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초등교육
이번 총선 교육 공약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돌봄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당 간 공약은 대동소이하나, 각 정당의 인력과 예산 확보 방안의 차이에 주목해야 합니다. 필요한 자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공약은, 빈말(空約)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가정과 개별 기관에 전가되어온, 유초등 교육의 국가적 책무성이 강화되어야만 사교육경감, 교육격차해소, 공교육 개선에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의 경우 돌봄 인력 확충과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돌봄의 책임을 전담하는 정책을 제시한 반면, △국민의힘의 돌봄정책은 기존 추진되고 있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을 입법으로 강화할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국민의힘은 공약 자료집에서 2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68조 9천억 원 위주로 늘봄학교 재원을 조달 하겠다 밝혔으나, 이 교부금은 작년 대비 6조 9천 억 원 가량 감액된 것입니다. 기존 초중등교육의 교육 예산에서 차감하지 않으면 늘봄학교에 투입할 별도의 예산이 없는 것입니다. 국가 돌봄을 내걸고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 그에 상응하는 국고 예산은 늘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한정된 규모의 교부금을 쪼개어 예산을 마련하도록 교육청에 행정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 합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예산편성과 집행을 입법으로 강제해선 안 됩니다. 공교육 차원에서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에 걸맞은 입법과 예산확보 등 제반환경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세 정당 모두 돌봄과 노동정책을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할 수 있지만, 각 정당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얼마나 일관된 정책을 시행 해왔는지 함께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혁신당은 유초등 교육·돌봄 관련 정책이 부재하며, △새로운미래는 돌봄청 신설 정책을 내걸었지만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초등 교육 공약 평가에서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의 정책은 ‘적절’로, 국민의힘과 새로운 미래의 정책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의 공약에서는 유초등 교육정책이나 돌봄 관련 공약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책임교육 강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가운데는 책임교육과 직접 관계된 정책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의 ‘맞춤형 성장 지원 및 멘토링 확대 방안’은 긍정적이나 벌어진 격차에 대한 보완책으로, 근본적인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이 함께 제시되지 않아 책임교육을 강화하기엔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정당의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아쉬운 부분입니다.
△반면, 녹색정의당의 공약은 중층 기본학력 보장시스템[(1단계) 한반 20명 등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 학습설계→(2단계) 1수업 2교사제 등 어려움 겪는 학생을 위한 개별 집중지원→(3단계) 학교 안팎 자원 등 전문적 도움 필요 학생을 위한 특별지원] 등 비교적 구체적인 책임교육 강화 모델을 제시하여 ‘매우 적절’로 평가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학교 밖의 다양한 주체들의 돌봄·멘토링·보충학습 참여 확대를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공약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정당 모두, 제시한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해 책임교육을 강화하기엔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의 경우 수학에서 국가책임교육을 강화할 수포자방지법을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학교별 ‘수학교과 성취도 평가 의무화’하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수학 교육에 문제가 있는 학교와 지역을 찾아 학생 대 교사 비율을 5대 1까지 줄여 수준별, 특화수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혁신당은 학교에서 수학시수를 줄이는 책임회피를 하여 사교육이 증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의 양을 떠나서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결손이 발생했는지 촘촘하고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그 진단 결과를 토대로 결손이 보완될 수 있도록 개별화 수업 체제를 구축하는 등,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학생 대비 교사의 수 혹은 시수와 같은 ‘양’만 늘린다고 수포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이 변별 기제 정도로 위축된 원인 중 하나가 변별 중심이자 획일적인 수능임에도, 개혁신당은 정시 100%확대, 수행평가 폐지 공약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매년 발표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가운데서 수학점수는 최상위이지만, 수학교육의 효율성(주당학습시간 대비 수학점수)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학교육의 양을 늘리는 것이 과연 수학에 대한 책임교육 방안인지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개혁신당의 수학책임교육 정책은 공교육의 교육력을 제고하거나 책임교육을 강화할 방안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매우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 교육과정-수업-평가 개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다수 의석을 확보해온 유력 정당임에도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 공교육의 교육력을 제고할 근본적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 및 평가에 관한 목표와 대안이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냈는데, 이것은 모순입니다. 자율평가의 전면 확대는 전수평가화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평가의 본래 의미가 아닌, 학교와 교사 간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한 측면이 있습니다. 맞춤형 책임교육을 위해 측정을 확대 강화하는 것은 경쟁교육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평가의 본질인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기여할 수 없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AI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생 맞춤형 성장 지원과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AI교과서 도입만으로는 공교육을 개선할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 AI교과서가 아닌 교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한편, AI교과서는 학생 맞춤 교육을 목표로 도입되고 있지만, 문제은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개념설명을 반복하고 수준별 문제를 제시한들, 우리 교육 현장에서 고질적으로 자행해온 반복적 문제풀이 훈련의 ‘사교육식 입시 대비 학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두 정당의 교육과정-수업-평가 개선 관련 공약은 경쟁고통해소, 사교육경감, 교육격차완화, 공교육개선을 종합적으로 달성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녹색정의당은 일제식 평가 폐지 방안과 학생 성장을 위해 평가를 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습니다. 이것은 과도한 변별로 왜곡된 평가를 학생 성장이라는 본래의 목적으로 회복시키겠다는 의미이며, 대입 절대평가를 시행하겠다는 당의 대입제도 공약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것은 경쟁고통해소, 사교육경감뿐 아니라 공교육개선에도 이바지할 근본적 청사진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특히 녹색정의당의 공약집은 생태·시민·노동 등 공교육의 사회적 목적을 고려한 교육과정 편성 계획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 필요성 증가와 그에 대비한 상호존중과 공동체 의식 함양’이라는 2022 개정교육과정의 핵심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 △조국혁신당의 경우 ‘학급규모가 아닌 교육과정 실행수준에 따른 교사 배치 및 일반고와 특성화고의 교육과정 특화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놓은 점은 긍정적이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공약 제시가 부족해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의 경우 공약에서는 첨단 산업과 과학을 강조하고 있어 미래 사회를 대비한 것으로 보이나, 상정하고 있는 인간상은 민주화 이전, 국가 산업에 종속된 학생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매우 미흡’으로 평가 했습니다. △새로운미래의 IB도입 공약은 교육과정 및 평가 혁신에 유의미한 부분이 있으나, 평가 방안 개선 및 대입과의 연동 등 세부 내용이 부재하여 미흡한 공약으로 평가했습니다.
■ 대입제도 개편
△이번 총선 공약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입제도 개편과 관계된 정책은 찾지 못하였습니다. 총선에 앞서 정당들이 가급적 논쟁적인 공약을 내지 않으려 하는 경향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우리 교육개혁에 빠져서는 안 될 핵심과제일 수 있습니다. 대입제도가 어떻게 설계되는가에 따라 고교 수업 방식과 질이 달라진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유력한 두 정당 모두 대입제도에 관한 공약이 빠져있는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녹색정의당은 대입제도 개편 공약을 냈는데, 이 가운데 수능과 내신 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정책방향은 경쟁교육과 사교육부담 완화를 위해 적절해 보입니다. 이는 공교육 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어 매우 적절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사회배려전형 확대는 교육 격차해소에 매우 필요한 정책이며, 학교 내신으로 대입을 평가한다는 방안은 대입준비 목적의 사교육을 줄이고, 학교 교육을 통해 대학입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보여 긍정적입니다. 단,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아 ‘적절’ 정도로만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 공약의 경우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대목이 자주 눈에 띕니다. 공정을 지나치게 강조한 대입제도는 미세한 점수 차이로 학생의 등급을 나누는 기형적인 평가 방식을 강화해 왔습니다. 이것은 교육의 지상 목표가 변별이라는 식의 가치 전도를 가져와, 교육을 통한 학생의 전인적 발달이나 건강한 사회성 함양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대입제도에서 공정한 경쟁은 보장하겠다는 공약은 묵은 방식을 되풀이할 뿐이며 경쟁고통 완화, 사교육비 경감뿐 아니라 교육의 정상화와도 무관합니다. 한편 대입제도 관련 공약인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는 대입과 관련하여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보장할 보완정책이 함께 제시되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학생들의 부담이 가중되며, 초중등 공교육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고교 서열화 완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고교서열화 해소 관련 정책이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교육부의 고교 정책을 반복 제시할 뿐 정책적 보완점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내 자공고2.0과 협약형 특성화고를 지정하여 지역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했지만, 일반고 전체의 교육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교육부가 수월성 높은 특정 고교를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은 다수 일반 고등학교에 대한 책임을 회피입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고교정책의 문제점을 개선·보완 할 방안이 공약에 포함되었어야 합니다.
△개혁신당도 지방 기숙형 특수목적 공립중고등학교, ‘책임교육학교’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습니다. 책임교육을 위해서라면 별도의 고교유형을 지역에 둘게 아니라, 기존의 공립 일반고의 교육력을 신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수월성을 목표로 하는 기숙형 특목고를 운영하는 것은 책임교육이 아니라 반대로, 해당 지역 고교 간 교육격차를 심화하고 결국 일반고의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두 정당의 고교체제 관련 정책을 매우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자사고 등 고교유형에 관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일반고와 특성화고의 교육력을 높이겠다는 정책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일반고 교육력 제고는 고교서열화를 유발해온 고교체제 개편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가능함에도 이러한 공약이 제외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조국혁신당이 추진하는 자사고 외고 등에 사회통합전형을 확대하는 정책은 필요한 정책이긴 하나, 고교 및 지역 간 격차해소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편이 요구됩니다.
△녹색정의당의 경우 그동안 교육 정책에서 소외 되어온 직업계 고등학교의 개편과 교육질 향상을 공약으로 취하고 있으며, 중등교육 생태계 정상화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 고교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제시한 점, 그리고 추첨제 선발 도입과 같은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녹색정의당의 교육정책 담당자가 고교서열화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모호하게 규정되어 혼란을 일으키는 고교유형을 단순화하는 입법 공약을 밝힌 정당이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고교유형을 초중등교육법에 명시하여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부합하는 고교체제를 확립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 대학 서열화 완화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구체적인 대학체제 개편안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그간 문제로 지적된 차별적 고등교육 지원에 대한 해소 대책이 포함되어 있어 긍정 평가했습니다. 수년전부터 경희대 김종영 교수가 제안해 온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전국의 9개 거점 국립대학에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투자해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자는 계획입니다. 이것은 과도한 대입경쟁을 유발하는 병목현상과 급속한 지방 소멸 현상을 막을 대안으로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이상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대학상향평준화 정책들과 연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정당의 공약 채택을 환영하며 ‘매우 적절’한 정책으로 평가했습니다.
△국민의힘의 경우 격차를 완화할 복지성 정책이 있으나, 대학구조의 모순을 해결할 정책은 아니므로 미흡하다 판단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한국형 계층이동성지표를 개발하여, 대학과 주요공공기관의 재정지원과 연결시킨다고 했으나, 이는 간접적 격차 해소방안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학 간 격차 해소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혁신당의 경우 국립대학 간 학점 교환 등 대학 네트워크의 아이디어가 보여 기대감을 줬으나, 함께 제시된 거점 국립대 정시 100%선발 정책은 엇박자를 가져올 정책입니다. 현재 방식의 수능의 영향력 확대가 공교육 질 저하 및 대입경쟁 해소에 기여할게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흡한 정책이라 평가했습니다.
△새로운미래의 경우 지방대학교에 채용 조건의 계약학과 설치 운영을 내걸었으나, 지방대학의 교육 여건 개선 방안 및 기업 유치 방안 등 지역인프라 보완에 대한 정책을 함께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과 열악한 지방 대학교 교육여건에 대한 개선이 없이, 채용 조건의 계약학과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수도권과 지역 간 교육격차를 완화할 수 없습니다.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는 일은 고등교육 체계를 바꾸는 일일 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 병목현상으로 인한 대입경쟁 완화 및 사교육경감, 초중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교육개혁 과제입니다. 교육부도 RISE 사업을 제시하며 기업유치 등을 통한 지역과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격차를 해소 하겠다고 밝혔지만 고등교육을 위한 재원 확충과 서열화 된 대학체제의 구조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교육걱정도 ‘대학입학보장제’라는 대학 네트워크 체제 구축을 통한 대학체제 및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대학입학보장제는 사립대학도 대학네트워크 안에 포함시켜 지원할 계획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다른 점들이 있지만, 이 대학체제 개선을 위한 정책들은 서로 장단점을 살리거나 보완하는 연동이 가능합니다. 이번 대학체제 개선 공약 제시에서 미흡함을 보인 정당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도 총선 전후 제시된 다양한 대학 체제 관련 공약의 핵심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더 나은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학력·학벌 차별 방지 대책
졸업 이후 취업과정 혹은 직장 내 학력과 학벌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교육정책이 아닌 것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이것은 교육 개혁을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근래 두드러진 의대 쏠림현상과 초등-의대준비반은 출신학교와 학과에 따른 일자리의 질과 소득에 깊은 격차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험을 잘 봐야 평생 더 나은 삶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23년 사교육비가 다시 역대급 기록을 경신한 것은 이 현실이 강화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그러므로 직접적으로 교육을 개선할 정책과 함께 교육에서 벌어진 격차가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교육보다는 노동 공약의 차원에서 접근하여 차별을 줄이는 면이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교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적절’ 정도로 평가 했습니다. △녹색정의당은 학력 차별은 교실을 전장으로 만드는 주원인으로 인식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을 보여준 점이 돋보입니다. 이 부분은 학력 차별 외 녹색정의당의 다른 교육공약(정책)과도 상응하는 면이 있어 공약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역차별 문제 해소 등 추후 시행과정에서 해결할 문제가 없지 않으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기초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채용과 임금제도 정책 제안은 매우 적절합니다. △조국신당의 경우 계층 이동을 위한 방안(예: 사회통합형선발 강화)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채용 시 학력 및 학벌 차별을 방지할 법안 도입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아, 관련 공약 없음으로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의 ‘공기업 정부기관 채용 시 공정 경쟁’ 정책은 출신학교나 계층 등의 배경과 무관하게 직무의 적합성과 역량으로 채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험성적과 같은 결과의 공정을 중심으로 하는 방식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후자라면 교육이 기회의 사다리가 되지 못하고 기울어진 경제사회적 격차를 고스란히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 기타 사교육경감 관련 공약
모든 교육정책은 ‘사교육 경감 대책’이란 정책명을 직접 달고 있지 않더라도, 경쟁고통 해소와 사교육경감이라는 교육 개혁 과제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정당은 직접적으로 사교육경감을 위한 것으로 명시한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평가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사교육 경감 정책으로 명시한 정책을 발표한 정당은 국민의힘과 녹색정의당입니다. 사교육경감을 목표로 별도의 총선 공약을 제시한 만큼 사교육 경감을 위한 직접적인 제도와 법률 입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위주로 점검했습니다.
△국민의힘은 ‘EB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사교육 경감 추진’을 사교육경감대책으로 내놓았습니다(새로운미래의 경우 EBS기반 전 국민 온라인 무상교육을 내걸었으나 이는 평생교육 정책에 가까움). 이것은 일부 사교육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사교육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공교육의 교육의 질 개선·향상’을 가져올 정책은 아닙니다. 사교육의 대체재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EBS 문제와 수능의 연계는 암기 위주의 교육을 강화하는 면이 있어 오히려 공교육 개선과 발전이 지체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녹색정의당의 경우, 공교육 개선과 경쟁교육 완화 방안을 충실히 담은 ‘사교육 부담 해소 종합대책’과 함께 사교육에서의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서의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것은 그간 선행교육규제법의 우선 보완 과제에 해당되는 것으로 22대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회 입법을 통해 사교육을 직접 규제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 안에 있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총선 공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행교육규제법 개정과 함께 시도교육청의 교습비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학원법의 보완도 함께 이루어지길 녹색정의당 및 모든 정당에 요구합니다. ■ 총평
각 정당의 교육공약에 대한 총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래 사회를 위한 교육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정당은 녹색정의당이었습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파편화된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서열화 된 대학체제 개선, 그와 연동된 대입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며 공교육의 질을 높일 교육과정의 혁신, 사교육을 규제할 법률·제도적 접근 등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녹색정의당이 공약한 정책들은 경쟁고통해소와 사교육경감이란 목표를 일관되게 지향하고 있어 현장에서도 정책 간 충돌 없이 비교적 잘 연계되어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서열화 된 대학체제와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돋보입니다(참고. 녹색정의당도 동일하게 채택). 대학체제의 개선이 수도권 중심의 과도한 쏠림을 방지하고 대학 간 상상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유력 다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교육정책에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입제도를 개선할 정책이 없는 점, 교육과정을 혁신할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수권 정당의 정무적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국민의힘의 교육공약은 그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공약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늘봄학교 확대나 교육발전특구를 통한 공교육혁신 방안, 천원의 아침밥 등 학생 복지 정책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 정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난맥상은 학교 현장 및 관계 기관과 충분한 소통과 준비 없이 강행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각종 감세정책과 세수 부족으로 인해 지방재정교부금이 축소되어 재정 확보가 불투명하며 돌봄을 수행할 인력과 책임 기관이 확정되지 못했음에도 2024년 내 늘봄학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될 예정입니다. 국민의힘의 공약에서 이러한 각종 교육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국회 차원의 중재방안 및 보완대책(예산확보 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존 행정부 정책의 이른바 ‘복사와 붙여넣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정당은 선거가 임박하여 새롭게 등장한 정당들로 정책의 구체성에 있어 다소 부족함을 보였습니다. △새로운미래의 경우 IB교육프로그램 도입과 EBS 전국민 온라인 무상교육 확대라는 교육과 관계된 공약을 제시했지만 교육문제가 우리사회의 위기와 관계되어 있다는 근본적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개혁신당의 경우, 공정을 강조하면서 지방거점국립대 정시 100% 및 수포자 방지법 등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자유 경쟁을 전제하고 있어 교육문제의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정책 아래 깔린 근본적 교육철학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교육은 산업과 국가경쟁력을 위한 도구가 되어선 안 됩니다. △조국혁신당의 교육공약은 일반고와 특성화고의 교육력 제고 계획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교서열화를 유발하는 고교유형과 체제의 개편 방안 없이, 사회배려전형 확대와 같은 보완대책만을 내놓아, 공교육 문제를 해결할 정책으론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밖에도 조국혁신당은 영역별 교육정책을 추가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교육공약 개선을 위한 5대 요구 사항
사교육걱정은 위 평가에 근거하여 모든 정당이 중점적으로 보완해야 할 내용을 다음 5가지로 요약하여 제시합니다.
첫째, 학생들이 겪고 있는 경쟁고통 해소를 교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십시오. 어떤 부모도 자녀를 입시지옥에 낳아 기르고 싶지 않습니다. 이 뿐 아니라 경쟁고통은 경쟁적 사교육비 지출로 이어져 부모의 노후 생존까지 위협합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든 정당은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 된 대학체제를 개선할 입법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십시오.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방대학의 교육여건을 강화하고 재정을 지원하려는 교육부(및 국민의힘)의 정책과 그 문제의식에 있어 공통점이 있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 아닌 근본적 구조개혁이 되도록 초당적 정책 수립을 요구합니다.
셋째, 변별 중심의 대입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십시오. 정당들의 공약 대부분에서 대입제도 개선의지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비교 경쟁에 시달리게 만드는 상대평가 위주의 대학수능시험과 내신제도의 개선 없이 교실이 전쟁터가 되는 현실을 막을 수 없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사교육걱정이 의원실과 함께 발의 추진하였던 상대평가 금지법안 등을 검토해주기 바랍니다. EBS컨텐츠 확대나 AI교과서 도입은 보조적 도구일 뿐 교육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넷째, 공교육을 강화할 구체적 정책을 개발하십시오. 대입 병목현상 개선과 함께 공교육의 질을 개선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급당 적정인원 배치 계획 및 일부 정당에서 올바르게 추진하고 있는 학생 맞춤형 지원 방안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특히 중등교육의 다양성과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제가 지속될 동력이 확보되어야 하며, 일부 정당들이 공약한 고교유형 확대 정책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별도의 고교유형을 두어 교육력을 신장하겠다는 것은 모두를 위한 보편적 교육의 개선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다섯째, 제시한 공약을 이행할 인력과 자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십시오. 다양한 정책명을 달아 제시한 영유아 교육·돌봄의 국가 책임강화는 유력한 정당 혹은 정치인이 선언한다고 현장에 도입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회 원 구성 이후 정책을 실행하기에 부족한 인력과 예산 등 자원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번 발표된 공약 가운데, 공통적인 가치와 목적의 정책이 추진될 때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는 일에 정당을 초월한 협치를 보여주십시오.
사교육걱정은 주요 정당의 총선 교육공약을 살펴보고 초저출생과 지역소멸 위기라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담겨있는지를 평가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을 제시했습니다. 본 평가가 유권자들의 알권리 충족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각 정당이 이번 평가를 통해 공약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2대 총선 이후, 비교한 정책들 가운데 타당한 것들은 정파를 초월하여 적극 수용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이 정파와 이념에 좌우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은 교육의 변화를 위한 모든 정당의 노력을 응원하는 한편 22대 국회가 실제 공약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분석 및 평가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알리는 일을 쉬지 않을 것입니다. 2024. 4. 4.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백병환 정책팀장(02-797-4044, 내선 501) 정책대안연구소장 구본창(02-797-4044, 내선 507) |
■ 제 22대 총선 주요 6개 정당 교육공약 평가 기자회견(2024.04.04.)
제 22대 총선의 정당별 교육 공약을 평가하고 5대 개선 과제를 제안합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4월 4일(목) 오전 11시, ‘22대 총선 주요 6개 정당 교육공약’의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함.
▲우리 교육 문제, 특히 경쟁교육과 사교육 부담이 초래하는 압박은 초저출생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사회 난제가 되었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과 각 정당의 교육정책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음.
▲ 이에 2024년 4월 10일 제 22대 국회의원선거 전 각 정당이 발표한 교육공약을 비교 분석 후 평가하였음.
▲ 평가의 목적: ①교육문제 해결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기준을 제시하며 ②향후 국회 원 구성 이후 공약 보완 및 실천을 요구하고 ③나아가 정당 간 상호 협력과 더 나은 대안 마련을 통해 우리 교육이 혁신되는데 이바지하기 위함.
▲ 평가의 기준: 정당이 공약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육정책을 현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4대 핵심 과제를 기준으로 평가함. ①경쟁 교육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가? ②사교육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되는가? ③교육격차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④공교육을 개선할 수 있는가?
▲ 공약 평가의 대상이 되는 정당은 원내 국회의원이 있는 7개 정당 중, 교육정책 공약을 일정 수 이상 공시한 경우로 제한하였음. (국회 1석을 확보하고 있는 진보당의 경우, 돌봄 공약을 포함하고 있으나 노인 간병 등 복지정책과 관련성이 크다고 판단되어 제외, 자유통일당의 경우 종교사학 자율성 보장 관련 정책 외에 교육관련 공약 없어 제외함.) ※정당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비례 정당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연합 및 국민의미래도 평가에서 제외함.
▲각 정당의 제 22대 총선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정책·공약마당(https://policy.nec.go.kr/)에 등록된 정책 자료집을 통해 수집하였으며, 일부 정책들의 경우 해당 정당의 홈페이지나 언론보도를 참조하여 내용을 파악하였음.
▲ 정당의 교육공약을 사교육걱정이 실천해 온 입시경쟁과 사교육고통 해소를 위한 교육운동의 주요 영역(유초등교육, 중등교육, 교육과정, 대학입시, 고교체제, 대학체제, 사교육 부담 완화 등)을 기준 삼아 분류한 후, 정당이 해당 영역과 관계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와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안들을 고려하고 있는지 위주로 판단하였음.
※ 주의: △관련 공약이 제시되었다고 해도 그 정책의 실현 가능성 여부는 국가 재정 등 다양한 요소와 함께 판단되어야하기에 유권자의 종합적 고려와 검토가 필요함. △교육공약이 입시경쟁과 사교육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인지 위주로 평가한 것이므로, 본 평가가 각 정당 전체 공약의 질을 판단할 지표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것.
■ 22대 총선 6개 정당 교육공약 한줄평
※사교육걱정의 4대 교육개혁 과제를 기준으로 평가함.
20대 대통령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공통된 수식어는 ‘공약 희미’ 혹은 ‘공약 실종’입니다. 주권자로서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은 후보의 공약이 사회와 개인의 삶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데, ‘이슈‧구도‧인물’이 공약을 덮는 작금의 사태는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주일 남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주요 정당이 어떤 교육공약을 당론으로 채택했는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이 어떤 교육공약을 표방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교육비 부담이 초저출생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고, 이것이 다시 인구소멸과 지역격차로 이어지는 사회적 난제가 되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래서 교육부도 ‘교육개혁으로 초저출산 등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올해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에 발표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볼 때 현실은 참담합니다. 사교육비는 역대급 수치를 갱신했고, 소득과 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의 차이도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정책과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어떤 공약을 법률과 제도로 구현하려고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은 2024년 4월 10일에 실시되는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교육공약을 수집한 후 평가했습니다. 평가 시, 교육문제 해결의 4대 핵심과제인 ①경쟁교육 해소, ②사교육 경감, ③교육격차 해소, ④공교육 개선에 기여할 정책적 타당성과 구체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공약을 검토했습니다.
총 59개에 육박하는 정당이 총선에 참가하여 정당정책을 발표했지만(중앙선관위 기준), 본 평가는 현재 국회에서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원내 정당 중 유의미한 교육공약을 제시한 여섯 개 정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조국혁신당을 중심으로 평가 했습니다.
■ 세부 정책 평가
정당들이 교육이라는 일관된 범주 아래 교육공약을 발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교육걱정은 다양한 정책 목표와 정책명 아래 흩어져있는 교육관련 공약을 수집한 후, ①유초등교육, ②책임교육 강화, ③교육과정-수업-평가 개선, ④대입제도 개편, ⑤고교서열화 완화, ⑥대학서열화 완화, ⑦학력·학벌 차별 방지 총 7가지 항목으로 분류했습니다. 이 항목들은 입시경쟁고통해소와 사교육경감을 위한 본 단체 정책제안운동의 교육정책 영역분류와 일치합니다.
(6개 정당의 교육공약을 요약하여 모은 표는 아래 링크로 연결된 정당 교육공약 일람표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 6개 정당 교육공약 일람표 다운로드 링크 ☞ https://zrr.kr/TOA2
이후 분류한 각 정당 공약들의 타당성과 구체성 정도에 따라 ▪매우 적절, ▪적절, ▪미흡, ▪매우 미흡, ▪관련 정책 없음으로 평정하였습니다.
[표] 22대 총선 6개 정당 교육공약 평가 기준 및 결과
※각 정당의 학생인권 및 교권 관련 공약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함.
■ 유초등교육
이번 총선 교육 공약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돌봄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당 간 공약은 대동소이하나, 각 정당의 인력과 예산 확보 방안의 차이에 주목해야 합니다. 필요한 자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공약은, 빈말(空約)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가정과 개별 기관에 전가되어온, 유초등 교육의 국가적 책무성이 강화되어야만 사교육경감, 교육격차해소, 공교육 개선에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의 경우 돌봄 인력 확충과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돌봄의 책임을 전담하는 정책을 제시한 반면, △국민의힘의 돌봄정책은 기존 추진되고 있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을 입법으로 강화할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국민의힘은 공약 자료집에서 2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68조 9천억 원 위주로 늘봄학교 재원을 조달 하겠다 밝혔으나, 이 교부금은 작년 대비 6조 9천 억 원 가량 감액된 것입니다. 기존 초중등교육의 교육 예산에서 차감하지 않으면 늘봄학교에 투입할 별도의 예산이 없는 것입니다. 국가 돌봄을 내걸고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 그에 상응하는 국고 예산은 늘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한정된 규모의 교부금을 쪼개어 예산을 마련하도록 교육청에 행정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 합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예산편성과 집행을 입법으로 강제해선 안 됩니다. 공교육 차원에서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에 걸맞은 입법과 예산확보 등 제반환경 구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세 정당 모두 돌봄과 노동정책을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할 수 있지만, 각 정당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얼마나 일관된 정책을 시행 해왔는지 함께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혁신당은 유초등 교육·돌봄 관련 정책이 부재하며, △새로운미래는 돌봄청 신설 정책을 내걸었지만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초등 교육 공약 평가에서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조국혁신당의 정책은 ‘적절’로, 국민의힘과 새로운 미래의 정책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의 공약에서는 유초등 교육정책이나 돌봄 관련 공약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책임교육 강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가운데는 책임교육과 직접 관계된 정책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의 ‘맞춤형 성장 지원 및 멘토링 확대 방안’은 긍정적이나 벌어진 격차에 대한 보완책으로, 근본적인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이 함께 제시되지 않아 책임교육을 강화하기엔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정당의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아쉬운 부분입니다.
△반면, 녹색정의당의 공약은 중층 기본학력 보장시스템[(1단계) 한반 20명 등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 학습설계→(2단계) 1수업 2교사제 등 어려움 겪는 학생을 위한 개별 집중지원→(3단계) 학교 안팎 자원 등 전문적 도움 필요 학생을 위한 특별지원] 등 비교적 구체적인 책임교육 강화 모델을 제시하여 ‘매우 적절’로 평가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학교 밖의 다양한 주체들의 돌봄·멘토링·보충학습 참여 확대를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공약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정당 모두, 제시한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해 책임교육을 강화하기엔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의 경우 수학에서 국가책임교육을 강화할 수포자방지법을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학교별 ‘수학교과 성취도 평가 의무화’하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수학 교육에 문제가 있는 학교와 지역을 찾아 학생 대 교사 비율을 5대 1까지 줄여 수준별, 특화수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혁신당은 학교에서 수학시수를 줄이는 책임회피를 하여 사교육이 증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의 양을 떠나서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결손이 발생했는지 촘촘하고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그 진단 결과를 토대로 결손이 보완될 수 있도록 개별화 수업 체제를 구축하는 등,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학생 대비 교사의 수 혹은 시수와 같은 ‘양’만 늘린다고 수포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이 변별 기제 정도로 위축된 원인 중 하나가 변별 중심이자 획일적인 수능임에도, 개혁신당은 정시 100%확대, 수행평가 폐지 공약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매년 발표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가운데서 수학점수는 최상위이지만, 수학교육의 효율성(주당학습시간 대비 수학점수)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학교육의 양을 늘리는 것이 과연 수학에 대한 책임교육 방안인지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개혁신당의 수학책임교육 정책은 공교육의 교육력을 제고하거나 책임교육을 강화할 방안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매우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 교육과정-수업-평가 개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다수 의석을 확보해온 유력 정당임에도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 공교육의 교육력을 제고할 근본적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 및 평가에 관한 목표와 대안이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냈는데, 이것은 모순입니다. 자율평가의 전면 확대는 전수평가화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평가의 본래 의미가 아닌, 학교와 교사 간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한 측면이 있습니다. 맞춤형 책임교육을 위해 측정을 확대 강화하는 것은 경쟁교육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평가의 본질인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기여할 수 없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AI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생 맞춤형 성장 지원과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AI교과서 도입만으로는 공교육을 개선할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 AI교과서가 아닌 교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한편, AI교과서는 학생 맞춤 교육을 목표로 도입되고 있지만, 문제은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개념설명을 반복하고 수준별 문제를 제시한들, 우리 교육 현장에서 고질적으로 자행해온 반복적 문제풀이 훈련의 ‘사교육식 입시 대비 학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두 정당의 교육과정-수업-평가 개선 관련 공약은 경쟁고통해소, 사교육경감, 교육격차완화, 공교육개선을 종합적으로 달성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녹색정의당은 일제식 평가 폐지 방안과 학생 성장을 위해 평가를 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습니다. 이것은 과도한 변별로 왜곡된 평가를 학생 성장이라는 본래의 목적으로 회복시키겠다는 의미이며, 대입 절대평가를 시행하겠다는 당의 대입제도 공약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것은 경쟁고통해소, 사교육경감뿐 아니라 공교육개선에도 이바지할 근본적 청사진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특히 녹색정의당의 공약집은 생태·시민·노동 등 공교육의 사회적 목적을 고려한 교육과정 편성 계획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 필요성 증가와 그에 대비한 상호존중과 공동체 의식 함양’이라는 2022 개정교육과정의 핵심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 △조국혁신당의 경우 ‘학급규모가 아닌 교육과정 실행수준에 따른 교사 배치 및 일반고와 특성화고의 교육과정 특화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놓은 점은 긍정적이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공약 제시가 부족해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의 경우 공약에서는 첨단 산업과 과학을 강조하고 있어 미래 사회를 대비한 것으로 보이나, 상정하고 있는 인간상은 민주화 이전, 국가 산업에 종속된 학생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매우 미흡’으로 평가 했습니다. △새로운미래의 IB도입 공약은 교육과정 및 평가 혁신에 유의미한 부분이 있으나, 평가 방안 개선 및 대입과의 연동 등 세부 내용이 부재하여 미흡한 공약으로 평가했습니다.
■ 대입제도 개편
△이번 총선 공약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입제도 개편과 관계된 정책은 찾지 못하였습니다. 총선에 앞서 정당들이 가급적 논쟁적인 공약을 내지 않으려 하는 경향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우리 교육개혁에 빠져서는 안 될 핵심과제일 수 있습니다. 대입제도가 어떻게 설계되는가에 따라 고교 수업 방식과 질이 달라진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유력한 두 정당 모두 대입제도에 관한 공약이 빠져있는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녹색정의당은 대입제도 개편 공약을 냈는데, 이 가운데 수능과 내신 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정책방향은 경쟁교육과 사교육부담 완화를 위해 적절해 보입니다. 이는 공교육 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어 매우 적절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사회배려전형 확대는 교육 격차해소에 매우 필요한 정책이며, 학교 내신으로 대입을 평가한다는 방안은 대입준비 목적의 사교육을 줄이고, 학교 교육을 통해 대학입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보여 긍정적입니다. 단,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아 ‘적절’ 정도로만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 공약의 경우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대목이 자주 눈에 띕니다. 공정을 지나치게 강조한 대입제도는 미세한 점수 차이로 학생의 등급을 나누는 기형적인 평가 방식을 강화해 왔습니다. 이것은 교육의 지상 목표가 변별이라는 식의 가치 전도를 가져와, 교육을 통한 학생의 전인적 발달이나 건강한 사회성 함양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대입제도에서 공정한 경쟁은 보장하겠다는 공약은 묵은 방식을 되풀이할 뿐이며 경쟁고통 완화, 사교육비 경감뿐 아니라 교육의 정상화와도 무관합니다. 한편 대입제도 관련 공약인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는 대입과 관련하여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보장할 보완정책이 함께 제시되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학생들의 부담이 가중되며, 초중등 공교육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고교 서열화 완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고교서열화 해소 관련 정책이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교육부의 고교 정책을 반복 제시할 뿐 정책적 보완점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내 자공고2.0과 협약형 특성화고를 지정하여 지역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했지만, 일반고 전체의 교육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교육부가 수월성 높은 특정 고교를 별도로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은 다수 일반 고등학교에 대한 책임을 회피입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고교정책의 문제점을 개선·보완 할 방안이 공약에 포함되었어야 합니다.
△개혁신당도 지방 기숙형 특수목적 공립중고등학교, ‘책임교육학교’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습니다. 책임교육을 위해서라면 별도의 고교유형을 지역에 둘게 아니라, 기존의 공립 일반고의 교육력을 신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수월성을 목표로 하는 기숙형 특목고를 운영하는 것은 책임교육이 아니라 반대로, 해당 지역 고교 간 교육격차를 심화하고 결국 일반고의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두 정당의 고교체제 관련 정책을 매우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자사고 등 고교유형에 관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일반고와 특성화고의 교육력을 높이겠다는 정책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일반고 교육력 제고는 고교서열화를 유발해온 고교체제 개편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가능함에도 이러한 공약이 제외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조국혁신당이 추진하는 자사고 외고 등에 사회통합전형을 확대하는 정책은 필요한 정책이긴 하나, 고교 및 지역 간 격차해소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편이 요구됩니다.
△녹색정의당의 경우 그동안 교육 정책에서 소외 되어온 직업계 고등학교의 개편과 교육질 향상을 공약으로 취하고 있으며, 중등교육 생태계 정상화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 고교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제시한 점, 그리고 추첨제 선발 도입과 같은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녹색정의당의 교육정책 담당자가 고교서열화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모호하게 규정되어 혼란을 일으키는 고교유형을 단순화하는 입법 공약을 밝힌 정당이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고교유형을 초중등교육법에 명시하여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부합하는 고교체제를 확립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 대학 서열화 완화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구체적인 대학체제 개편안을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그간 문제로 지적된 차별적 고등교육 지원에 대한 해소 대책이 포함되어 있어 긍정 평가했습니다. 수년전부터 경희대 김종영 교수가 제안해 온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전국의 9개 거점 국립대학에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투자해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자는 계획입니다. 이것은 과도한 대입경쟁을 유발하는 병목현상과 급속한 지방 소멸 현상을 막을 대안으로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이상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대학상향평준화 정책들과 연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정당의 공약 채택을 환영하며 ‘매우 적절’한 정책으로 평가했습니다.
△국민의힘의 경우 격차를 완화할 복지성 정책이 있으나, 대학구조의 모순을 해결할 정책은 아니므로 미흡하다 판단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한국형 계층이동성지표를 개발하여, 대학과 주요공공기관의 재정지원과 연결시킨다고 했으나, 이는 간접적 격차 해소방안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학 간 격차 해소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혁신당의 경우 국립대학 간 학점 교환 등 대학 네트워크의 아이디어가 보여 기대감을 줬으나, 함께 제시된 거점 국립대 정시 100%선발 정책은 엇박자를 가져올 정책입니다. 현재 방식의 수능의 영향력 확대가 공교육 질 저하 및 대입경쟁 해소에 기여할게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흡한 정책이라 평가했습니다.
△새로운미래의 경우 지방대학교에 채용 조건의 계약학과 설치 운영을 내걸었으나, 지방대학의 교육 여건 개선 방안 및 기업 유치 방안 등 지역인프라 보완에 대한 정책을 함께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과 열악한 지방 대학교 교육여건에 대한 개선이 없이, 채용 조건의 계약학과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수도권과 지역 간 교육격차를 완화할 수 없습니다.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는 일은 고등교육 체계를 바꾸는 일일 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 병목현상으로 인한 대입경쟁 완화 및 사교육경감, 초중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교육개혁 과제입니다. 교육부도 RISE 사업을 제시하며 기업유치 등을 통한 지역과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격차를 해소 하겠다고 밝혔지만 고등교육을 위한 재원 확충과 서열화 된 대학체제의 구조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교육걱정도 ‘대학입학보장제’라는 대학 네트워크 체제 구축을 통한 대학체제 및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대학입학보장제는 사립대학도 대학네트워크 안에 포함시켜 지원할 계획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다른 점들이 있지만, 이 대학체제 개선을 위한 정책들은 서로 장단점을 살리거나 보완하는 연동이 가능합니다. 이번 대학체제 개선 공약 제시에서 미흡함을 보인 정당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도 총선 전후 제시된 다양한 대학 체제 관련 공약의 핵심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더 나은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학력·학벌 차별 방지 대책
졸업 이후 취업과정 혹은 직장 내 학력과 학벌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교육정책이 아닌 것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이것은 교육 개혁을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근래 두드러진 의대 쏠림현상과 초등-의대준비반은 출신학교와 학과에 따른 일자리의 질과 소득에 깊은 격차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험을 잘 봐야 평생 더 나은 삶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23년 사교육비가 다시 역대급 기록을 경신한 것은 이 현실이 강화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그러므로 직접적으로 교육을 개선할 정책과 함께 교육에서 벌어진 격차가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교육보다는 노동 공약의 차원에서 접근하여 차별을 줄이는 면이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교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적절’ 정도로 평가 했습니다. △녹색정의당은 학력 차별은 교실을 전장으로 만드는 주원인으로 인식하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을 보여준 점이 돋보입니다. 이 부분은 학력 차별 외 녹색정의당의 다른 교육공약(정책)과도 상응하는 면이 있어 공약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역차별 문제 해소 등 추후 시행과정에서 해결할 문제가 없지 않으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기초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채용과 임금제도 정책 제안은 매우 적절합니다. △조국신당의 경우 계층 이동을 위한 방안(예: 사회통합형선발 강화)들을 제시하고 있으나, 채용 시 학력 및 학벌 차별을 방지할 법안 도입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아, 관련 공약 없음으로 평가했습니다. △개혁신당의 ‘공기업 정부기관 채용 시 공정 경쟁’ 정책은 출신학교나 계층 등의 배경과 무관하게 직무의 적합성과 역량으로 채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험성적과 같은 결과의 공정을 중심으로 하는 방식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후자라면 교육이 기회의 사다리가 되지 못하고 기울어진 경제사회적 격차를 고스란히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 기타 사교육경감 관련 공약
모든 교육정책은 ‘사교육 경감 대책’이란 정책명을 직접 달고 있지 않더라도, 경쟁고통 해소와 사교육경감이라는 교육 개혁 과제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정당은 직접적으로 사교육경감을 위한 것으로 명시한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평가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사교육 경감 정책으로 명시한 정책을 발표한 정당은 국민의힘과 녹색정의당입니다. 사교육경감을 목표로 별도의 총선 공약을 제시한 만큼 사교육 경감을 위한 직접적인 제도와 법률 입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위주로 점검했습니다.
△국민의힘은 ‘EB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사교육 경감 추진’을 사교육경감대책으로 내놓았습니다(새로운미래의 경우 EBS기반 전 국민 온라인 무상교육을 내걸었으나 이는 평생교육 정책에 가까움). 이것은 일부 사교육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사교육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공교육의 교육의 질 개선·향상’을 가져올 정책은 아닙니다. 사교육의 대체재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EBS 문제와 수능의 연계는 암기 위주의 교육을 강화하는 면이 있어 오히려 공교육 개선과 발전이 지체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녹색정의당의 경우, 공교육 개선과 경쟁교육 완화 방안을 충실히 담은 ‘사교육 부담 해소 종합대책’과 함께 사교육에서의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서의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것은 그간 선행교육규제법의 우선 보완 과제에 해당되는 것으로 22대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회 입법을 통해 사교육을 직접 규제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 안에 있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총선 공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행교육규제법 개정과 함께 시도교육청의 교습비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학원법의 보완도 함께 이루어지길 녹색정의당 및 모든 정당에 요구합니다.
■ 총평
각 정당의 교육공약에 대한 총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래 사회를 위한 교육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정당은 녹색정의당이었습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파편화된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서열화 된 대학체제 개선, 그와 연동된 대입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며 공교육의 질을 높일 교육과정의 혁신, 사교육을 규제할 법률·제도적 접근 등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녹색정의당이 공약한 정책들은 경쟁고통해소와 사교육경감이란 목표를 일관되게 지향하고 있어 현장에서도 정책 간 충돌 없이 비교적 잘 연계되어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서열화 된 대학체제와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돋보입니다(참고. 녹색정의당도 동일하게 채택). 대학체제의 개선이 수도권 중심의 과도한 쏠림을 방지하고 대학 간 상상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유력 다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교육정책에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입제도를 개선할 정책이 없는 점, 교육과정을 혁신할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수권 정당의 정무적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국민의힘의 교육공약은 그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공약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늘봄학교 확대나 교육발전특구를 통한 공교육혁신 방안, 천원의 아침밥 등 학생 복지 정책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 정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난맥상은 학교 현장 및 관계 기관과 충분한 소통과 준비 없이 강행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각종 감세정책과 세수 부족으로 인해 지방재정교부금이 축소되어 재정 확보가 불투명하며 돌봄을 수행할 인력과 책임 기관이 확정되지 못했음에도 2024년 내 늘봄학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될 예정입니다. 국민의힘의 공약에서 이러한 각종 교육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국회 차원의 중재방안 및 보완대책(예산확보 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존 행정부 정책의 이른바 ‘복사와 붙여넣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정당은 선거가 임박하여 새롭게 등장한 정당들로 정책의 구체성에 있어 다소 부족함을 보였습니다. △새로운미래의 경우 IB교육프로그램 도입과 EBS 전국민 온라인 무상교육 확대라는 교육과 관계된 공약을 제시했지만 교육문제가 우리사회의 위기와 관계되어 있다는 근본적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개혁신당의 경우, 공정을 강조하면서 지방거점국립대 정시 100% 및 수포자 방지법 등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자유 경쟁을 전제하고 있어 교육문제의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정책 아래 깔린 근본적 교육철학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교육은 산업과 국가경쟁력을 위한 도구가 되어선 안 됩니다. △조국혁신당의 교육공약은 일반고와 특성화고의 교육력 제고 계획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교서열화를 유발하는 고교유형과 체제의 개편 방안 없이, 사회배려전형 확대와 같은 보완대책만을 내놓아, 공교육 문제를 해결할 정책으론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밖에도 조국혁신당은 영역별 교육정책을 추가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교육공약 개선을 위한 5대 요구 사항
사교육걱정은 위 평가에 근거하여 모든 정당이 중점적으로 보완해야 할 내용을 다음 5가지로 요약하여 제시합니다.
첫째, 학생들이 겪고 있는 경쟁고통 해소를 교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십시오. 어떤 부모도 자녀를 입시지옥에 낳아 기르고 싶지 않습니다. 이 뿐 아니라 경쟁고통은 경쟁적 사교육비 지출로 이어져 부모의 노후 생존까지 위협합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든 정당은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 된 대학체제를 개선할 입법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십시오.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방대학의 교육여건을 강화하고 재정을 지원하려는 교육부(및 국민의힘)의 정책과 그 문제의식에 있어 공통점이 있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 아닌 근본적 구조개혁이 되도록 초당적 정책 수립을 요구합니다.
셋째, 변별 중심의 대입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십시오. 정당들의 공약 대부분에서 대입제도 개선의지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비교 경쟁에 시달리게 만드는 상대평가 위주의 대학수능시험과 내신제도의 개선 없이 교실이 전쟁터가 되는 현실을 막을 수 없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사교육걱정이 의원실과 함께 발의 추진하였던 상대평가 금지법안 등을 검토해주기 바랍니다. EBS컨텐츠 확대나 AI교과서 도입은 보조적 도구일 뿐 교육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넷째, 공교육을 강화할 구체적 정책을 개발하십시오. 대입 병목현상 개선과 함께 공교육의 질을 개선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급당 적정인원 배치 계획 및 일부 정당에서 올바르게 추진하고 있는 학생 맞춤형 지원 방안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특히 중등교육의 다양성과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제가 지속될 동력이 확보되어야 하며, 일부 정당들이 공약한 고교유형 확대 정책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별도의 고교유형을 두어 교육력을 신장하겠다는 것은 모두를 위한 보편적 교육의 개선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다섯째, 제시한 공약을 이행할 인력과 자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십시오. 다양한 정책명을 달아 제시한 영유아 교육·돌봄의 국가 책임강화는 유력한 정당 혹은 정치인이 선언한다고 현장에 도입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회 원 구성 이후 정책을 실행하기에 부족한 인력과 예산 등 자원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번 발표된 공약 가운데, 공통적인 가치와 목적의 정책이 추진될 때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는 일에 정당을 초월한 협치를 보여주십시오.
사교육걱정은 주요 정당의 총선 교육공약을 살펴보고 초저출생과 지역소멸 위기라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담겨있는지를 평가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을 제시했습니다. 본 평가가 유권자들의 알권리 충족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각 정당이 이번 평가를 통해 공약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2대 총선 이후, 비교한 정책들 가운데 타당한 것들은 정파를 초월하여 적극 수용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이 정파와 이념에 좌우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은 교육의 변화를 위한 모든 정당의 노력을 응원하는 한편 22대 국회가 실제 공약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분석 및 평가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알리는 일을 쉬지 않을 것입니다.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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