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충청남도는 저출산 극복 대책의 일환으로 ‘충남형 풀케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충청남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업은 영유아에서 고등학생인 18세까지 전 학령을 대상으로 돌봄·교육의 지자체 책임을 확대하여 저출산 및 지역 인구 유출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중등교육 대상인 13~18세를 위한 ‘공립학원’ 도입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공립학원은 지자체가 서울에 있는 유명 학원의 강사와 수업을 관내에 유치하여 선발된 지역의 학생들에게 무료 수업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충청남도는 공립학원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그 목적으로 ‘사교육비 부담과 교육 개선’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해온 이 정책은 사교육 프로그램을 공공기관이 세금을 투입해 사들인 후 선별된 일부에게만 무상 제공하는 것일 뿐, 사교육 부담의 근본적인 해소와는 무관합니다. 이는 정책 도입의 취지와 달리 지역 공교육을 공동화하여, 인구유출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공립학원이 지역 교육을 개선할 정책으로 타당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충청남도의 공립학원 도입은 ①수도권 중심성을 강화하여 인재 유출을 심화하고 ②학생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며 ③사교육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모순적 정책임. 첫째, 공립학원은 수도권 중심성을 강화하여 인재 유출을 심화할 정책입니다. 지역의 ‘교육여건을 개선’할 방안이 결국 강남 학원에서 빌려온 강사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뿐이라면 오히려 지역 학생들에게 지역적 열등감을 심어줄 것입니다. 유명 학원 강사의 수업을 유치하는 근본 이유가 대학 서열의 상위에 위치한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함이 아닌지, 정책 입안자는 자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 상위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전체 고용 구조로 볼 때 수도권 소재 기업에 취업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결국 수도권으로의 지역 인재 유출을 돕는 꼴이 될 것입니다. 지자체가 지역의 교육 개선을 통해 책임교육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면 굳이 서울권의 ‘유명 학원’ 강사들에게 운영과 수업을 맡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음 두 번째 문제점도 공립학원이 모든 학생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교육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둘째, 지역 학생의 평등권 침해하는 공립학원은 ‘풀’케어가 아닙니다. 2003년 이래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되어온 공립학원 정책은 시험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에게 서울 강남 등 유명 학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발을 통해 소수의 성적 우수자들에게 지역에서 마련된 예산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것은 공공기관이 반드시 피해야 할 차별적 행정입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사업을 도입하고 예산을 집행해야 마땅함에도,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지역 내 교육격차를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치하는 것은 나쁜 행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앞선 옥천인재숙(기숙형 공립학원)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06년 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이 낸 진정서에 대한 응답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립학원 ‘옥천인재숙’을 운영하던 순창 군수에게 “자치단체가 성적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 학원을 운영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이고 비입시생 대다수의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공립학원의 운영이 관내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대다수 학생들의 열등감・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과 개선을 요구했습니다(2008.05.29). 학생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면 그것이 반헌법적일 뿐 아니라, 어떤 명분을 댄다 한들 교육정책으로는 정당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지역의 학생을 ‘풀케어’하는 정책이라면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할 정책을 내야 합니다.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된 대학을 향해 줄 세우는 그릇된 대입정책 아래, 교육에서 이탈하고 소외된 학생들을 보듬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일부 선택된 학생들은 공립학원 정책을 발판 삼아 지역을 빠져나갈 것이며, 배제된 학생들에게는 열등감과 소외감을 줘 지역에 남아 있을 동기를 잃게 만들 것입니다. 셋째,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세금을 투입하지만, 결국 사교육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순적 행정입니다. 김태흠 지사는 “부모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공립학원을 운영하겠다” 밝혔지만, 유명 학원에 운영권을 맡긴 공립학원은 ‘교육의 질을 높여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교육에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사업을 위한 지역민의 혈세를 들여 특정 사교육 업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뿐 아니라 지자체가 나서 인증하고, 홍보하는 격으로 사교육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합니다. 일부 수혜를 받는 학생의 가정이 부담하는 사교육비를 조금 경감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더 많은 사교육 의존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입니다. ■ 순창, 김제, 산청에서 기존에 시행된 공립학원은 지역 정주 개선에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수도권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확인된 낡은 정책임. 충청남도는 공립학원을 저출산 문제를 해소할 비책처럼 발표했지만 공립학원은 이미 많은 문제가 확인된 낡은 정책입니다. 2003년 전라북도 순창의 옥천인재숙은 한해 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김제시의 경우 연간 20억 원을 투자해 공립학원인 지평선학당을 운영했으나 이 공립학원들은 지역 인재를 유출에 기여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금년 1월에 A신문은 경남 산청의 공립학원인 ‘우정학사’의 대입진학 성과를 보도하며 24학년도 입시에서 지역의 고 3학생 25명 중 23명이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에 합격한 것과, 2년 전에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대학에 21명이나 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보도의 부제는 “인구 소멸 걱정 줄인 ‘우정학사’”였는데 공립학원의 성과를 ‘기적’이라 소개하면서도 수도권 대학에 진학으로 유출된 인원 외에 지역 사회에 기여한 바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지역의 공적 예산을 투입한 성과로 보기에는 공적이지도, 지역적이지도 않습니다. ■ 지자체들은 수도권 사교육 유치가 아닌,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함. 중앙 정부는 서열화된 대학 체제와 교육격차를 심화하는 경쟁중심 대입제도를 개편해야 함. 충청남도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적극적 행정을 펼친다는 점, 그리고 자체 재정을 통해 중앙 정부 정책의 빈 부분을 보완·보충한다는 의도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 정책 안에 심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요소가 있다면 신속한 재검토와 폐기 후 새로운 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입니다. 선별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재고하고 책임교육을 이룰 전향적 방안 모색을 요구합니다. 당장의 지역 사업 홍보와 정파적 유불리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진득하게 정공법을 택해야 합니다. 특히 충청남도교육청과 협력하여 지역 내에서도 특별히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과 학교를 파악하고, 재정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충청남도는 ‘충남형 풀케어 돌봄 정책’에 26년까지 4,637억을 투입하겠다 발표하였는데, 이 중 일부를 특정 사교육업체가 아닌 지역의 교육여건 전반의 개선에 투입한다면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풀케어’ 사업 내 다른 돌봄 계획들이 주민자치센터, 마을도서관 등 지역의 자원을 최대한 보완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청남도는 지역의 특성에 기반 한 종합적인 교육 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충남교육청과 협력하여 지역 교육 현황과 필요 사항을 정확히 파악한 후 중복투자 없이 적재적소에 예산을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을 통한 지방 소멸과 출생률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의 협력만으론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난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그 누구보다 교육부에 달려 있습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과 격차를 완화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최근 22대 총선을 치르며 전국 각지의 후보들이 남발한 지역 명문고 유치 공약도 지역 교육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기울어진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극약처방을 내리지 않도록, 서열화된 대학 체제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필수로 만드는 대입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수도권 중심의 대학 체제와 대입 경쟁을 완화할 근본적 교육개혁을 지체한다면 지방 소멸과 저출산 문제의 극복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각 지자체들 마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름의 방안을 찾는 이때, 중앙 정부는 그 권한과 책임에 걸맞은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안을 내어놓아야 할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조만간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사업에 착수할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여 교육부와 각 지자체 등에 난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교육 발전 계획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국가 소멸의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중지를 모으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2024. 4. 11.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백병환 정책팀장(02-797-4044, 내선 501) 정책대안연구소장 구본창(02-797-4044, 내선 507) |
■ 충청남도의 공립학원 정책에 대한 비판논평(2024. 4. 11.)
'공립학원' 운영한다는 충남의 저출산 대책, 수도권 인구유출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충청남도는 지난 3일 저출산 대책으로 서울 유명 학원이 위탁·운영하는 공립학원 도입을 비롯해, 영유아 돌봄 강화 및 임신 출산 가구 임대주택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충남형 풀케어(Full Care) 돌봄 정책'을 발표했음.
▲충청남도가 밝힌 공립학원 도입의 목적은 사교육 부담 경감과 지역의 교육 개선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것임. 이 공립학원은 지역 인재 유출을 막겠다는 명목하에 2003년 이후 일부 지자체들에서 도입·운영해 왔음.
▲앞서 운영된 공립학원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충청남도의 공립학원 도입은 ①서울 유명 학원을 유치하여 수도권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한 것으로, 결국 지역 인구의 이탈과 ②지역의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대다수 학생들에게 열등감・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며, ③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세금을 투입하지만, 결국 사교육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모순적 행정임.
▲과거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립학원이 선발된 인원에만 제한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것을 두고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여 대책 마련과 개선을 요구한 바 있음.
▲순창, 김제, 산청에서 기존에 시행된 공립학원은 지역 정주 개선에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수도권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확인된 낡은 정책임
▲지자체들은 수도권 사교육을 지역에 수입하는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열악한 지역 학교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함. 이를 위해 해당 시도교육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함.
▲특히 국가적 책임과 권한을 가진 중앙 정부는 수도권 대학으로 지역의 인재가 이탈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된 대학 체제를 개혁할 근본적 로드맵을 내놓아야 함. 또한 지역의 교육격차를 심화하는 현 경쟁 중심의 대입제도 개편에 조속히 나서야 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조만간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한 포럼을 발족하고 관련 사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임. 국가소멸의 위기 속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중지를 모으는 데 많은 관심을 바람.
지난 4월 3일 충청남도는 저출산 극복 대책의 일환으로 ‘충남형 풀케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충청남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업은 영유아에서 고등학생인 18세까지 전 학령을 대상으로 돌봄·교육의 지자체 책임을 확대하여 저출산 및 지역 인구 유출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중등교육 대상인 13~18세를 위한 ‘공립학원’ 도입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공립학원은 지자체가 서울에 있는 유명 학원의 강사와 수업을 관내에 유치하여 선발된 지역의 학생들에게 무료 수업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충청남도는 공립학원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그 목적으로 ‘사교육비 부담과 교육 개선’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해온 이 정책은 사교육 프로그램을 공공기관이 세금을 투입해 사들인 후 선별된 일부에게만 무상 제공하는 것일 뿐, 사교육 부담의 근본적인 해소와는 무관합니다. 이는 정책 도입의 취지와 달리 지역 공교육을 공동화하여, 인구유출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공립학원이 지역 교육을 개선할 정책으로 타당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충청남도의 공립학원 도입은 ①수도권 중심성을 강화하여 인재 유출을 심화하고 ②학생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며 ③사교육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모순적 정책임.
첫째, 공립학원은 수도권 중심성을 강화하여 인재 유출을 심화할 정책입니다. 지역의 ‘교육여건을 개선’할 방안이 결국 강남 학원에서 빌려온 강사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뿐이라면 오히려 지역 학생들에게 지역적 열등감을 심어줄 것입니다. 유명 학원 강사의 수업을 유치하는 근본 이유가 대학 서열의 상위에 위치한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함이 아닌지, 정책 입안자는 자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 상위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전체 고용 구조로 볼 때 수도권 소재 기업에 취업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결국 수도권으로의 지역 인재 유출을 돕는 꼴이 될 것입니다. 지자체가 지역의 교육 개선을 통해 책임교육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면 굳이 서울권의 ‘유명 학원’ 강사들에게 운영과 수업을 맡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음 두 번째 문제점도 공립학원이 모든 학생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교육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둘째, 지역 학생의 평등권 침해하는 공립학원은 ‘풀’케어가 아닙니다. 2003년 이래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되어온 공립학원 정책은 시험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에게 서울 강남 등 유명 학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발을 통해 소수의 성적 우수자들에게 지역에서 마련된 예산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것은 공공기관이 반드시 피해야 할 차별적 행정입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사업을 도입하고 예산을 집행해야 마땅함에도,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지역 내 교육격차를 어쩔 수 없다는 듯 방치하는 것은 나쁜 행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앞선 옥천인재숙(기숙형 공립학원)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06년 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이 낸 진정서에 대한 응답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립학원 ‘옥천인재숙’을 운영하던 순창 군수에게 “자치단체가 성적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 학원을 운영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이고 비입시생 대다수의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공립학원의 운영이 관내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대다수 학생들의 열등감・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과 개선을 요구했습니다(2008.05.29). 학생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면 그것이 반헌법적일 뿐 아니라, 어떤 명분을 댄다 한들 교육정책으로는 정당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지역의 학생을 ‘풀케어’하는 정책이라면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할 정책을 내야 합니다.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된 대학을 향해 줄 세우는 그릇된 대입정책 아래, 교육에서 이탈하고 소외된 학생들을 보듬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일부 선택된 학생들은 공립학원 정책을 발판 삼아 지역을 빠져나갈 것이며, 배제된 학생들에게는 열등감과 소외감을 줘 지역에 남아 있을 동기를 잃게 만들 것입니다.
셋째,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세금을 투입하지만, 결국 사교육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순적 행정입니다. 김태흠 지사는 “부모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공립학원을 운영하겠다” 밝혔지만, 유명 학원에 운영권을 맡긴 공립학원은 ‘교육의 질을 높여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교육에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사업을 위한 지역민의 혈세를 들여 특정 사교육 업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뿐 아니라 지자체가 나서 인증하고, 홍보하는 격으로 사교육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합니다. 일부 수혜를 받는 학생의 가정이 부담하는 사교육비를 조금 경감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더 많은 사교육 의존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입니다.
■ 순창, 김제, 산청에서 기존에 시행된 공립학원은 지역 정주 개선에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수도권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확인된 낡은 정책임.
충청남도는 공립학원을 저출산 문제를 해소할 비책처럼 발표했지만 공립학원은 이미 많은 문제가 확인된 낡은 정책입니다. 2003년 전라북도 순창의 옥천인재숙은 한해 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김제시의 경우 연간 20억 원을 투자해 공립학원인 지평선학당을 운영했으나 이 공립학원들은 지역 인재를 유출에 기여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금년 1월에 A신문은 경남 산청의 공립학원인 ‘우정학사’의 대입진학 성과를 보도하며 24학년도 입시에서 지역의 고 3학생 25명 중 23명이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에 합격한 것과, 2년 전에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대학에 21명이나 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보도의 부제는 “인구 소멸 걱정 줄인 ‘우정학사’”였는데 공립학원의 성과를 ‘기적’이라 소개하면서도 수도권 대학에 진학으로 유출된 인원 외에 지역 사회에 기여한 바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지역의 공적 예산을 투입한 성과로 보기에는 공적이지도, 지역적이지도 않습니다.
■ 지자체들은 수도권 사교육 유치가 아닌,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함. 중앙 정부는 서열화된 대학 체제와 교육격차를 심화하는 경쟁중심 대입제도를 개편해야 함.
충청남도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적극적 행정을 펼친다는 점, 그리고 자체 재정을 통해 중앙 정부 정책의 빈 부분을 보완·보충한다는 의도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그 정책 안에 심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요소가 있다면 신속한 재검토와 폐기 후 새로운 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입니다. 선별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재고하고 책임교육을 이룰 전향적 방안 모색을 요구합니다. 당장의 지역 사업 홍보와 정파적 유불리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진득하게 정공법을 택해야 합니다.
특히 충청남도교육청과 협력하여 지역 내에서도 특별히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과 학교를 파악하고, 재정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충청남도는 ‘충남형 풀케어 돌봄 정책’에 26년까지 4,637억을 투입하겠다 발표하였는데, 이 중 일부를 특정 사교육업체가 아닌 지역의 교육여건 전반의 개선에 투입한다면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풀케어’ 사업 내 다른 돌봄 계획들이 주민자치센터, 마을도서관 등 지역의 자원을 최대한 보완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청남도는 지역의 특성에 기반 한 종합적인 교육 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충남교육청과 협력하여 지역 교육 현황과 필요 사항을 정확히 파악한 후 중복투자 없이 적재적소에 예산을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을 통한 지방 소멸과 출생률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의 협력만으론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난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그 누구보다 교육부에 달려 있습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과 격차를 완화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최근 22대 총선을 치르며 전국 각지의 후보들이 남발한 지역 명문고 유치 공약도 지역 교육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기울어진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극약처방을 내리지 않도록, 서열화된 대학 체제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필수로 만드는 대입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수도권 중심의 대학 체제와 대입 경쟁을 완화할 근본적 교육개혁을 지체한다면 지방 소멸과 저출산 문제의 극복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각 지자체들 마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름의 방안을 찾는 이때, 중앙 정부는 그 권한과 책임에 걸맞은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안을 내어놓아야 할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조만간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사업에 착수할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여 교육부와 각 지자체 등에 난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교육 발전 계획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국가 소멸의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중지를 모으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2024. 4. 11.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백병환 정책팀장(02-797-4044, 내선 501)
정책대안연구소장 구본창(02-797-4044, 내선 507)
noworry@noworry.kr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62길 23 유진빌딩 4층 02-797-4044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