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공개서한] 문재인 후보님, 후보님의 ‘주말이 있는 삶’ 공약에 학생들은 왜 예외입니까?...(+편지 전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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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사교육’ 근절 공약 수용 촉구를 위해 문재인 후보께 드리는 공개 서한(2017. 5. 1.)


문재인 후보님의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 공약’ 대상에 우리 학생들도 포함시킬 수는 없겠습니까?



문재인 후보님,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으로 오늘 후보님께 공개서한을 띄웁니다. 지난 4월 28일(금) 우리는 최종 확정된 문 후보님의 대선 공약 자료집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학원 일요 휴무제 △학원 심야교습 금지 △학원 선행교습 금지’ 같은 소위 ‘나쁜 사교육’ 근절 공약이 후보님의 공약집에서 일체 보이질 않았습니다. 설마 하고 몇 번을 뒤져보았습니다만, 결국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이 ‘나쁜 사교육’ 근절 공약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입시 경쟁, 사교육 고통으로 노예처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살려주자는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후보님도 느끼시겠지만, 대한민국 아이들만큼 지구상에서 불행한 존재들이 어디에 있습니까? 학생들의 주당 학습시간은 OECD 1위로 과로사 판정 기준인 60시간을 훌쩍 뛰어넘고(일반고 2학년 70.1시간, 특목고 2학년 80.6시간), 학원에서 밤 12시에 귀가하는 생활은 뉴스거리도 아닙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월화수목금금금, 단 하루라도 입시 경쟁과 학원 사교육을 쉬지 못한 채 일요일마저 그 고단한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입니다. 그 혹독한 학습 중노동 시간 속에서 아이들의 머리를 채우는 것은 무엇입니까? 5지 선다 정답 찾기, 문제 풀이의 반복과 암기입니다. 남보다 한 등급 더 앞서야한다는 부담 속에서 백해무익한 선행교육을, 즉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중학교 3학년 수학 문제를 풀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수능 수학에 집중해야하니 중학교 때 수능 영어는 끝내야한다는, 참으로 해괴한 논리가 현실 속에서 힘을 얻으며 아이들에게 학원 선행 학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11개 연구논문을 통해 선행학습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들(조선일보 2017. 3. 31 기사)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아이들 눈귀 가리고, 학원의 논리 외에는 무슨 소리도 듣지 못하게 하는 입시경쟁의 괴물에 우리 모두가 포로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얻어진 것이 무엇입니까? 아이들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이미 주어진 길 외에 다른 길을 모험하는 용기를 상실하고, 이 지긋지긋한 시간을 벗어날 때만 기다릴 뿐입니다. 304명, 세월호 참사로 죽은 이들의 숫자입니다. 그 억울한 죽음을 잊지 못해 지금까지도 온 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지만, 매년 세월호 한척씩 입시 경쟁의 검푸른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삽니다.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 채용시장의 학벌 차별 관행이나, 직업 간 임금 격차 해소, 대학과 고교 서열구조와 입시 경쟁 구조를 혁신하고 교육의 체질을 근본에서 쇄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피를 철철 흘리는 아이들에게는 체질 개선의 약속 외에도 당장 지혈을 하는 긴급 처방이 필요합니다. 즉 아이들의 정신과 삶을 유린하는 나쁜 사교육 몇 가지만이라도 법률로 엄격히 금지하는 일을 당장 서둘러야합니다. 체질 개선까지 되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교육의 체질을 개선하는 근본적 노력에도 무관심했고, 나쁜 사교육 또한 학원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고치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19대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을 보고 우리는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입시 경쟁 교육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 후보들의 공약 속에서 감지된 것입니다. 특히 1인당 평균 사교육비용이 가장 높은 중학생들 사교육비(2016년 사교육 통계, 초등 24.1만원, 중학 27.5만원, 고등 26.2만원)를 잡기 위해 외고·자사고·국제고 등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은 크게 환영할 일입니다. 문 후보님의 공약도 그러했습니다. 문 후보께서는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약속하시면서, 그 방법으로 외고·자사고·국제고에 그동안 주어졌던 ‘학생 우선 선발권’ 대신 ‘일반고와 동일한 시기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 후보님. 유감스럽게도, ‘학생 우선 선발권’을 없앤다고 해서 외고 등이 일반고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며, 일반고와 동일한 형태로 ‘선지원 후추첨’과 같은 입시 제도로 개선되지 않은 채 선발시기만 일원화하는 것으로는 외고 등의 특수 지위는 여전히 지속되어 고입 경쟁 완화 효과는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초중등교육법을 고쳐 특목고 범주에서 외고를, 자율학교 범주에서 자사고를 빼든지(심상정 후보), 일반고와 선발시기를 일원화하고 선지원 후추첨으로 전환하든지 하거나(유승민 후보), 선발 시기 일원화보다 더 중요한 선지원 후추첨을 채택할 때(안철수 후보), 그나마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목표는 옳으나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잘못 선택했으니, 지금 선택한 방법은 심각하게 재고를 하셔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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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원 휴일 휴무제 같은 나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공약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간 우리 단체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힘을 합해서 나쁜 사교육을 근절하는 3대 사교육 관련 공약을 정리해서 대선 후보들에게 채택하도록 촉구했습니다. 언론도 호응해서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모든 매체가 이 문제를 특집기사로 사설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다행히 많은 대선 후보들께서 우리의 주장을 수용해서 본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학원 일요 휴무제를 도입하겠다’(유승민, 심상정),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하도록 하겠다’(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학원 선행교육 상품 판매를 근절하겠다’(안철수, 유승민, 심상정)라고 약속하였습니다. 문 후보님. 그렇다면 세가지 나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공약에 무관심한 후보가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홍준표 후보입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문재인 후보께서도 이와 관련해 홍준표 후보와 같은 입장에 서 계셨습니다. 그래도 후보님이 18대 대선에 나서실 때는, ‘쉼표가 있는 교육’의 구호 아래 ‘일몰 후 사교육 금지’라는 공약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빠져버린 상태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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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의 초등학교에 한해 학원 일요 휴무제 법제화는 초등학생들의 일요 학원 수강 실태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효가 없는 공약임. 그마저도 최종 공약집에는 빠졌음)

문 후보님의 공약집을 보니 공약 1호가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의 적폐청산’이었습니다. 적폐란 무엇입니까? 오랜 동안 쌓여왔던 악습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적폐만 적폐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작은 박근혜, 작은 최순실이 되어 내 이익과 연결되어 외면하고 눈감았던 것, 그래서 결국 약자들만 고통을 받았던 그런 적폐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교육계에서 적폐란, 입시 경쟁 교육과 그로 인한 나쁜 사교육 폐단일 것입니다. 그 적폐로 인해 고통받는 약자들은 누구입니까? 자기 권리도 요구하지 못하는 청소년들 아니 5~7세 핏덩이 유아들과 초등학생들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입시경쟁구조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여, 그 결과 저 힘없는 아이들이 극단적 사교육 노동에 질식당하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폐 청산을 제1호 공약으로 내세우시면서 교육계에서 가장 힘없는 약자들을 숨조차 쉬지 못하게 하는 나쁜 사교육 적폐에 침묵하시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사교육 문제에 미온적인 이유를 모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가장 강력한 압력집단인 학원업계가 갖는 표의 힘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란 무엇입니까? 힘없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대변해주고 그 눈물을 닦아주는 일입니다. 이해관계 세력과 부딪힐 때 약자 편에 서는 것이 옳은 정치일 것입니다. 물론 학원업계도 국민들이니 그분들의 표를 부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꿈꾸는 정치, 약자를 대변하는 일이 저 표를 의식해서는 성취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손해를 감수하기로 작정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의 본질입니다. 너와 나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것 침묵하고 저것 침묵하고, 이것 허용하고 저것 허용해서 결국 “이게 나라냐”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 아니겠습니까? 최순실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이 바로 그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적폐 청산의 깃발을 들고 문재인 후보께서 나서셨습니다. 그 깃발을 드셨으니, 학원 업계의 이해관계를 넘는 것은 숙명과 같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교육계에 대표적 적폐인 나쁜 사교육을 근절하려는 공약, ‘△학원 일요 휴무제 △학원 심야교습 금지 △학원 선행교습 금지’ 공약은 이번 문 후보님의 공약 속에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문 후보님의 이번 공약집을 보니 눈에 띄는 공약이 있더군요.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2021년까지 연간 1,800시간대 노동 시간을 실현하겠다는 것(공약집 91쪽)입니다. 휴일 연장 근무 포함해서 법정근로시간 주 52시간 상한제를 이행하겠다며,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근법」”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후보님,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노동이 존중되는 그 날’이 올 때에도, 우리 아이들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될 듯합니다. 칼퇴근법이 도입되어 어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려도, 아이들은 여전히 ‘학원 심야 교습과 월화수목금금금, 일요일 학원 수강’ 등 저녁과 휴일이 없는 삶 가운데 신음하게 될 테니까요.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은 먼저 아이들에게 허락하고, 그후 어른들에게 확대하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겠습니까? 학교와 학원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곁에 있는데 어른들만 후보님의 공약으로 혜택을 누린다면, 어른이 된 자들로 부끄러워 이를 어찌하겠습니까? 그러니 △학원 일요 휴무제, △학원 심야교습 금지, △학원 선행교육 금지를 공약으로 제시해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저녁과 휴일이 있는 삶을 즉시 보장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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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줄이겠습니다. 인쇄가 끝났기 때문에 공약자료집은 다시 손질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신, 국민들 앞에서 후보께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5월 2일 TV토론입니다. 그때 그 자리에서 국민들께 교육계의 오랜 적폐인 ‘외고 등 특권고의 일반고 전환’ 및 ‘나쁜 사교육 근절’에 대한 진전된 방안을 제시해 주십시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처럼 ‘사교육 전면폐지 국민투표’까지는 아닐지라도, “사교육 중에서 나쁜 사교육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학원업계도 죽어가는 우리 아이들 처지를 생각해서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시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소한의 것은 지키자”고 말씀해 주십시오. 다른 후보들은 문 후보께 ‘나쁜 사교육 근절’에 왜 그렇게 소극적이냐고 비판하고, 문 후보께서는 “사교육을 할 필요가 없도록 교육제도를 손질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말로 나쁜 사교육 대책을 피해가는 그런 슬픈 공방을 우리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한 손에는 ‘나쁜 사교육 근절’을 위한 공약들을 들고, 또 한 손에는 입시경쟁 구조의 근본적 쇄신을 위한 더 진전된 공약을 붙들고,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희망을 제시해 주십시오. 5월 5일은 어린이날 아닙니까? 너무도 아이들의 삶이 가련하고 부모 됨이 부끄러워 차라리 어린이날을 없애고 싶은 심정입니다. 문 후보님이 나서셔서 아이들을 자유케 하는 새 희망을 제시해 주십시오. 그것은 대선 전에 있을 어린이날에 우리 아이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2017. 5. 1.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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