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월 24일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이하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교육개혁으로 사회난제인 ‘저출생 위기 대응’, ‘교육의 과도한 경쟁 완화’, ‘지역 성장동력 창출’, ‘사교육부담 대폭 경감’을 이룰 것을 정책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교육개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사회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 설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 해법으로 내세운 정책인 중점과제에 대해서는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추진계획을 총평하자면, 교육개혁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종합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회적 난제의 핵심 키워드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책임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 계획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저출생 문제의 주요 원인은 과도한 경쟁교육과 사교육비 고통으로 인한 경제적‧정서적 충격 입니다. 2023년 발표된 연구들은 출생율 하락에 사교육비 부담이 중대한 원인임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지식인협회의 조사(2023.12.19.)에 따르면 출산율 하락의 약 26%는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하며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 1만원 증가 시 출산율 0.012명이 감소합니다. 또한 국토연구원의 연구(2023.12.18.)는 높은 주거비용에 이어 두 번째로 사교육비가 자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밝혔습니다.
유초중고 교육에서 취업까지의 과정을 역산해보면 높은 대학서열과 학과 서열을 차지해야 취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비정상적인 능력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서열을 차지하기 위한 대입 경쟁과 고교 서열화로 인한 고입 경쟁, 두 차례의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학교 안팎의 시험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도한 스트레스와 사교육비 부담을 안겨주는 현실입니다. 여기에 더 뼈아픈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사교육비를 부담하면서도 성공의 길은 바늘귀와 같으며, 성공한다 하더라도 취업 이후에 경제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도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2,30대가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과 연애까지 포기하도록 만들어 초저출산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즉 교육부가 해결 과제로 선정한 저출생, 경쟁교육 완화, 지역 성장,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이 문제의 유발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과 해법이 필요합니다. 교육 내적으로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화’, ‘초중학생부터 입시에 뛰어들게 하는 고교서열화’, 입시를 통과하기 위해 치러지는 ‘대입 상대평가’ 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중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교육 외적으로는 대학서열이 생애 임금격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능력주의 신화를 깨트리고 정의로운 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 외적인 해법은 차치하고라도 교육 내적인 해법이 이번 추진계획에 보이지 않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중점과제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국가 책임교육을 강화해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로 제시한 ‘유보통합’과 ‘늘봄학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것이 단순히 부모가 노동 현장에 머무르는 시간과 아이를 공적 기관에서 돌봐주는 시간을 일치시키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을 국가가 정한 일정 수준의 학업 성취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세밀한 정책과 그들이 타고난 소질과 적성이 공교육을 통해 창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을 구축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이 함께 가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추진계획에는 후자와 관련된 세부 정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교육의 과도한 경쟁 완화’를 위해 선정된 중점과제의 경우는 목표와 정책은 괴리감이 상당히 큽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중점과제로 ‘교권 강화’, ‘학교폭력 예방’, ‘학생의 마음건강 지원’, ‘AI등 에듀테크 활용 강화’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경쟁교육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학서열화’, ‘고교서열화’, ‘대입 상대평가’인데 학교의 수업과 평가는 물론이고 사교육을 통한 군비경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방치한 채 교실 수업의 변화를 이끌고 경쟁을 완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 해 교육부가 확정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과 연결해서 볼 때 과도한 경쟁교육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교내신과 수능을 모두 상대평가로 확정해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실시되는 위의 정책들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세 번째로 ‘대학개혁으로 지방시대를 견인’하겠다면 내세운 정책들도 목표 달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정면승부를 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RISE‧글로컬 대학’ 사업으로는 지역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문제를 막을 수 없습니다.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거점지역에 육성하고 해당 대학들에 입학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완화할 뿐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을 혁신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양성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정부가 제시할 때 지방시대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RISE‧글로컬 대학’ 사업처럼, 서울대 수준으로 혁신되기에 턱없이 부족한 재정 지원과 이미 격차가 벌어진 대학들 간 경쟁을 통해 우위를 차지하는 곳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은 결코 현재 상황을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위의 사업에 5년간 1조 8천억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대학서열을 극복하고 고등교육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연간 3∼4조 이상의 과감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간 사회적으로 발표된 대학교육 혁신 방안에서의 중론입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재정인 5년간 1조 2천 400억을 투자했던 참여정부의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사업’의 결과가 더욱 심화된 대학서열화라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안 과제로 제시된 ‘교육발전 특구’ 정책과 ‘사교육경감 대책’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고교학점제를 추진해 모든 고등학교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정부가 전국에 ‘교육발전 특구’ 정책을 추진해 자율형 공립고나 협약형 특성화고 체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이중적이고 모순된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학교가 질 좋은 교육을 하도록 만드는 정책을 선언한 교육부가 자율형 공립고, 글로벌 외고, 협약형 특성화고 등 소수의 학교에 재량권을 더 부여해 질 좋은 교육을 한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교육 경감 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교육을 경감시키기 위한 해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을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교육 대체재를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교육부가 추진계획을 통해 제시한 ‘EBS 교재 등을 활용한 AI 기반 문제은행 프로그램’, ‘대입 공공 컨설팅 확대’,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 등의 정책은 모두 사교육 대체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거두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이번에 교육부가 내놓은 ‘사교육 제로 지역을 지정’하고 ‘중간ㆍ기말고사 기출문제를 공개’하겠다는 방안은 참으로 엉뚱한 것입니다. 그 동안 학생들이 내신 사교육을 받았던 것이 내신 기출이 공개되지 않아서, 혹은 기출문항 입수하기 어려워서였다는 말입니까? 이 대책은 도리어 내신 기출 유사문항 반복 훈련의 양산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러한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으로 내신을 상대평가 하는 구조적 문제 개선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고교서열화, 영재학교‧과학고 등 고교 입학시험, 수능과 고교내신 상대평가 등의 구조적인 사교육 유발요인을 방치한 채 사교육 대체제만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사교육 경감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과도한 경쟁 체제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남을 이기기 위해 정부의 대체재보다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정부의 대체재를 활용하지만 추가적으로 사교육을 이용하는 현실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울러 사교육 제로 모델로 함께 제시된 어린이영어, 유치원 방과 후 프로그램 다양화 등도 사교육 대체재를 공급하는 방식의 처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일부 영유아 대상 교육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겠으나, 영어나 논술 등 고비용ㆍ부담을 유발하는 영유아 사교육에는 효과가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유아교육기관의 영어 유치원화,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고려해 수립한 놀이중심 누리과정의 변질 등의 부작용만을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부가 교육개혁을 통해 사회적인 난제인 저출산, 지역 소멸, 사교육 경감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문제의 원인인 경쟁교육 및 사교육 고통을 유발하는 교육 내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사교육 ‘제로 모델, 사교육 없는 지역ㆍ학교’ 등의 수사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효성 없었던 정책들을 연상시켜 미래 우리 교육과 사회의 모습을 더 비관적으로 전망하게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유불리를 따지면서 늘어놓는 정치적 수사가 아닌 사교육비를 경감할 근본적이고도 현실적인 처방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그 시작은 △수직 서열화가 극심한 대학과 고교의 서열화를 해소, △학교교육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를 보장하는 책임교육 방안의 마련, △개별 진로ㆍ적성에 따른 교육과정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 국가 책임교육의 강화, 및 △대입 평가방식의 절대평가 전환을 통한 경쟁교육의 완화 등과 같이 교육개혁을 위한 종합적 청사진을 설계하고 중장기적 구현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쟁교육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고교내신과 수능 모두를 상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을 수정하거나 보완해야 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가까운 시일 내에 교육부가 제시한 정책별 실효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개선 및 보완 과제를 제안 할 것입니다. 교육부가 교육개혁을 통해 사회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위의 정책 과제를 수행하려고 나설 때 협력과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월 24일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이하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교육개혁으로 사회난제인 ‘저출생 위기 대응’, ‘교육의 과도한 경쟁 완화’, ‘지역 성장동력 창출’, ‘사교육부담 대폭 경감’을 이룰 것을 정책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교육개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사회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 설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 해법으로 내세운 정책인 중점과제에 대해서는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추진계획을 총평하자면, 교육개혁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종합적인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회적 난제의 핵심 키워드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책임교육’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 계획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저출생 문제의 주요 원인은 과도한 경쟁교육과 사교육비 고통으로 인한 경제적‧정서적 충격 입니다. 2023년 발표된 연구들은 출생율 하락에 사교육비 부담이 중대한 원인임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지식인협회의 조사(2023.12.19.)에 따르면 출산율 하락의 약 26%는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하며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 1만원 증가 시 출산율 0.012명이 감소합니다. 또한 국토연구원의 연구(2023.12.18.)는 높은 주거비용에 이어 두 번째로 사교육비가 자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밝혔습니다.
유초중고 교육에서 취업까지의 과정을 역산해보면 높은 대학서열과 학과 서열을 차지해야 취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비정상적인 능력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서열을 차지하기 위한 대입 경쟁과 고교 서열화로 인한 고입 경쟁, 두 차례의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학교 안팎의 시험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도한 스트레스와 사교육비 부담을 안겨주는 현실입니다. 여기에 더 뼈아픈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사교육비를 부담하면서도 성공의 길은 바늘귀와 같으며, 성공한다 하더라도 취업 이후에 경제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도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2,30대가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과 연애까지 포기하도록 만들어 초저출산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즉 교육부가 해결 과제로 선정한 저출생, 경쟁교육 완화, 지역 성장,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이 문제의 유발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과 해법이 필요합니다. 교육 내적으로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화’, ‘초중학생부터 입시에 뛰어들게 하는 고교서열화’, 입시를 통과하기 위해 치러지는 ‘대입 상대평가’ 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중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교육 외적으로는 대학서열이 생애 임금격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능력주의 신화를 깨트리고 정의로운 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 외적인 해법은 차치하고라도 교육 내적인 해법이 이번 추진계획에 보이지 않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중점과제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국가 책임교육을 강화해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로 제시한 ‘유보통합’과 ‘늘봄학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것이 단순히 부모가 노동 현장에 머무르는 시간과 아이를 공적 기관에서 돌봐주는 시간을 일치시키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을 국가가 정한 일정 수준의 학업 성취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세밀한 정책과 그들이 타고난 소질과 적성이 공교육을 통해 창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을 구축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이 함께 가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추진계획에는 후자와 관련된 세부 정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교육의 과도한 경쟁 완화’를 위해 선정된 중점과제의 경우는 목표와 정책은 괴리감이 상당히 큽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중점과제로 ‘교권 강화’, ‘학교폭력 예방’, ‘학생의 마음건강 지원’, ‘AI등 에듀테크 활용 강화’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경쟁교육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학서열화’, ‘고교서열화’, ‘대입 상대평가’인데 학교의 수업과 평가는 물론이고 사교육을 통한 군비경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방치한 채 교실 수업의 변화를 이끌고 경쟁을 완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 해 교육부가 확정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과 연결해서 볼 때 과도한 경쟁교육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교내신과 수능을 모두 상대평가로 확정해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실시되는 위의 정책들은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세 번째로 ‘대학개혁으로 지방시대를 견인’하겠다면 내세운 정책들도 목표 달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정면승부를 해야 합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RISE‧글로컬 대학’ 사업으로는 지역의 인재가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문제를 막을 수 없습니다.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거점지역에 육성하고 해당 대학들에 입학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완화할 뿐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을 혁신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양성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정부가 제시할 때 지방시대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RISE‧글로컬 대학’ 사업처럼, 서울대 수준으로 혁신되기에 턱없이 부족한 재정 지원과 이미 격차가 벌어진 대학들 간 경쟁을 통해 우위를 차지하는 곳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은 결코 현재 상황을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위의 사업에 5년간 1조 8천억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대학서열을 극복하고 고등교육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연간 3∼4조 이상의 과감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간 사회적으로 발표된 대학교육 혁신 방안에서의 중론입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재정인 5년간 1조 2천 400억을 투자했던 참여정부의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사업’의 결과가 더욱 심화된 대학서열화라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안 과제로 제시된 ‘교육발전 특구’ 정책과 ‘사교육경감 대책’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고교학점제를 추진해 모든 고등학교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정부가 전국에 ‘교육발전 특구’ 정책을 추진해 자율형 공립고나 협약형 특성화고 체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이중적이고 모순된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학교가 질 좋은 교육을 하도록 만드는 정책을 선언한 교육부가 자율형 공립고, 글로벌 외고, 협약형 특성화고 등 소수의 학교에 재량권을 더 부여해 질 좋은 교육을 한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교육 경감 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교육을 경감시키기 위한 해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을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교육 대체재를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교육부가 추진계획을 통해 제시한 ‘EBS 교재 등을 활용한 AI 기반 문제은행 프로그램’, ‘대입 공공 컨설팅 확대’,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 등의 정책은 모두 사교육 대체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거두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이번에 교육부가 내놓은 ‘사교육 제로 지역을 지정’하고 ‘중간ㆍ기말고사 기출문제를 공개’하겠다는 방안은 참으로 엉뚱한 것입니다. 그 동안 학생들이 내신 사교육을 받았던 것이 내신 기출이 공개되지 않아서, 혹은 기출문항 입수하기 어려워서였다는 말입니까? 이 대책은 도리어 내신 기출 유사문항 반복 훈련의 양산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러한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으로 내신을 상대평가 하는 구조적 문제 개선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고교서열화, 영재학교‧과학고 등 고교 입학시험, 수능과 고교내신 상대평가 등의 구조적인 사교육 유발요인을 방치한 채 사교육 대체제만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사교육 경감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과도한 경쟁 체제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남을 이기기 위해 정부의 대체재보다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정부의 대체재를 활용하지만 추가적으로 사교육을 이용하는 현실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울러 사교육 제로 모델로 함께 제시된 어린이영어, 유치원 방과 후 프로그램 다양화 등도 사교육 대체재를 공급하는 방식의 처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일부 영유아 대상 교육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겠으나, 영어나 논술 등 고비용ㆍ부담을 유발하는 영유아 사교육에는 효과가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유아교육기관의 영어 유치원화,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고려해 수립한 놀이중심 누리과정의 변질 등의 부작용만을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부가 교육개혁을 통해 사회적인 난제인 저출산, 지역 소멸, 사교육 경감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문제의 원인인 경쟁교육 및 사교육 고통을 유발하는 교육 내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사교육 ‘제로 모델, 사교육 없는 지역ㆍ학교’ 등의 수사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효성 없었던 정책들을 연상시켜 미래 우리 교육과 사회의 모습을 더 비관적으로 전망하게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유불리를 따지면서 늘어놓는 정치적 수사가 아닌 사교육비를 경감할 근본적이고도 현실적인 처방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그 시작은 △수직 서열화가 극심한 대학과 고교의 서열화를 해소, △학교교육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를 보장하는 책임교육 방안의 마련, △개별 진로ㆍ적성에 따른 교육과정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 국가 책임교육의 강화, 및 △대입 평가방식의 절대평가 전환을 통한 경쟁교육의 완화 등과 같이 교육개혁을 위한 종합적 청사진을 설계하고 중장기적 구현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쟁교육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고교내신과 수능 모두를 상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을 수정하거나 보완해야 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가까운 시일 내에 교육부가 제시한 정책별 실효성을 면밀히 평가하고 개선 및 보완 과제를 제안 할 것입니다. 교육부가 교육개혁을 통해 사회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위의 정책 과제를 수행하려고 나설 때 협력과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02-797-4044/내선번호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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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070-7602-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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