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선생님께서 유명을 달리한 지 두 달이 되어 갑니다. 슬픔을 추스르기도 어렵던 그 사이, 또 다른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를 먹먹하게 합니다. 감출 수 없는 애통함 속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생 부모 교사의 연대와 회복을 통한 공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합니다. 지난 9월 4일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에서 한 어린이 연사가 붕괴된 교실의 단면을 고백했습니다. “여러분, 저희 반에서 교과 학원을 다니지 않는 어린이는 저 밖에 없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만 하고,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서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합니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은 ‘이거 다 배웠는데, 아 재미없어.’를 입버릇처럼 말하고, 수업 중에 다른 행동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선생님이라면 굉장히 힘들고 씁쓸했을 것 같습니다.” 입시경쟁에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어느 노랫말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학생뿐만이 아닙니다. 교단을 나온 한 교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전교 1등 학생은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았어요. 대입 준비를 잘 시켜주는 선생님이 유능한 선생이라는 전제 하에 저는 학원 1타 강사의 수업을 들어가며 교안을 준비하고 수능에 나오는 문제가 무엇일까 찍는 연습을 했습니다. 어느 날 전교 1등 학생이 ‘어라’ 하면서 제 수업을 듣더라고요. 그것이 선생님으로서의 유능감을 확인하는 길이었죠. 그러한 일상이 매년 반복되며 ‘내가 뭐하는 거지? 이럴려고 교육자의 길을 걷기로 했던 것인가?’ 좌절감이 들더라고요. 애초에 제가 교사가 되고자 사범대에서 배우고 익혔던 것은 기만이었습니다.” 대체 무엇이 우리 학생들의 학생됨을, 교사들의 교사됨을 훼손해왔을까요? 우리의 정체성을 해체시킨 것은 경쟁교육을 강요하는 입시 시스템입니다. 냉전시대 군비 경쟁과 같은 입시경쟁 하에서 학교는 진정한 배움과 성장은 사라지고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표만이 남았습니다. 명문대 진학은 매우 소수의 학생들에게 허락된 자리임에도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다수의 교육주체들은 그 목표 아래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지 오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만 승리하는 전쟁에서 연대와 공감, 사랑과 우정은 거세되고 있습니다. 부모와 학생들은 유례없는 입시 경쟁의 압력 앞에서 진정한 배움과 성장은 포기한 채 경쟁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사랑도 존중도 기쁨도 사라진 학교, 우리가 지금껏 애써 외면하며 묻어버린 아픔이자 다음 세대가 겪고 있는 “해체된 교육공동체”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지금, 상흔을 딛고 학교가 교육 공동체로 회복해나가려면 공감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 현장에 만연했던 경쟁과 변별을 이제 그만 내려놓기를 청합니다. 알피콘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정서는 메마르며, 쇼팽의 연주곡을 위한 감수성은 경연에 별 필요가 없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죽음으로 존재의 아픔을 알리고자 했던 교사와 학생들이 외치던 그 고통의 소리를 우리는 외면해선 안됩니다. 줄 세우기 입시로 점철된 지금의 교실을 넘어 공감과 연대, 노래와 영혼이 살아나는 학교,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이 살아나는 교실을 꿈꿉니다. 학생과 교사, 부모가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새로운 교육 공동체가 세워질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갑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 세상 모든 교육 주체들의 뼈아픈 죽음들을 애도하며 고귀한 생명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수 있도록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
■ 교육 공동체 회복을 촉구하는 성명(2023.9.14.)
진정한 공교육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합시다.
서이초 선생님께서 유명을 달리한 지 두 달이 되어 갑니다. 슬픔을 추스르기도 어렵던 그 사이, 또 다른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를 먹먹하게 합니다. 감출 수 없는 애통함 속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생 부모 교사의 연대와 회복을 통한 공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합니다.
지난 9월 4일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에서 한 어린이 연사가 붕괴된 교실의 단면을 고백했습니다.
“여러분, 저희 반에서 교과 학원을 다니지 않는 어린이는 저 밖에 없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만 하고,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서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합니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은 ‘이거 다 배웠는데, 아 재미없어.’를 입버릇처럼 말하고, 수업 중에 다른 행동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선생님이라면 굉장히 힘들고 씁쓸했을 것 같습니다.”
입시경쟁에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어느 노랫말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학생뿐만이 아닙니다. 교단을 나온 한 교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전교 1등 학생은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았어요. 대입 준비를 잘 시켜주는 선생님이 유능한 선생이라는 전제 하에 저는 학원 1타 강사의 수업을 들어가며 교안을 준비하고 수능에 나오는 문제가 무엇일까 찍는 연습을 했습니다. 어느 날 전교 1등 학생이 ‘어라’ 하면서 제 수업을 듣더라고요. 그것이 선생님으로서의 유능감을 확인하는 길이었죠. 그러한 일상이 매년 반복되며 ‘내가 뭐하는 거지? 이럴려고 교육자의 길을 걷기로 했던 것인가?’ 좌절감이 들더라고요. 애초에 제가 교사가 되고자 사범대에서 배우고 익혔던 것은 기만이었습니다.”
대체 무엇이 우리 학생들의 학생됨을, 교사들의 교사됨을 훼손해왔을까요? 우리의 정체성을 해체시킨 것은 경쟁교육을 강요하는 입시 시스템입니다. 냉전시대 군비 경쟁과 같은 입시경쟁 하에서 학교는 진정한 배움과 성장은 사라지고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표만이 남았습니다. 명문대 진학은 매우 소수의 학생들에게 허락된 자리임에도 학생 교사 학부모 등 다수의 교육주체들은 그 목표 아래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지 오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만 승리하는 전쟁에서 연대와 공감, 사랑과 우정은 거세되고 있습니다. 부모와 학생들은 유례없는 입시 경쟁의 압력 앞에서 진정한 배움과 성장은 포기한 채 경쟁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사랑도 존중도 기쁨도 사라진 학교, 우리가 지금껏 애써 외면하며 묻어버린 아픔이자 다음 세대가 겪고 있는 “해체된 교육공동체”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지금, 상흔을 딛고 학교가 교육 공동체로 회복해나가려면 공감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 현장에 만연했던 경쟁과 변별을 이제 그만 내려놓기를 청합니다. 알피콘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정서는 메마르며, 쇼팽의 연주곡을 위한 감수성은 경연에 별 필요가 없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죽음으로 존재의 아픔을 알리고자 했던 교사와 학생들이 외치던 그 고통의 소리를 우리는 외면해선 안됩니다. 줄 세우기 입시로 점철된 지금의 교실을 넘어 공감과 연대, 노래와 영혼이 살아나는 학교,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이 살아나는 교실을 꿈꿉니다. 학생과 교사, 부모가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새로운 교육 공동체가 세워질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갑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 세상 모든 교육 주체들의 뼈아픈 죽음들을 애도하며 고귀한 생명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수 있도록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정책팀장 신소영(02-797-4044/내선번호 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