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혁신센터][팩트 체크 ②]기하와 과학Ⅱ를 수능에 포함해야만 고교에서 가르칠까요?...(+사실확인)

2020-05-18


 
■ [팩트체크 ②]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과목에 포함해야만 고교에서 가르치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 보도자료(2018.8.9.)


수학?과학계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2 수능 개편안에 기하와 과학Ⅱ가 제외된 것에 대해 연일 반발, 집단 행동 및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기고 내용에서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잘못된 사실이 그대로 전파되는 것을 바로 잡고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사실을 확인하는 연속 보도를 낼 계획입니다.

[팩트 체크 ①]“기하와 과학Ⅱ를 가르치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이 하락한다.”
[팩트 체크 ②]“수능 과목이 아니면 고교에서 기하와 과학Ⅱ를 가르치지 않는다.”
[팩트 체크 ③]“수능 시험 범위가 축소돼도 난이도는 내려가지 않는다.”
[팩트 체크 ④]“진로선택 과목이 수능 시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기하와 과학Ⅱ가 수능에서 빠지면 고교에서 더 많은 선택이 이루어진다”

- 과학Ⅱ는 수능 선택자보다 고교 교과목 이수자가 10배 이상임


▲수학·과학계의 학생들이 수능 포함 과목만 공부한다는 주장은 최근의 고교 현장을 전혀 모르는 주장임. 수시모집이 절반을 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내신상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진로선택 과목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음.
▲수학․과학계 내부에서도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조장하는 ‘결과 중심’의 현행 평가 방식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적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음. ‘과정 중심 평가’는 수능보다는 학교 수업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달성 가능함.
▲기하가 수학에서 중요할수록 수능에서 제외시켜야 함. 수능으로는 기하 과목이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수학적으로 추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 창의·융합적 사고와 정보 처리 능력을 키우는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임.
▲기하나 과학Ⅱ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더 많은 학생이 선택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이들 과목에 대한 내신 절대평가가 꼭 동반되어야 함.
수학 및 과학기술계 단체 13곳이 기하와 과학Ⅱ가 제외된 2022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개편안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아예 수능 출제범위에 기하와 과학Ⅱ 과목을 포함할 것을 제안하는 서명운동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수능에서 기하와 과학Ⅱ가 빠지면 고교에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을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고교 현실을 전혀 모르는 주장입니다.

■ 학생들이 수능 포함 과목만 공들인다는 주장은 최근의 고교 현장을 전혀 모르는 주장임. 수시모집이 절반을 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내신상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진로선택 과목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음.

기하와 과학Ⅱ가 수능 과목에서 제외되면 고등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다’입니다.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습니다. 진로 선택 과목인 기하는 공통 수학을 학습한 후, 기하적 관점에서 심화된 수학 지식을 이해하고 기능을 습득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물리Ⅱ는 물리Ⅰ에서 학습한 개념을 기초로 심화된 물리 개념과 다양한 탐구 방법을 적용하여 물리 현상과 관련된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2015 개정 교육과정). 선택에 대한 판단은 고등학교와 학생이 하며, 대학이 입시에서 이공계의 필요한 학과 지원 자격에 기하나 과학Ⅱ 이수(履修)를 강제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이나 수학․과학계가 기하와 과학Ⅱ를 중시한다면 이미 수시모집이 70% 이상인 현재의 대입 상황에서 고등학교가 결코 기하와 과학Ⅱ 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학은 학생부 전형 등 수시모집에서 이미 각 고등학교에 대한 교육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으니 기하와 과학Ⅱ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절대 소홀히 다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관계자나 수학 교사들 역시 교육적인 양심을 가지고 기하와 과학Ⅱ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각 학생은 진로 선택을 3개 과목 이상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기하나 과학Ⅱ가 정말 중요하다면 학교에서 선택할 가능성은 물론 학생 개인이 선택할 가능성 또한 높을 것입니다.

실제로 올해부터 고교에 순차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선 학생의 진로선택권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고전 읽기 △기하 △수학과제 탐구 △경제수학 △영미 문학 읽기 △여행지리 △융학과학 △과학사 등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 심화 교육이 가능하도록 편성된 ‘진로선택과목’이 있으며, 학생들은 이 진로선택과목 중에서 반드시 세 과목 이상을 이수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학교가 이들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여건이 어려운 지역이나 학교를 위해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이 마련되거나 온라인 강의 시스템이 생기는 등 고교 교육과정 편성 여건은 갈수록 유연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수능 출제범위로 못 박은 과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런 운영에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수능 과목구조 및 출제범위와 관련한 정책연구를 맡은 서울교대 변순용 교수는 “기하, 과학Ⅱ 등의 진로선택과목은 수능 출제범위에서 빠진 것일 뿐 교육과정 내에서는 그대로 살아 있어 자유롭게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이들 과목이 수능 출제범위에 포함된다면 학생들은 수능을 위해 해당 과목을 우선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만큼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뉴시스, 2018년 8월 2일자).

학생들은 수능 포함 과목만 공들인다는 주장은 고교 현장에선 ‘옛 말’입니다. 수학․과학계가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 출제범위로 포함할 때만이 이공계열 기초소양 과목의 학습 결손을 막고고교의 교육과정 정상화 노력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일선 고교 교사들 대부분은 이제는 “꼭 수능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즉, 수학․과학계의 주장의 기저에는 “수능 출제범위에 포함되어야만 학교가 가르치고 학생들도 공부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지만 실제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선 고교는 “학생부 위주의 수시전형 비중 증가로 고교 교육과정의 충실한 이수도 수능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에 무작정 해당 과목을 수능 출제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에듀동아, 2018년 8월 2일자).

숭덕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진로진학 지도를 맡고 있는 장광재 교사는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 수능에서 물리Ⅰ, 물리Ⅱ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몇 없지만, 내신 상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물리Ⅱ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우리 학교만 해도 꽤 있다.”면서 “이제는 꼭 수능이 아니더라도 수시 전형 등을 통해 학생 본인의 자발적인 학습 의지와 노력을 충분히 의미 있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표 1>에서 보는 바대로 실제로 주변의 몇 학교만 조사해 봐도 수능에서는 물리Ⅱ를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지만 학교에서 물리Ⅱ를 이수한 학생 수는 그 10배 이상입니다. 수능에서 강제하지 않아도 과학Ⅱ를 스스로 선택하여 이수하는 학생은 많이 있습니다.

 

입시 체제 등의 변화로 최근 고교생들은 특정 과목에 대한 학습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진정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과목이 굳이 수능 과목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선택해 학습합니다. 즉, 수능에선 과학Ⅱ 과목을 선택하지 않을지라도 학생부위주전형으로 이공계열에 진학하기 위해 학교 수업에선 과학Ⅱ 과목을 선택해 듣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기하나 과학Ⅱ 과목이 수능 출제 범위에서 배제되더라도 이공계열 기초소양 과목의 학습 결손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고교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실제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명지대학교 노승종 교수는 “수시 전형에서 대학들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 어느 과목을, 어떻게 이수했는지 살펴본다.”면서 “만약 기하 등의 과목 이수가 필수적인 공과대학이라면, 고교 교육과정에서 해당 과목의 이수 여부를 살펴보고 이수 여부나 성적에 따라 전형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해당 과목 역량을 확인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학․과학계 내부에서도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조장하는 ‘결과 중심’의 현행 평가 방식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적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음. ‘과정 중심 평가’는 수능보다는 학교 수업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달성 가능함.

현재 우리나라의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듯합니다. 국내의 수학·과학계도 현재의 평가 방식의 변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018년 5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영역에서 기하 배제’ 사태를 우려하는 원탁토론회에서 나온 결론을 토대로 발행한 <한림원의 목소리 72호>에 제안된 사항 중에도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적용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고자 하는 ‘과정 중심 평가’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과정 중심 평가’는 그동안의 ‘결과 중심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가야할 미래의 평가 방식입니다. 오지선다형으로 대표되는 결과 중심 평가의 정점에 서있는 것이 수능 시험이므로 한림원도 수능 시험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지극히 타당한 지적입니다.

2015년 8월 미래부와 수리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산업수학 문제헌터 발대식 기조연설에서 박형주 교수는 수학 공교육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반복적인 문제풀이와 숙제 지양’을 주장했습니다. 수학 교육에서 반복적인 문제풀이는 지양해야 할 큰 과제입니다. 수학 교육에서 강조해야 하는 지향점은 수학 개념의 연결성을 충실하게 가르쳐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박형주 교수도 이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하가 수능 과목에 포함되면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이 성행할 것은 뻔한 일이며, 이로 인한 공교육의 폐해 또한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기하가 수능에 포함되면 오히려 좋은 교육을 할 수 없습니다. 수학에서 기하가 정말 중요하다면 기하는 오히려 수능 과목에 제외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기하가 수능 과목이 되면 그야말로 문제 풀이 위주의 수업이 난무할 것입니다. 지식 위주의 오지선다형 평가로는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의미 있게 견인할 수 없습니다.


■ 수능으로는 기하 과목이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수학적으로 추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 창의·융합적 사고와 정보 처리 능력을 키우는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

기하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이것은 수학계가 만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 과목의 학습 목표를 보면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수학계는 기하 교육의 목표를 위와 같이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수능 시험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사회 및 자연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 분석, 조직, 표현하는 경험을 오지선다형인 수능으로 평가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을뿐더러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한 표현일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추론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 창의·융합적 사고 등을 어떻게 수능으로 평가할 것인가요? 특히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갖고 수학의 역할과 가치를 이해하며 수학 학습자로서 바람직한 태도와 실천 능력을 기르는 일은 수능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서만 구현할 수 있는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15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공간도형의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으로 제시한 “우리 주변의 자연이나 건축물, 예술작품 등에 나타난 공간도형의 성질을 이해하고, 수학의 심미적 가치를 인식하게 한다.”는 것도 수업을 통해서 달성가능한 일이지 오지선다형 수능 문제로 평가할 수 없는 일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고 있는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통해서 매 시간 학생들의 성취를 피드백하고 정의적 영역의 성취도를 높여야만 해결가능한 일입니다.


■ 기하나 과학Ⅱ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더 많은 학생이 선택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이들 과목에 대한 내신 절대평가가 꼭 동반되어야 함.

과학Ⅱ가 수능 과목에 포함된 현재의 수능에서도 앞의 <표 1>에서 본 바와 같이 수능에서 선택하는 학생 수보다 학교에서 수업으로 이수하는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이 수는 과학Ⅱ가 수능 과목에서 제외되더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추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육부는 이미 2022학년도부터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정책을 밝혔으며, 올해만 해도 전국 100여개 고등학교에서 시범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고교학점제는 점차 늘어날 것이며, 4년 후인 2022학년도에 전면 시행되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기하나 과학Ⅱ의 교육은 되살아날 것입니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은 적어도 50% 이상일 것이기 때문에 내신에서 수업 내용 못지 않게 수업 방법이 중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내신이 상대평가를 유지하게 되면 기하나 과학Ⅱ 과목은 소수의 학생이 선택함으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하나 과학Ⅱ와 같은 과목이 제대로 가르쳐지고 학생들에게 선택으로 인한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면 내신이 절대평가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수시모집은 내신 성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더불어 내신의 절대평가가 가능하다면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정 가득한 멋진 수업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2018. 8. 9.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최수일(02-797-4044/내선번호 508)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후원신청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ㅣ사업자번호 356-82-00194ㅣ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ㅣ이사장 송인수 ㅣ (04382)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62길 23 유진빌딩 4층

ㅣ문의 02-797-4044 noworry@noworry.kr개인정보처리방침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김용명 | 팩스 : 02-797-4484

Copyright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All Right Reserved.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업자번호 356-82-00194 ㅣ 대표 정지현, 홍민정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김용명 

| 팩스 : 027974484

|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