 번복하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와 학생 선발권 유지를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함.
▲ 이에 사교육걱정은 △고교교육 다양화를 명목으로 설립된 자사고 등의 학교유형을 존치하는 시행령 개정 개정 철회, △시행령 차원의 정책을 넘어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교 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법 제정, △학생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한 공동교육과정 인프라 확대를 강력히 촉구함.
2025학년도부터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을 확대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도록 해 책임교육을 강화하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됩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전국의 어느 고교에서나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현재의 교육과정(2015개정교육과정)은 물론이고 2025학년도부터 고교에 적용되는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 도입의 핵심 중 하나인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과목 선택’을 확대하기 위해 교과 체계 내에 ‘진로선택과목’을 두고 있습니다.
[그림1] 2015 개정교육과정 고등학교 교과 체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2018학년도부터는 연구/선도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연구/준비학교로 명칭이 바뀌었고 전국의 모든 일반고가 준비학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운영중인 고교학점제 연구/준비학교의 ‘진로선택과목’ 운영 현황을 살피는 것은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제대로 학교 현장에 구현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위 학교에서 편성하는 진로선택과목의 양 자체가 교육과정의 질을 전적으로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서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반영하고 고려하는지를 가늠하는 잣대로써 진로선택과목 편성 현황을 살피는 것은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모든 고교의 다양한 교육과정 개설 및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 확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충분한 의미를 갖습니다.
연구학교: 학점제 운영을 위한 우수 모델을 발굴하고, 제도 개선 및 소요 인프라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 요청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지정하는 학교
선도학교(준비학교): 시·도교육청 및 학교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역별 다양한 운영 모델을 발굴·확산하는 데 목적이 있어 시·도교육청이 학교의 자체 계획을 평가하여 지정·운영하는 학교
*출처: 고교학점제 홈페이지
한편으로는 자사고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진로와 적성에 특화되거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목적으로 자사고라는 고교유형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어 일반고에서도 교육과정 다양화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굳이 자사고 등과 같은 별도의 고교 유형을 존치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바탕으로 이미 수년 간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시도해본 자사고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일반고 간의 교육과정 편성 현황을 비교해본다면, △자사고의 교육과정 다양화 운영 실태가 어떠한지, △일반고에서도 자사고만큼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할지 알아볼 수 있음은 물론, △자사고와 같은 별도의 고교 유형을 존치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자사고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된 일반고 간의 진로선택과목 개수를 비교하여 그 편차를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성과 발표(2020.1.13.)’에 고시된 1차(’18~’20), 2차(’19~’21), 3차(’20~’22) 연구학교 지정 목록과 고교학점제 홈페이지에 고시된 2023년 연구학교 운영 목록을 참고하여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구학교로 운영된 138개의 일반고를 조사하였습니다.
진로선택과목 개수는 학교 알리미의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평가에 관한 사항’에 공시된 각 학교별 교육과정 편성표를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분석 시 학교 알리미에 학교 교육과정을 게시하지 않은 3개 학교(김해여고, 국원고, 위례한빛고)은 제외하였고, 전국의 33개 자사고(전국 단위 10개+광역 단위 23개)을 더하여 총 171개의 학교를 조사하였습니다.
[표1] 조사한 일반고(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자사고 목록
또한 학교 유형별 진로선택과목 편성 개수를 비교할 때에는 중앙값을 산출하여 편차를 분석했습니다. 이는 대푯값을 산출할 때 자료의 값 가운데 매우 크거나 작은 값, 즉 극단적인 값이 있는 경우, 통상 평균보다 중앙값(자료를 크기 순으로 나열하였을 때 가운데 위치하는 값)이 자료 전체의 특징을 더 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2] 일반고-자사고 간 진로선택과목 개수 분포 비교
분석 결과, 진로선택과목 개수의 중앙값은 자사고 37개, 일반고 35개로 자사고와 일반고 간 단 두 과목 밖에 차이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33개 자사고 중 절반에 가까운 15개 학교(45.5%)는 진로선택과목 개수가 일반고 중앙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표2] 일반고-자사고 간 진로선택과목 개수 비교 결과
[그림3] 일반고-자사고 간 진로선택과목 개수 차이
[표3]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일반고의 진로선택과목 개수
[표4] 자사고(전국단위, 광역단위)의 진로선택과목 개수
교육부는 교육과정 다양화를 명목으로 자사고를 설립하고 존치하였지만, 정작 일반고의 진로선택과목 개수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는 교육과정 다양화를 명목으로 내세운 자사고 존치 이유를 무색하게 합니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굳이 자사고 등과 같은 고교 유형을 별도로 두지 않더라도 단위 학교에서 교육과정 다양화를 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 소인수과목이나 교사 수급이 어려운 과목의 경우 단위 학교에서 수업 개설이 어려웠던 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교 간 교육과정 연계를 통한 공동교육과정 인프라가 탄탄하게 갖추어져 왔습니다. [표 5]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일반고의 경우에도 자사고에 못지 않은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시,도별로 59~532개에 달하는 공동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별도의 고교 유형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개별 학교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과목 선택권이 확보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표5] 시·도교육청별 공동교육과정 개설 강좌 개수
교육부가 ‘2022년도 고교학점제 일반고 우수 프로그램 자료집(2023)’에서 발표한 우수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사례 중 ‘개인 맞춤형 선택교육과정 편성운영’과 ‘학교 교육과정 다양화 특성화’의 우수 사례로 꼽힌 학교들의 진로선택과목 개수는 호산고 51개, 서강고 55개, 남목고 58개, 다사고 54개로 나타났습니다. 주문형 강좌나 학교 밖 교육과정을 운영한 광남고, 수업 유연화 주간에 교과 간 주제 중심 융합 프로젝트 활동을 운영한 호산고 등 학교별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우수사례들은 앞으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 후 자사고 등과 같이 별도의 고교 유형을 두지 않더라도 일반고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진로선택과목을 마련하고, 다채롭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방증합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도 학교 교육과정 다양화의 필요성과 방안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분권화를 바탕으로 한 학교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를 하겠다며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과정 및 프로젝트 활동 편성운영, 학교 자율적으로 지역 연계 선택과목 개발 활용, 교과 교육과정에 담당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 자율권 확대’할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림4]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
이렇듯 고교학점제 이후 일반고에서도 다양한 교육과정이 편성되고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검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하였던 자사고 등의 고교 유형을 존치하기로 교육부가 입장을 번복한 것은 자가당착이며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10년 가량의 수직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고교학점제 시대를 맞아 새로이 수평적 고교체제 속에서 교육과정 다양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나아가 지속적인 고교서열화 문제를 근절하고 안정적인 고교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이미 2019년 11월,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성적·입시 중심의 학교운영 등 당초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초증학교·중학교 단계에서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이 과열되고, 학생들의 스트레스 유발’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2021년 2월,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학교를 유형화하고, 이들 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먼저 선발해 입시 위주 교육을 더 부추기는 서열화 교육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며, ‘2025년도에 모든 일반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자사고·외고 등에서 운영한 특별한 교육과정도 일반고에서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림5] 고교 서열화 해소 및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2019)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2023)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및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2019)’을 발표하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2025년 3월 일괄 일반고 전환을 예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13일,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고 학생 선발권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였습니다. 매번 정권에 따라 번복되는 교육정책의 혼란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고교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차원의 교육정책을 넘어 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교육부는 정책 취지에 따라 모든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자사고와 같은 수직 서열화된 체제를 종식하고, 일반고 체제에서 모든 학교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모색함으로써 고교교육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교육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철회를 거듭 촉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교서열화 해소는 물론이고 모든 고교에서 모든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불필요한 고교유형을 일반고로 통합하는 법 제정에 국회와 교육당국이 초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연구원 이현우(02-797-4044/내선번호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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