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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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별고사 관련 선행학습 영향평가 확대 실시에 대한 환영논평(2023.9.7.)
대학별 면접도 선행출제 금하는 교육부 조치 환영, 수능 킬러문항도 금해야….
지난 9월 4일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인 한 어린이가 연사로 섰습니다. 하늘의 별이 되신 선생님을 추모하고, 더하여 자신의 학교 교실에 대해 나눈 이야기는 현장의 수많은 어른들을 탄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저희 반에서 교과 학원을 다니지 않는 어린이는 저 밖에 없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만 하고,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서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합니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은 ‘이거 다 배웠는데, 아 재미없어.’를 입버릇처럼 말하고, 수업 중에 다른 행동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선생님이라면 굉장히 힘들고 씁쓸했을 것 같습니다.”
선행교육으로 붕괴된 교실을 직시하는 일은, 학생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어렵고 힘듭니다. 이제는 영·유아교육에서조차 만연한 대한민국 선행교육의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도 불편한 진실입니다. 다만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러한 선행교육으로부터 학교교육과정 파행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과 합의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대한 특별법’, 바로 공교육정상화법의 존재입니다.
공교육정상화법 제10조는 대학이 면접 및 논·구술 고사 등 대학별 교사에서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난 문항을 출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를 위반했을 경우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 변경 명령을 거쳐 학생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관리 감독 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분명한 암(暗)도 존재합니다. 교육부는 그동안 관리감독 조항을 주로 논‧구술 고사에만 적용해왔고 그 마저도 실효성 있게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법은 제대로 수립하는 것 못지않게 올바르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교육부의 공교육정상화법 이행 과정은 허술한 면모로 가득했습니다. 대학이 출제 문항을 일부만 공개하거나 공개하지 않는 등 부실한 자료 제출을 했을 적에도, 이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교육부가 추가 자료조차 요구하지 않거나, 2015학년도 구술고사에서 수학 영역에서 1개교, 과학 영역에서 3개교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다는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의 결과 발표가 있었음에도 2016학년도에 구술고사를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며 모니터링조차 하지 않는 등의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어린이의 탄식이 있던 4일, 공교롭게도 교육부는 2024학년도 대입부터 그동안 간과되어왔던 학생부 종합 전형 면접도 이제 선행 유발 여부를 살피겠다고 실시방안을 밝혔습니다. 이로서 다행히 공교육 정상화법 제10조 1항이 강조한 모든 유형의 대학별고사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위반 여부를 점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나온 교육부의 발언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9년과 달리 이제는 확실히 법을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고, 고교학점제로 인해 보다 비중 있게 실시 될 학생부 종합 전형 면접에서도 대학으로 하여금 교육과정 준수를 더욱 공고히 하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의 방침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합니다. 현재로서 대한민국 평가에서 가장 핵심적 위상을 차지하는 평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수능도 마찬가지로 공교육정상화법의 취지에 따라 이행할 수 있는 계획과 방안을 내놓아야만 합니다. 수능이 갖는 파급력이 절대적임에도, 공교육정상화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대학별고사보다도 못한 검토를 받고 있는 현 상황을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께서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면서까지 직접 킬러문항에 대해 지적한 까닭도 결국 수능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한시 빨리 수능에 대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마련하여 킬러문항을 극복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엄중히 촉구합니다.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정책위원 장승진(02-797-4044/내선번호 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