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혁신센터] [논평보도]사교육에 점철된 영재교육으로는 진정한 영재 길러낼 수 없어...(+상세내용)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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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재학교 개선에 관한 논평보도(2023.08.30.)

영재를 영재답게 키워내는 교육을 향해

서울과학고 백강현 군의 사건을 접하며 -


10세 영재 백강현 군이 서울과학고에 자퇴 신청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영재학교의 여러 상황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는 심히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모 등 여러 사람의 SNS 등을 통해 영재학교 내에서도 여전히 변별을 위한 경쟁이 존재하며, 그 과정에서 나이 어린 천재 학생이 가진 핸디캡을 동료들이 적극적인 협력과 따뜻한 배려로 감싸주기보다는 지속적인 따돌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영재학교의 대입 문제입니다. 영재다운 교육을 받기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영재학교를 지원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시도하는 여러 가지 행태를 보면 교육보다는 대입에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재학교가 상위 서열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통로로 전락한 문제와 더불어 사교육을 유발하는 현행 영재학교의 입학전형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타고난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국가가 영재교육을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사교육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습니다. 이를 방관해온 교육 당국의 무능은 수능의 킬러문항 출제보다 더 심각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과정인 영재학교 입학시험(주로 지필고사)을 치르기 위한 준비가 중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일찍부터 시작되는데 그것이 초등학교 고학년도 아닌 저학년부터입니다. 더 심각하게는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하는 부류도 있다는 소식은 정말 사교육의 깊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교육 인프라가 충분한 수도권 출신이 전국 영재학교 입학정원의 66.5%([그림1]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국회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진행한 전국 영재학교 입학정원의 수도권 출신 비율 평균, 2023학년도 기준 66.5% - 2022.10.18. 보도자료 인용)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이런 모순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영재학교 입학 지원을 출신 지역으로 제한하고 지필고사 위주의 입시를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영재학교에 무사히 입학했다고 하더라도 초압축적으로 운영되는 영재학교의 속진 교육과정은 입학 전 선행학습 유발은 기본이고 재학생들의 주말 사교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재학교 재학생들이 주말에 사교육을 받아서 학교 시험을 대비하고 있다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대학 2~3학년의 전공 과정을 선행하는 속진을 지양하고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심화된 과정을 운영하여 학습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영재들을 책상 위에만 묶어두어서는 정상적인 성장을 꾀하기 어렵습니다. 영재를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학교와 분리된, 영재학교라는 별도의 학교가 고등학교 급에 세워지면서 영재들은 동급의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호주 등 해외 대부분의 영재교육 실태를 보면 영재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듣다가 일부 시간에 별도의 장소에 가서 영재교육을 받는 ‘풀아웃(Pull-Out) 프로그램’이 보편적입니다. 수학이나 과학에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 수학이나 과학 수업에 한해 영재 지도교사의 수업을 들으며, 대부분의 시간은 동급생들과 보내면서 우정을 쌓을 수 있습니다.

 

대학입시에 종속된 교육과정과 입시제도 하에서는 백강현군과 같은 영재들이 가진 천부적 재능이 학교교육에서 발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교육 당국은 영재학교의 비정상적인 운영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통해서 입학 전형과 교육과정 운영, 대학 입시에 따른 문제점을 차근차근 따져서 영재교육이 파행으로 가는 일을 막기 바랍니다.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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