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육][영유아 적기교육보장 연속보도 ㉑] 초등 입학 준비로 변질된 이음교육, 유·초 간 이해와 연계 강화해야 (+상세내용)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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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은 초등 입학 '대기실' 아냐... 유-초 교사 만남부터가 이음교육의 시작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교육포럼>은 조기 사교육 광풍 속에 대한민국 아이들의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해 베이비뉴스에 26인의 릴레이 기고 '아이들의 시간을 지켜주세요'를 시작하였고, 이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보도 형식으로 배포합니다. 

 

4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만 5세가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실이 텅 비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영유아 교육의 현실입니다. 조기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발달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놀이와 탐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습니다. 영유아 교육 현장의 교사, 연구자, 부모, 정책 전문가 26인은 조기 사교육이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교육 현실을 짚고, 국가와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조기가 아닌 ‘적기교육’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제안합니다.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제때 자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필자: 전주리 ((사)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의 부모들이 영유아 교육기관에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초등학교에 가려면 지금부터 한글을 떼야 하지 않나요?”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요?”


내 아이가 학교에 가서 힘들지 않기를 바라고, 다른 아이보다 준비가 부족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이 저출산의 여파와 더불어 영유아 교육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불안을 파고든 사교육은 점점 더 낮은 연령으로 내려오고 있다. 더불어 기관 역시 원아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내세운 프로그램을 홍보한다. 한 기관이 한글과 영어, 수학을 강조하면 다른 기관도 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해 비슷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무력하게 생존의 압박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일곱 살의 한 해가 초등학교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점점 채워진다. 아이들은 누리과정에 맞춰 충분히 놀고, 친구와 갈등을 겪고 해결하며 자신의 몸과 감정을 이해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무언가를 미리 배우기 시작한다. 미리 배우는 것은 입학 준비가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불안을 더 가중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가려면 너 이러면 안 돼'라는 말을 은연중에 내비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음교육이 원래의 취지와 달리 자꾸 선행학습과 사교육 증가로 귀결되는 것도 바로 불안의 악순환 때문이다. 

 

■ 적응을 돕는 것과 미리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이음교육의 취지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생활하던 아이가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 느끼는 낯섦과 두려움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라면 부모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갓 입학한 아이에게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급식은 어떻게 먹는지,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 넓은 학교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익힐 기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을 돕는 것과 초등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음교육의 이름으로 한글 읽기와 쓰기, 독서교육, 수학과 영어 학습을 앞당긴다면 그것은 교육과정의 연결이 아니라 선행학습이다. 현장은 이미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이음교육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유아 대상 기관 내 선행학습 및 사교육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교육부의 정책이 누리과정 시간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이음교육이나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예산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누리과정 충실화를 강조하고 지원해야 한다. 영유아기는 초등학교를 준비하는 대기 기간이 아니고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와 발달 과제가 있는 삶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현장은 정부 정책이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고 말한다. 이음교육이 부모들에게 영유아시기에 초등을 준비하라는 신호로 작동한 것이다. 부모들은 마음이 다급해진다. 초등학교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영유아 시기의 준비로 해결하려는 순간,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책임은 가정과 사교육시장으로 넘어간다. 

 

■ 초등학교의 어려움은 초등학교가 바뀌며 해결해야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이후 생활을 힘들어한다고 해서 유아교육을 초등학교 방식에 맞출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의 환경부터 돌아봐야 한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읽기와 쓰기를 이미 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수업이 진행된다면 부모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입학 전부터 사교육을 찾게 된다. 

 

이음교육은 유아를 미리 초등학생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이 유아기의 놀이와 돌봄, 생활 중심 교육을 충분히 이어받는 방식이어야 한다. 움직임과 놀이, 휴식이 보장되는 교실과 공간도 필요하다.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적응은 초등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물론 초등학교 교사들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유아교기관에 묻고 싶은 또 다른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이음교육은 교사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 교사가 만나야 교육이 이어진다

 

현재는 이음교육이 학교 견학이나 급식실 체험과 같은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과 보고서에 넣을 사진을 찍는 것으로는 교육과정이 연결되지 않는다. 반대로 어린이집·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공동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확대하면 이미 업무가 많은 교사에게 행정 부담과 안전사고 책임만 더할 수 있다. 

 

이음교육은 새로운 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들이 서로의 교육과정과 아이들의 생활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영유아 교사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알아야 하고, 초등 교사는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경험한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관계를 맺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유아 교사와 초등 교사가 서로 만나 아이들의 생활, 놀이, 배움과 적응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새로운 행사를 지시하기보다 교사 간 협의 시간을 확보하고 전담 지원 인력과 안전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조건이 달라 이음교육 참여 기회에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양쪽 전문가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교환하고 아이를 위한 연대를 할 수 있다면 교사의 자부심이 살아나고 부모들의 불안에 대응할 수 있으며 아이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앙에서 정한 프로그램을 현장에 일괄적으로 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매일 만나는 영유아 교사와 초등 교사가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안할 때 비로소 현실적인 이음교육이 가능하다. 

 

■ 부모의 불안을 이용하지 않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을 안고 있다. 교육정책은 그 불안에 편승해 호응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불안은 사교육을 부르고, 사교육의 확대는 다시 다른 부모의 불안을 키운다. 이는 결국 아이를 낳기 두려운 사회를 만들어 저출산을 심화시킨다.

 

저출산 해결과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부모에게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에게는 교육과정 안에서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얼마나 준비되었는지를 경쟁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아이가 충분히 놀고 성장한 뒤, 두려움 없이 학교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사교육 없는 초등 이음교육의 출발점이다.  

2026. 09. 04.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천은아 책임연구원(02-797-4044/ 내선번호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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