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위한 현황 진단과 과제’ 1차 토론회 후속보도(2026.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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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 이미 담긴 서·논술형 평가… ‘문항 변화’ 넘어 초등형 서논술 교육체제로 나아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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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9월 2일(수)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위한 현황 진단과 과제」 4회 연속토론회의 제1차 토론회인 「<유·초등> 교육과정과 현장의 서·논술형 평가를 살핀다」를 개최하였음. ▲ 이번 토론회는 서·논술형 평가가 이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명시된 방향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유·초등 단계에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교육과정·교과서·수업·평가기준·채점체계 등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마련되었음. ▲ 한수현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온정덕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이환규 경기 빛가온초등학교 수석교사, 정충대 서울 구로초등학교 교사, 김명하 안산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맡아 초등 교육과정과 학교 현장의 평가 실태, 수학 수업과 평가의 간극, IB학교의 서·논술형 평가 사례, 유아기 적기교육의 원칙 등을 중심으로 논의하였음. ▲ 이날 발제와 토론을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다음과 같음. - 서논술형 평가는 갑자기 새롭게 도입되는 시험 방식이 아니라 이미 교육과정에 명시되어져 온 방향이며, 앞으로의 과제는 이를 교실에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음.
- 초등학교에서는 중고등학교의 지필평가 방식을 단순히 확대 적용하는 차원을 넘어 학생의 발달단계와 교과 특성에 맞는 고유한 평가체계를 설계해야 하며, 일상의 수업이 서논술형 평가에 요하는 역량을 충분히 함양하는 체제로의 개편이 동반되어야 함.
- 교육과정의 취지가 실제 수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충실히 담은 교과서와 교수학습 자료, 구체적인 평가기준과 기준 답안(앵커 답안), 공동출제·공동채점 체계, 교사의 협업 시간과 평가 전문성 등 제반 조건을 함께 갖춰야 함.
- 서논술형 평가를 성적 산출을 위한 총괄평가로 확대할 경우 채점의 신뢰성과 교사 업무·민원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루브릭과 실제 학생 답안의 충분한 축적, 채점자 훈련 등 학교 단위의 공동 평가시스템 구축 필요함.
- 상급학교의 평가 변화가 유아기 독서논술·글쓰기 등의 조기 선행학습을 유발시키지 않도록, 유아기에는 놀이와 일상 속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보장해야 함.
▲ 9월 9일(수) 오후 6시 개최되는 제2차 토론회에서는 「초중고 학교 현장의 서·논술 교육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주제로 실제 학교 현장의 수업과 평가 실태를 살펴볼 예정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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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9월 2일 오후 2시, 3층 대회의실에서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위한 현황 진단과 과제」 4회 연속토론회의 첫 번째 토론회인 ‘<유·초등> 교육과정과 현장의 서·논술형 평가를 살핀다’를 개최하였습니다. 최근 서·논술형 평가 확대 논의는 학교 안의 평가 방식 개선을 넘어 향후 대입 평가체제의 변화와도 맞물리며 교육계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수행평가를 내실화하고 서술형·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확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가의 형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가 구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학생의 발달단계에 적합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교사의 수업·출제·채점 여건과 평가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이번 제1차 토론회에서는 초등 단계의 교육과정과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서·논술형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평가의 변화가 단순히 시험문항의 유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수업과 학생의 배움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아울러 유아기의 읽기·쓰기와 독서가 어떠한 발달적 원리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서·논술형 평가 논의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유아기 적기교육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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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 발제_한수현 부연구위원(경기도교육연구원): 이미 교육과정에 담긴 서·논술형 평가… 초등은 발달단계에 맞는 고유한 설계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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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발제: 한수현 부연구위원(경기도교육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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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발제를 맡은 한수현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이미 수행평가의 내실화와 서술형·논술형 평가의 비중 확대를 명시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에서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중등에서는 정기고사의 선택형 문항을 서·논술형 문항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일제식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정기고사와 석차 산출의 관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초등에서는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확대’할 것인지부터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부연구위원은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함께 제시하고 있는 평가 원칙에 주목했습니다. 교육과정은 ▲성취기준에 근거해 수업과 평가가 일관되게 이루어져야 하며, ▲학습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성찰을 확인하고, ▲학생에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내용과 기능은 평가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한다는 것은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은 채 글쓰기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속에서 학생이 서술하고 논증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부터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1·2학년 한글 해득에서 시작해 표현 역량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의 흐름을 고려하면, 서·논술형 평가는 갑자기 추가되는 시험 형식이라기보다 초등 교육과정 안에서 이어져 온 학습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부연구위원은 초등학교 6년 전체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년군별 발달단계에 따른 위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1~2학년에서는 긴 글을 요구하기보다 다양한 방식의 표현을 허용하고, ▲3~4학년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그 이유를 제시하는 수준으로, ▲5~6학년에서는 다른 사람의 관점까지 수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위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서·논술형 평가를 요구할 경우 저학년에게는 과도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 수요를 낳고, 고학년에게는 오히려 평가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과의 특성에 따라 서·논술형 평가의 성격 자체를 다르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한 부연구위원은 서·논술형 평가를 모든 교과에서 ‘긴 글을 잘 쓰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국어에서는 글의 중심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해 요약하는 능력 자체가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수학에서는 글쓰기의 완성도보다 비율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사고 과정과 이유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사회에서는 인권 침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지와 그 근거가 평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학생이 ‘쓴다’는 형식은 같더라도 국어에서는 언어적 재구성, 수학에서는 수학적 문제해결과 추론, 사회에서는 사회적 판단과 근거 제시처럼 평가해야 할 내용은 교과마다 달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초등학교는 한 명의 담임교사가 여러 교과를 가르치는 만큼 이러한 교과 간 연계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므로, 서·논술형 평가를 국어 중심의 ‘글쓰기 평가’로 좁히기보다 각 교과의 성취기준 속에서 학생의 사고를 말과 글로 드러내게 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다만, 담임교사가 여러 교과를 함께 가르친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연결하기에 유리하지만, 동시에 한 교사가 여러 교과의 출제와 채점, 피드백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취약점도 있습니다. 이에 학년군·교과별 실제 학생 답안을 익명으로 축적하고, 수준별 예시답안인 ‘앵커 답안’을 함께 제공해 교사들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동학년 교사들이 공동으로 문항을 만들고 실제 답안을 함께 읽으며 채점기준을 조율하는 과정을 정례화하고, 이를 별도의 추가 업무가 아닌 공식 업무시간 안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원래 취지를 복원하여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일부 거점국립대를 선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9개 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 역량을 함께 높이고, 대학 간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9개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초기에는 교육·연구 인력과 시설 등 핵심 자원을 공동 활용하고, 이후 서울 주요 사립대와 다른 국공립·사립대까지 참여를 확대하여 대학 간 서열을 실질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참여 대학 간 공동선발과 공동학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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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 발제_온정덕 교수(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서·논술형 평가는 ‘문항 유형’보다 학생의 학습 경험의 질을 바꾸는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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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발제: 온정덕 교수(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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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온정덕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서·논술형 평가를 둘러싼 논의가 특정한 평가 문항의 형식에 지나치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온 교수는 1996년 수행평가가 도입되었을 때도 ‘수행평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채 이를 지필평가의 반대말, 즉 하나의 평가 방법으로만 좁게 받아들였던 전례를 언급하며, 지금의 서·논술형 평가 논의 역시 교육 전반에 대한 담론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단일한 평가 문항 유형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발제자는 평가라는 말이 가리키는 범위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평가(classroom assessment)는 성격이 다르므로, 적어도 초등학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논의할 때는 교실 평가의 맥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 교수는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우려의 상당 부분이 이를 학생을 서열화하는 고부담 평가, 즉 ‘학습한 것에 대한 평가(assessment of learning)’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평가와 서·논술형 방식이 결합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그 우려가 교실 평가 전반에 대한 거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는 학교의 평가는 단순히 학습 결과를 확인하는 ‘학습한 것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학생의 학습을 돕는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을 성찰하는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를 함께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과정중심평가 지침,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학습의 질 개선’ 역시 이러한 성찰적 평가관과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발제자는 특히 IB(국제 바칼로레아)의 평가 사례를 소개하며, IB에서는 교사뿐 아니라 학생 역시 평가의 주체가 되며, 특히 초등 과정인 PYP는 학생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흔히 강조되는 ‘수월성’의 맥락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PYP는 교과별로 정해진 평가 목표 대신 여섯 가지 주제와 핵심 개념 몇 가지만 제시할 뿐, 무엇을 어떻게 탐구하고 평가할지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정한다는 점에서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특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는 이 평가가 ‘학습을 위한 평가’이자 ‘학습으로서의 평가’를 지향하기 때문이며, 그만큼 수업과 교육과정의 변화가 평가의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발제자는 IB의 평가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IB PYP의 경우 큰 탐구의 틀만 주어지고 무엇을 탐구할지, 그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확인할지까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정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수업과 평가를 설계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의 성취기준은 학생이 한 학기나 교과를 배운 뒤 궁극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평가기준이라기보다 구체적인 학습 내용까지 함께 담고 있어, 실제 평가 과제를 만들거나 학생·학부모와 학습의 목표를 공유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기존의 여러 성취기준을 아우르면서 학생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학습 결과 중심의 평가기준을 우리 교육과정에 맞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평가기준은 단순히 학생에게 점수를 매기기 위한 채점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학생이 기준을 보면서 이번 수업에서 무엇이 중요했고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이해하고, 현재 자신의 학습이 어느 지점에 있으며 다음에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평가기준이 교사의 채점을 위한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의 학습과 성찰을 이끄는 기준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발제자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를 ‘정답을 빨리 찾아내도록 하는 교육’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며, 평가 문항의 유형을 바꾸는 접근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하는 학습의 질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논의가 평가 방법을 둘러싼 찬반으로 축소되기보다, 학생들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함께 채워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온 교수가 발제를 마치며 남긴 제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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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 발제_이환규 교사(경기 빛가온초): “서·논술형은 문항만으로 오지 않는다”… 교육과정, 교과서, 수업의 변화가 필히 동반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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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발제를 맡은 이환규 경기 빛가온초등학교 수석교사는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는 ▲이미 추측의 근거를 제시하고,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며, ▲사고와 전략을 수학적 표현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서·논술형 평가의 근거는 이미 교육과정에 마련되어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를 실제 교과서와 수업, 평가가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2학년은 말과 그림, 3~4학년은 문장, 5~6학년은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는 글로 사고를 표현하도록 하는 등, ‘몇 학년부터 시작할 것인가’보다 학년군별 발달단계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사고를 표현하게 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는 현재 초등 수학에서는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추론과 의사소통이 실제 교과서와 평가자료에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정 교과서 출판사 세 곳의 평가자료 약 1,300개 파일을 분석한 결과, 92.5%가 ‘풀이 과정과 답을 쓰시오’와 같은 유형이었고, 시도교육청 등의 장학자료 295문항에서도 풀이 과정과 답을 요구하는 유형이 46%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로 다른 방법을 비교하거나 오류를 설명하고, 문제를 새롭게 만들거나 자신의 판단에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유형은 상대적으로 드물었습니다. 교과서 역시 학생에게 ‘이야기해 보라’고 묻는 장면은 많았지만, 자신의 이유를 실제로 쓰고 정당화하도록 하는 활동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발제자는 서·논술형 평가의 시행 시기나 비율을 정하는 것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사고와 표현을 교과서와 수업, 평가자료가 실제로 얼마나 담아내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는 학생이 단순히 “분모와 분자에 같은 수를 곱한다”는 공식을 외운 상태라면,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하라’는 서술형 문항을 내더라도 결국 외운 절차를 문장으로 옮겨 적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크기가 같은 분수의 원리를 익히는 수업에서) 그림을 나누고 서로 다른 방법을 비교하며 규칙을 스스로 발견해 본 학생이라면, 같은 문항에서도 자신이 어떻게 생각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수업은 계산과 알고리즘 중심으로 그대로 둔 채 평가만 사고 중심의 서·논술형으로 바꾸는 것은 학생에게 새로운 측정 방식 하나를 더하는 데 그칠 수 있으며, 서·논술형 평가에 앞서 그러한 사고를 길러내는 수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교가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할 경우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별도의 대비를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초등학교 현장에서 평가의 대상 자체도, 한 장의 시험지가 아닌 수업 과정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말과 표정,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살피고,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교실 평가’라는 것입니다. 발제자는 “칠판은 학생 사고의 작전 기지”라고 표현하며, 수업에서 이루어진 사고의 흔적이 학생의 공책에 누적된다면 문항 하나가 아니라 사고의 과정이 담긴 공책 자체가 평가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기 말 한 학생이 “학원에서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생각하고 계산하지만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기록한 사례도 소개하며, 이러한 기록이 학생의 자기 성찰인 동시에 교사의 수업에 대한 피드백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교사의 평가·수업 전문성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발제자는 2011년부터 약 1,000건의 서술형 문항 컨설팅에 참여해 온 경험을 소개하며, 실제 문항과 학생 답안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출제·채점 기준이 구체화되고, 수준별 학생 답안인 앵커답안과 같은 공동의 판단 자료도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역시 교사를 대신해 채점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존 연구·장학자료와 컨설팅 사례를 토대로 교사의 문항 개발과 평가 전문성을 지원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별도의 ‘서·논술형 평가 전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수업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교과 전문가를 학교 현장에 더 많이 길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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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 발제_정충대 교사(서울 구로초): 형성평가로는 이미 일상화된 서·논술형… 총괄평가 확대는 루브릭·채점 시스템·평가 부담 함께 풀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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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발제를 맡은 정충대 서울 구로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학교에서의 수업·평가 경험을 바탕으로, 서·논술형 평가의 가능성과 함께 이를 성적 산출을 위한 평가로 확대할 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정 교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이해’에서 ‘전이’로 평가의 지향점을 확장하고 교수·학습·평가의 일체화를 강조하는 등, 이미 학생의 사고와 수행을 확인하는 평가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교육과정에 방향이 명시되어 있다는 것과 그것이 학교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언과 실제 실행 사이의 간극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탐구 중심 수업 속에서 학생이 배운 내용을 활동지와 공책에 쓰고, 교사가 이에 피드백과 학습 방향 제시(피드포워드)를 제공하는 형성평가로서의 서·논술형 평가는 이미 거의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학생을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돕기 위한 것이며, 서·논술형 평가 논의 역시 우선 이 기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이러한 형성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성적을 산출하고 통지하는 총괄평가에 서·논술형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두 평가를 구분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제자는 루브릭을 단순한 채점표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을 이끄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구로초에서는 글의 아이디어·구조·문체·단어 선택·문장 유창성 등을 여러 단계로 구분한 ‘6+1 글쓰기 루브릭’을 활용해, 학생이 좋은 글의 기준을 미리 이해하고 자신의 현재 수준과 다음 학습 방향을 스스로 확인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같은 루브릭을 여러 학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활용하면 한 번의 점수를 매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의 글쓰기 역량이 장기간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추적하는 일종의 수직적 성장척도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학교 실험에서도 루브릭을 평가 전에 살펴본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높은 수행 결과를 보였다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발제자는 서·논술형을 성적을 산출하는 총괄평가로 확대할 경우 가장 큰 현실적 과제는 채점의 신뢰성과 교사의 부담이라고 짚었습니다. 정 교사는 학생·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다른 교사가 2차·3차 재채점을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사후 재채점에 의존하기보다 처음부터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채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발제자는 구로초의 비교판정Comparative Judgement 실험사례를 소개함). 이를 위해 타당성 높은 문항과 채점자 훈련뿐 아니라, 실제 학생 답안을 오랜 기간 축적해 각 수행 수준을 보여주는 ‘벤치마크’, 즉 앞선 발제에서 언급된 앵커답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전문가가 가상의 모범답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학생들의 다양한 답안이 충분히 축적된 뒤 그 안에서 수준별 기준 답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발제자는 아무리 좋은 채점 방법을 마련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평가 횟수를 그대로 둔 채 서·논술형 평가만 확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성적 산출과 통지의 근거가 되는 수행평가가 연간 수십 차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정교한 서·논술형 평가와 피드백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실제 구로초의 비교판정 실험에서도 62명의 답안을 처리하기 위해 10명의 교사가 주말까지 참여해야 했다고 소개하며, 영역별 평가 횟수를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지침부터 조정하지 않으면 양질의 서·논술형 평가는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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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발제_김명하 교수(안산대 유아교육과): 서·논술형 평가가 유아기 ‘독서·논술 선행학습’으로 하향 전이되지 않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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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발제: 김명하 교수(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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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발제를 맡은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서·논술형 평가가 사고력·문제해결력·표현 능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상급학교의 교육과 평가 변화가 유아기 조기교육과 사교육으로 하향 전이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어·수학 등 상급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이 유아 단계로 내려오며 ‘4세 고시’, ‘7세 고시’와 같은 현상으로 이어져 온 것처럼, 서·논술형 평가 역시 사고력·문해력·표현력이라는 이름으로 유아 대상 독서·논술, 한글·어휘, 독해·글쓰기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만 1세 대상 영어 특별활동까지 등장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새로운 교육정책이 나올 때마다 유아교육 현장에는 또 다른 프로그램과 학습지로 변형돼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발제자는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미 유아교육과정 안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0~2세 표준보육과정과 3~5세 누리과정은 모두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하며, 유아의 경험을 국어·수학과 같은 교과로 나누기보다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의 다섯 발달 영역이 자유로운 놀이 속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놀이 중심을 다시 강조하게 된 배경에는 과거 ‘놀이’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교사가 설계한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제공해 온 데 대한 반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유아교육은 초등학교의 준비 단계가 아니라 놀이와 일상 속 경험을 통해 전인적 발달과 이후 배움의 토대를 형성하는 고유한 교육 단계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읽기와 쓰기 역시 같은 원리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누리과정의 의사소통 영역에는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 ‘책과 이야기 즐기기’가 포함되어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읽고 쓸 수 있도록 ‘습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유아기 문해교육은 글자를 반복해서 쓰거나 독해 문제를 풀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놀이와 생활 속에서 글자가 왜 필요한지 발견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책과 이야기를 즐기면서 “왜 읽고 싶은지, 왜 쓰고 싶은지, 왜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경험하게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발제자는 서·논술형 평가의 ‘하향 전이’와 서·논술형 평가가 요구하는 역량의 ‘발달적 토대’를 형성하는 일은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해서 유아기부터 글쓰기와 독해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그 능력의 토대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유아기에 충분히 놀면서 질문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그림·몸짓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험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 이후 사고력과 표현력의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상급학교와의 연계 역시 상급학교의 평가 형식을 아래 연령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 발달단계에 적합한 경험을 충분히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발제자는 ▲서·논술형 평가의 변화가 영유아기 선행학습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할 것, ▲읽기·쓰기를 앞당기기보다 놀이와 일상 속에서 의미 있는 문해 경험을 보장할 것, ▲유아가 충분히 놀고 대화하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사고력·독해·문해력 등의 이름으로 조기 인지교육이 다시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 법·제도를 보완하고, 학부모에게 유아기 발달과 적기교육의 원칙을 충분히 알리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종합토론: 교육과정에 이미 담긴 서·논술형 평가… 교실에 안착할 ‘통로와 조건’을 마련해야 발제에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사회를 맡은 신소영 공동대표는 다섯 발제자의 내용을 종합해 두 가지 쟁점을 던졌습니다. 신소영 대표가 던진 첫 번째 쟁점은, ①서·논술형 평가의 방향이 교육과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근거가 교실까지 도달하는 통로-교과서, 채점 기준, 예시 자료 등-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무엇부터, 어떤 우선순위로 이 통로를 채워야 하는지를 물은 것입니다. ②두 번째 쟁점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국회와 대통령 업무보고 등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평가가 바뀌면 수업과 학습 방식이 바뀐다”는 명제가, 정기고사와 입시라는 강력한 관문이 없는 유·초등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였습니다. 교과서와 수업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만 앞서 나갈 경우, 형식만 서·논술형인 부작용이 오히려 초등에서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한수현 위원은 교육과정이 교사의 자율성과 성취기준 증감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성취기준을 하나라도 빠뜨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 서·논술형 평가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면 교사들이 “내가 평가한 것이 국가의 규정에 부합하는가”를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성취평가제를 연구하며 만난 교사들도 좋은 문항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결국 “수능형 문항인가”를 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초·중등을 막론하고 교사들이 기댈 수 있는 공인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수현 위원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은 전문학습공동체를 다시 활성화해 평가기준을 함께 마련하는 장으로 삼고, 개인 교사나 개별 앱 차원에 머무르는 자료를 국가 단위에서 지역과 상관없이 공유·축적하는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온정덕 교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 모두에 답하면서,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채점 기준 마련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내가 수업을 잘하면 훌륭한 교사”라는 인식 아래 수업 컨설팅도 교사의 행위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짚었습니다. 한편 온 교수는 평가 방법의 변화가 곧바로 수업의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이번 변화가 평가의 초점을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가”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가 수업을 바꾼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환규 교사는 첫번째 질문에 답하며, 검정 체제 이후 교과서 간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짚었습니다. 실제로 한 학년, 한 학기 교과서 9종을 모두 비교·분석한 결과 서·논술형 관련 내용에서 교과서 간 격차가 컸다며, 그 배경에는 교과서 채택 경쟁이 사고를 이끄는 발문보다 디자인과 분량의 ‘널널함’을 우선시하는 구조, 그리고 검정 교과서를 학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연수 자체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아이디어나 메타인지적 성찰 질문을 충실히 담은 교과서는 한두 종에 그치고, 그마저도 채택 경쟁에서는 1위를 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풀어내는 자료로서 검정의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충대 교사는 두 질문에 모두 답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대학과 현장의 협력으로 개발된 ‘6+1 루브릭’처럼, 현장 적용과 수정을 거듭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지는 산학협력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점과 평가 관련 역량과 자료가 개별 교사나 일회성 사업에 머물지 않고 학교 조직에 축적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질의응답에서는 IB식 탐구 수업의 가능성과 한계,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사교육에 미칠 영향, 그리고 과정중심 평가에 맞는 학생 기록체계가 함께 논의됐습니다. IB식 수업은 학생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교사 간 공동 설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수능 중심의 평가문화가 강한 현실에서는 좋은 수업만으로 ‘평가는 곧 점수와 선발’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됐습니다(정충대). 한편 제대로 된 서·논술형 수업은 예상문제를 반복해 푸는 훈련이 아니라 다른 학생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연결하며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이므로, 학교가 이를 충분히 구현한다면 사교육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이환규). 아울러 과정중심 평가가 자리 잡으면 수업 속에서 축적된 학생의 다양한 응답이 학습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만큼, 평가의 변화에 맞춰 문장 중심의 생활기록부와 내신 기록 방식도 학생의 실제 사고와 성장 과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이어졌습니다(한수현·이환규). 이번 제1차 토론회를 통해 확인된 것은 서·논술형 평가가 새롭게 도입되는 낯선 평가 방식이 아니라 이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고 있는 방향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이를 초등학교 현장에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의 평가 방식을 단순히 확대 적용하기보다 학생의 발달단계와 교과 특성에 맞는 고유한 설계를 마련하고, 교육과정의 취지가 교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교과서와 교수·학습 자료, 평가기준과 채점체계, 교사의 협업 구조와 업무 여건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동시에 평가의 변화가 새로운 시험 부담과 사교육 수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 안에서 모든 학생이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고 쓰며 자신의 판단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변화가 유아기의 독서·논술·글쓰기 선행학습으로 하향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서·논술형 평가의 변화가 문항 유형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수업·평가 전반의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제1차 토론회에서 확인된 교육과정적 토대와 과제를 바탕으로 9월 9일(수) 오후 6시 제2차 토론회에서 「초중고 학교 현장의 서·논술 교육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주제로 실제 학교 현장에서 수업과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후 3차 토론회(9/16)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사교육 시장에 미칠 영향을, 4차 토론회(9/30)에서는 논술형 대입제도의 설계와 정착 방안을 차례로 논의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연속토론회를 통해 서·논술형 평가가 새로운 시험 부담과 사교육 수요를 만드는 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형성하고 표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수업·평가 전반을 함께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교육의 변화를 염원하는 교육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연속토론회 현장 참여 신청 ☞ https://forms.gle/Yz1g5xML9vYv2pmj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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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9. 04.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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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위한 현황 진단과 과제’ 1차 토론회 후속보도(2026.09.04.)
교육과정에 이미 담긴 서·논술형 평가… ‘문항 변화’ 넘어 초등형 서논술 교육체제로 나아가야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9월 2일(수)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위한 현황 진단과 과제」 4회 연속토론회의 제1차 토론회인 「<유·초등> 교육과정과 현장의 서·논술형 평가를 살핀다」를 개최하였음.
▲ 이번 토론회는 서·논술형 평가가 이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명시된 방향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유·초등 단계에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교육과정·교과서·수업·평가기준·채점체계 등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마련되었음.
▲ 한수현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온정덕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이환규 경기 빛가온초등학교 수석교사, 정충대 서울 구로초등학교 교사, 김명하 안산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맡아 초등 교육과정과 학교 현장의 평가 실태, 수학 수업과 평가의 간극, IB학교의 서·논술형 평가 사례, 유아기 적기교육의 원칙 등을 중심으로 논의하였음.
▲ 이날 발제와 토론을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다음과 같음.
▲ 9월 9일(수) 오후 6시 개최되는 제2차 토론회에서는 「초중고 학교 현장의 서·논술 교육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주제로 실제 학교 현장의 수업과 평가 실태를 살펴볼 예정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9월 2일 오후 2시, 3층 대회의실에서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위한 현황 진단과 과제」 4회 연속토론회의 첫 번째 토론회인 ‘<유·초등> 교육과정과 현장의 서·논술형 평가를 살핀다’를 개최하였습니다.
최근 서·논술형 평가 확대 논의는 학교 안의 평가 방식 개선을 넘어 향후 대입 평가체제의 변화와도 맞물리며 교육계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수행평가를 내실화하고 서술형·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확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가의 형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가 구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학생의 발달단계에 적합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교사의 수업·출제·채점 여건과 평가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이번 제1차 토론회에서는 초등 단계의 교육과정과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서·논술형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평가의 변화가 단순히 시험문항의 유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수업과 학생의 배움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아울러 유아기의 읽기·쓰기와 독서가 어떠한 발달적 원리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서·논술형 평가 논의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유아기 적기교육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 제1 발제_한수현 부연구위원(경기도교육연구원): 이미 교육과정에 담긴 서·논술형 평가… 초등은 발달단계에 맞는 고유한 설계 필요
제1발제: 한수현 부연구위원(경기도교육연구원)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한수현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이미 수행평가의 내실화와 서술형·논술형 평가의 비중 확대를 명시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에서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중등에서는 정기고사의 선택형 문항을 서·논술형 문항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일제식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정기고사와 석차 산출의 관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초등에서는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확대’할 것인지부터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부연구위원은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함께 제시하고 있는 평가 원칙에 주목했습니다. 교육과정은 ▲성취기준에 근거해 수업과 평가가 일관되게 이루어져야 하며, ▲학습 결과뿐 아니라 과정과 성찰을 확인하고, ▲학생에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내용과 기능은 평가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한다는 것은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은 채 글쓰기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속에서 학생이 서술하고 논증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부터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1·2학년 한글 해득에서 시작해 표현 역량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의 흐름을 고려하면, 서·논술형 평가는 갑자기 추가되는 시험 형식이라기보다 초등 교육과정 안에서 이어져 온 학습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부연구위원은 초등학교 6년 전체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년군별 발달단계에 따른 위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1~2학년에서는 긴 글을 요구하기보다 다양한 방식의 표현을 허용하고, ▲3~4학년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그 이유를 제시하는 수준으로, ▲5~6학년에서는 다른 사람의 관점까지 수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위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서·논술형 평가를 요구할 경우 저학년에게는 과도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 수요를 낳고, 고학년에게는 오히려 평가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과의 특성에 따라 서·논술형 평가의 성격 자체를 다르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한 부연구위원은 서·논술형 평가를 모든 교과에서 ‘긴 글을 잘 쓰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국어에서는 글의 중심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해 요약하는 능력 자체가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수학에서는 글쓰기의 완성도보다 비율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사고 과정과 이유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사회에서는 인권 침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지와 그 근거가 평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학생이 ‘쓴다’는 형식은 같더라도 국어에서는 언어적 재구성, 수학에서는 수학적 문제해결과 추론, 사회에서는 사회적 판단과 근거 제시처럼 평가해야 할 내용은 교과마다 달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초등학교는 한 명의 담임교사가 여러 교과를 가르치는 만큼 이러한 교과 간 연계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므로, 서·논술형 평가를 국어 중심의 ‘글쓰기 평가’로 좁히기보다 각 교과의 성취기준 속에서 학생의 사고를 말과 글로 드러내게 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다만, 담임교사가 여러 교과를 함께 가르친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연결하기에 유리하지만, 동시에 한 교사가 여러 교과의 출제와 채점, 피드백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취약점도 있습니다. 이에 학년군·교과별 실제 학생 답안을 익명으로 축적하고, 수준별 예시답안인 ‘앵커 답안’을 함께 제공해 교사들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동학년 교사들이 공동으로 문항을 만들고 실제 답안을 함께 읽으며 채점기준을 조율하는 과정을 정례화하고, 이를 별도의 추가 업무가 아닌 공식 업무시간 안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원래 취지를 복원하여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일부 거점국립대를 선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9개 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 역량을 함께 높이고, 대학 간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9개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초기에는 교육·연구 인력과 시설 등 핵심 자원을 공동 활용하고, 이후 서울 주요 사립대와 다른 국공립·사립대까지 참여를 확대하여 대학 간 서열을 실질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참여 대학 간 공동선발과 공동학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제2 발제_온정덕 교수(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서·논술형 평가는 ‘문항 유형’보다 학생의 학습 경험의 질을 바꾸는 문제
제2발제: 온정덕 교수(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온정덕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서·논술형 평가를 둘러싼 논의가 특정한 평가 문항의 형식에 지나치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온 교수는 1996년 수행평가가 도입되었을 때도 ‘수행평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채 이를 지필평가의 반대말, 즉 하나의 평가 방법으로만 좁게 받아들였던 전례를 언급하며, 지금의 서·논술형 평가 논의 역시 교육 전반에 대한 담론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단일한 평가 문항 유형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발제자는 평가라는 말이 가리키는 범위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평가(classroom assessment)는 성격이 다르므로, 적어도 초등학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논의할 때는 교실 평가의 맥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 교수는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우려의 상당 부분이 이를 학생을 서열화하는 고부담 평가, 즉 ‘학습한 것에 대한 평가(assessment of learning)’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평가와 서·논술형 방식이 결합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그 우려가 교실 평가 전반에 대한 거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는 학교의 평가는 단순히 학습 결과를 확인하는 ‘학습한 것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학생의 학습을 돕는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습을 성찰하는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를 함께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과정중심평가 지침,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학습의 질 개선’ 역시 이러한 성찰적 평가관과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발제자는 특히 IB(국제 바칼로레아)의 평가 사례를 소개하며, IB에서는 교사뿐 아니라 학생 역시 평가의 주체가 되며, 특히 초등 과정인 PYP는 학생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흔히 강조되는 ‘수월성’의 맥락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PYP는 교과별로 정해진 평가 목표 대신 여섯 가지 주제와 핵심 개념 몇 가지만 제시할 뿐, 무엇을 어떻게 탐구하고 평가할지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정한다는 점에서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특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는 이 평가가 ‘학습을 위한 평가’이자 ‘학습으로서의 평가’를 지향하기 때문이며, 그만큼 수업과 교육과정의 변화가 평가의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발제자는 IB의 평가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IB PYP의 경우 큰 탐구의 틀만 주어지고 무엇을 탐구할지, 그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확인할지까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정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수업과 평가를 설계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의 성취기준은 학생이 한 학기나 교과를 배운 뒤 궁극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평가기준이라기보다 구체적인 학습 내용까지 함께 담고 있어, 실제 평가 과제를 만들거나 학생·학부모와 학습의 목표를 공유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기존의 여러 성취기준을 아우르면서 학생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학습 결과 중심의 평가기준을 우리 교육과정에 맞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평가기준은 단순히 학생에게 점수를 매기기 위한 채점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학생이 기준을 보면서 이번 수업에서 무엇이 중요했고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이해하고, 현재 자신의 학습이 어느 지점에 있으며 다음에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평가기준이 교사의 채점을 위한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의 학습과 성찰을 이끄는 기준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발제자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를 ‘정답을 빨리 찾아내도록 하는 교육’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며, 평가 문항의 유형을 바꾸는 접근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하는 학습의 질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논의가 평가 방법을 둘러싼 찬반으로 축소되기보다, 학생들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함께 채워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온 교수가 발제를 마치며 남긴 제안이었습니다.
■ 제3 발제_이환규 교사(경기 빛가온초): “서·논술형은 문항만으로 오지 않는다”… 교육과정, 교과서, 수업의 변화가 필히 동반돼야
제3발제: 이환규 교사(경기 빛가온초등학교)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이환규 경기 빛가온초등학교 수석교사는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는 ▲이미 추측의 근거를 제시하고,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며, ▲사고와 전략을 수학적 표현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서·논술형 평가의 근거는 이미 교육과정에 마련되어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를 실제 교과서와 수업, 평가가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2학년은 말과 그림, 3~4학년은 문장, 5~6학년은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는 글로 사고를 표현하도록 하는 등, ‘몇 학년부터 시작할 것인가’보다 학년군별 발달단계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사고를 표현하게 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는 현재 초등 수학에서는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추론과 의사소통이 실제 교과서와 평가자료에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정 교과서 출판사 세 곳의 평가자료 약 1,300개 파일을 분석한 결과, 92.5%가 ‘풀이 과정과 답을 쓰시오’와 같은 유형이었고, 시도교육청 등의 장학자료 295문항에서도 풀이 과정과 답을 요구하는 유형이 46%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로 다른 방법을 비교하거나 오류를 설명하고, 문제를 새롭게 만들거나 자신의 판단에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유형은 상대적으로 드물었습니다. 교과서 역시 학생에게 ‘이야기해 보라’고 묻는 장면은 많았지만, 자신의 이유를 실제로 쓰고 정당화하도록 하는 활동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발제자는 서·논술형 평가의 시행 시기나 비율을 정하는 것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사고와 표현을 교과서와 수업, 평가자료가 실제로 얼마나 담아내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는 학생이 단순히 “분모와 분자에 같은 수를 곱한다”는 공식을 외운 상태라면,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하라’는 서술형 문항을 내더라도 결국 외운 절차를 문장으로 옮겨 적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크기가 같은 분수의 원리를 익히는 수업에서) 그림을 나누고 서로 다른 방법을 비교하며 규칙을 스스로 발견해 본 학생이라면, 같은 문항에서도 자신이 어떻게 생각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수업은 계산과 알고리즘 중심으로 그대로 둔 채 평가만 사고 중심의 서·논술형으로 바꾸는 것은 학생에게 새로운 측정 방식 하나를 더하는 데 그칠 수 있으며, 서·논술형 평가에 앞서 그러한 사고를 길러내는 수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교가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할 경우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별도의 대비를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초등학교 현장에서 평가의 대상 자체도, 한 장의 시험지가 아닌 수업 과정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말과 표정,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살피고,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교실 평가’라는 것입니다. 발제자는 “칠판은 학생 사고의 작전 기지”라고 표현하며, 수업에서 이루어진 사고의 흔적이 학생의 공책에 누적된다면 문항 하나가 아니라 사고의 과정이 담긴 공책 자체가 평가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기 말 한 학생이 “학원에서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생각하고 계산하지만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기록한 사례도 소개하며, 이러한 기록이 학생의 자기 성찰인 동시에 교사의 수업에 대한 피드백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교사의 평가·수업 전문성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발제자는 2011년부터 약 1,000건의 서술형 문항 컨설팅에 참여해 온 경험을 소개하며, 실제 문항과 학생 답안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출제·채점 기준이 구체화되고, 수준별 학생 답안인 앵커답안과 같은 공동의 판단 자료도 축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역시 교사를 대신해 채점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존 연구·장학자료와 컨설팅 사례를 토대로 교사의 문항 개발과 평가 전문성을 지원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별도의 ‘서·논술형 평가 전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수업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교과 전문가를 학교 현장에 더 많이 길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제4 발제_정충대 교사(서울 구로초): 형성평가로는 이미 일상화된 서·논술형… 총괄평가 확대는 루브릭·채점 시스템·평가 부담 함께 풀어야
제4발제: 정충대 교사(서울 구로초등학교)
네 번째 발제를 맡은 정충대 서울 구로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학교에서의 수업·평가 경험을 바탕으로, 서·논술형 평가의 가능성과 함께 이를 성적 산출을 위한 평가로 확대할 때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정 교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이해’에서 ‘전이’로 평가의 지향점을 확장하고 교수·학습·평가의 일체화를 강조하는 등, 이미 학생의 사고와 수행을 확인하는 평가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교육과정에 방향이 명시되어 있다는 것과 그것이 학교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언과 실제 실행 사이의 간극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탐구 중심 수업 속에서 학생이 배운 내용을 활동지와 공책에 쓰고, 교사가 이에 피드백과 학습 방향 제시(피드포워드)를 제공하는 형성평가로서의 서·논술형 평가는 이미 거의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학생을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돕기 위한 것이며, 서·논술형 평가 논의 역시 우선 이 기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이러한 형성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성적을 산출하고 통지하는 총괄평가에 서·논술형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두 평가를 구분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제자는 루브릭을 단순한 채점표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을 이끄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구로초에서는 글의 아이디어·구조·문체·단어 선택·문장 유창성 등을 여러 단계로 구분한 ‘6+1 글쓰기 루브릭’을 활용해, 학생이 좋은 글의 기준을 미리 이해하고 자신의 현재 수준과 다음 학습 방향을 스스로 확인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같은 루브릭을 여러 학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활용하면 한 번의 점수를 매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의 글쓰기 역량이 장기간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추적하는 일종의 수직적 성장척도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학교 실험에서도 루브릭을 평가 전에 살펴본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높은 수행 결과를 보였다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발제자는 서·논술형을 성적을 산출하는 총괄평가로 확대할 경우 가장 큰 현실적 과제는 채점의 신뢰성과 교사의 부담이라고 짚었습니다. 정 교사는 학생·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다른 교사가 2차·3차 재채점을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사후 재채점에 의존하기보다 처음부터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채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발제자는 구로초의 비교판정Comparative Judgement 실험사례를 소개함). 이를 위해 타당성 높은 문항과 채점자 훈련뿐 아니라, 실제 학생 답안을 오랜 기간 축적해 각 수행 수준을 보여주는 ‘벤치마크’, 즉 앞선 발제에서 언급된 앵커답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전문가가 가상의 모범답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학생들의 다양한 답안이 충분히 축적된 뒤 그 안에서 수준별 기준 답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발제자는 아무리 좋은 채점 방법을 마련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평가 횟수를 그대로 둔 채 서·논술형 평가만 확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성적 산출과 통지의 근거가 되는 수행평가가 연간 수십 차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정교한 서·논술형 평가와 피드백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실제 구로초의 비교판정 실험에서도 62명의 답안을 처리하기 위해 10명의 교사가 주말까지 참여해야 했다고 소개하며, 영역별 평가 횟수를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지침부터 조정하지 않으면 양질의 서·논술형 평가는 형식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제5 발제_김명하 교수(안산대 유아교육과): 서·논술형 평가가 유아기 ‘독서·논술 선행학습’으로 하향 전이되지 않아야
제5발제: 김명하 교수(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마지막 발제를 맡은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서·논술형 평가가 사고력·문제해결력·표현 능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상급학교의 교육과 평가 변화가 유아기 조기교육과 사교육으로 하향 전이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어·수학 등 상급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이 유아 단계로 내려오며 ‘4세 고시’, ‘7세 고시’와 같은 현상으로 이어져 온 것처럼, 서·논술형 평가 역시 사고력·문해력·표현력이라는 이름으로 유아 대상 독서·논술, 한글·어휘, 독해·글쓰기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만 1세 대상 영어 특별활동까지 등장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새로운 교육정책이 나올 때마다 유아교육 현장에는 또 다른 프로그램과 학습지로 변형돼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발제자는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미 유아교육과정 안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0~2세 표준보육과정과 3~5세 누리과정은 모두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하며, 유아의 경험을 국어·수학과 같은 교과로 나누기보다 신체운동·건강,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의 다섯 발달 영역이 자유로운 놀이 속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놀이 중심을 다시 강조하게 된 배경에는 과거 ‘놀이’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교사가 설계한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제공해 온 데 대한 반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유아교육은 초등학교의 준비 단계가 아니라 놀이와 일상 속 경험을 통해 전인적 발달과 이후 배움의 토대를 형성하는 고유한 교육 단계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읽기와 쓰기 역시 같은 원리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누리과정의 의사소통 영역에는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에 관심 가지기’, ‘책과 이야기 즐기기’가 포함되어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읽고 쓸 수 있도록 ‘습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유아기 문해교육은 글자를 반복해서 쓰거나 독해 문제를 풀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놀이와 생활 속에서 글자가 왜 필요한지 발견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책과 이야기를 즐기면서 “왜 읽고 싶은지, 왜 쓰고 싶은지, 왜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경험하게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발제자는 서·논술형 평가의 ‘하향 전이’와 서·논술형 평가가 요구하는 역량의 ‘발달적 토대’를 형성하는 일은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해서 유아기부터 글쓰기와 독해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그 능력의 토대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유아기에 충분히 놀면서 질문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그림·몸짓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험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 이후 사고력과 표현력의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상급학교와의 연계 역시 상급학교의 평가 형식을 아래 연령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 발달단계에 적합한 경험을 충분히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발제자는 ▲서·논술형 평가의 변화가 영유아기 선행학습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할 것, ▲읽기·쓰기를 앞당기기보다 놀이와 일상 속에서 의미 있는 문해 경험을 보장할 것, ▲유아가 충분히 놀고 대화하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사고력·독해·문해력 등의 이름으로 조기 인지교육이 다시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 법·제도를 보완하고, 학부모에게 유아기 발달과 적기교육의 원칙을 충분히 알리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종합토론: 교육과정에 이미 담긴 서·논술형 평가… 교실에 안착할 ‘통로와 조건’을 마련해야
발제에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사회를 맡은 신소영 공동대표는 다섯 발제자의 내용을 종합해 두 가지 쟁점을 던졌습니다.
신소영 대표가 던진 첫 번째 쟁점은, ①서·논술형 평가의 방향이 교육과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근거가 교실까지 도달하는 통로-교과서, 채점 기준, 예시 자료 등-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무엇부터, 어떤 우선순위로 이 통로를 채워야 하는지를 물은 것입니다.
②두 번째 쟁점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국회와 대통령 업무보고 등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평가가 바뀌면 수업과 학습 방식이 바뀐다”는 명제가, 정기고사와 입시라는 강력한 관문이 없는 유·초등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였습니다. 교과서와 수업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만 앞서 나갈 경우, 형식만 서·논술형인 부작용이 오히려 초등에서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한수현 위원은 교육과정이 교사의 자율성과 성취기준 증감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성취기준을 하나라도 빠뜨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 서·논술형 평가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면 교사들이 “내가 평가한 것이 국가의 규정에 부합하는가”를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성취평가제를 연구하며 만난 교사들도 좋은 문항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결국 “수능형 문항인가”를 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초·중등을 막론하고 교사들이 기댈 수 있는 공인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수현 위원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은 전문학습공동체를 다시 활성화해 평가기준을 함께 마련하는 장으로 삼고, 개인 교사나 개별 앱 차원에 머무르는 자료를 국가 단위에서 지역과 상관없이 공유·축적하는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온정덕 교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 모두에 답하면서, 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채점 기준 마련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내가 수업을 잘하면 훌륭한 교사”라는 인식 아래 수업 컨설팅도 교사의 행위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짚었습니다. 한편 온 교수는 평가 방법의 변화가 곧바로 수업의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이번 변화가 평가의 초점을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가”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가 수업을 바꾼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환규 교사는 첫번째 질문에 답하며, 검정 체제 이후 교과서 간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짚었습니다. 실제로 한 학년, 한 학기 교과서 9종을 모두 비교·분석한 결과 서·논술형 관련 내용에서 교과서 간 격차가 컸다며, 그 배경에는 교과서 채택 경쟁이 사고를 이끄는 발문보다 디자인과 분량의 ‘널널함’을 우선시하는 구조, 그리고 검정 교과서를 학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연수 자체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아이디어나 메타인지적 성찰 질문을 충실히 담은 교과서는 한두 종에 그치고, 그마저도 채택 경쟁에서는 1위를 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풀어내는 자료로서 검정의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충대 교사는 두 질문에 모두 답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대학과 현장의 협력으로 개발된 ‘6+1 루브릭’처럼, 현장 적용과 수정을 거듭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지는 산학협력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점과 평가 관련 역량과 자료가 개별 교사나 일회성 사업에 머물지 않고 학교 조직에 축적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질의응답에서는 IB식 탐구 수업의 가능성과 한계,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사교육에 미칠 영향, 그리고 과정중심 평가에 맞는 학생 기록체계가 함께 논의됐습니다. IB식 수업은 학생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교사 간 공동 설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수능 중심의 평가문화가 강한 현실에서는 좋은 수업만으로 ‘평가는 곧 점수와 선발’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한계가 제기됐습니다(정충대). 한편 제대로 된 서·논술형 수업은 예상문제를 반복해 푸는 훈련이 아니라 다른 학생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연결하며 사고를 확장하는 과정이므로, 학교가 이를 충분히 구현한다면 사교육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이환규). 아울러 과정중심 평가가 자리 잡으면 수업 속에서 축적된 학생의 다양한 응답이 학습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만큼, 평가의 변화에 맞춰 문장 중심의 생활기록부와 내신 기록 방식도 학생의 실제 사고와 성장 과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이어졌습니다(한수현·이환규).
이번 제1차 토론회를 통해 확인된 것은 서·논술형 평가가 새롭게 도입되는 낯선 평가 방식이 아니라 이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고 있는 방향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이를 초등학교 현장에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의 평가 방식을 단순히 확대 적용하기보다 학생의 발달단계와 교과 특성에 맞는 고유한 설계를 마련하고, 교육과정의 취지가 교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교과서와 교수·학습 자료, 평가기준과 채점체계, 교사의 협업 구조와 업무 여건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동시에 평가의 변화가 새로운 시험 부담과 사교육 수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 안에서 모든 학생이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고 쓰며 자신의 판단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변화가 유아기의 독서·논술·글쓰기 선행학습으로 하향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서·논술형 평가의 변화가 문항 유형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수업·평가 전반의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제1차 토론회에서 확인된 교육과정적 토대와 과제를 바탕으로 9월 9일(수) 오후 6시 제2차 토론회에서 「초중고 학교 현장의 서·논술 교육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주제로 실제 학교 현장에서 수업과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후 3차 토론회(9/16)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사교육 시장에 미칠 영향을, 4차 토론회(9/30)에서는 논술형 대입제도의 설계와 정착 방안을 차례로 논의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연속토론회를 통해 서·논술형 평가가 새로운 시험 부담과 사교육 수요를 만드는 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형성하고 표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수업·평가 전반을 함께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교육의 변화를 염원하는 교육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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