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특별 공개서한] 문 대통령님, 민심을 얻으려다 도리어 민심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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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정시 확대’ 등 현 교육 정책 관련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 서한(2019. 10. 29)



“대통령님, 민심을 얻으려다 
도리어 민심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최근 나라 안팎의 정세로 고민이 깊으실 줄 압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이 엉켜있고, 검찰 개혁과 경제 이슈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문제 앞에 홀로 서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외로운 일일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 조국 전 장관 사태로 그토록 피하시고 싶었던 교육 문제까지 다루어야 하니,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실 것이라 짐작합니다.

10월 23일 대통령께서는 입시 공정성을 위해 “정시가 능사가 아닌 것은 알지만 단순한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국민의 요구대로 입시 전형을 단순화해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능사가 아닌 것은 알지만” 이라는 대목에서 고소득 계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학교 교육 정상화에 방해되는 수능 정시 확대의 부작용을 모르시는 것은 아님을 짐작했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신 배경에는 통치자로서 정시 확대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살펴야하고, 또 정당들이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정시 강화 공약을 만들어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 하니, 이 흐름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한 계기였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이점도 염두에 두셔야할 것입니다. 만일 이렇게 수능 정시 확대 비중이 늘어나면 수능 대비 사교육비 증가는 명확하니, 내년 6월 총선을 앞두고 통계청이 발표할 사교육비는 대통령님과 집권 여당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지난 11여년 동안 사교육비는 중학교 단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고입 시험을 대입을 위한 전초전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2016년부터 고교 사교육비가 크게 치솟기 시작하더니 대통령께서 집권하신 2017년을 거쳐 2018년에는 역사상 사교육비가 최대로 솟구치고 특히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중학교 사교육비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이전 정부가 2015년에 기존의 낡은 수능과 공존이 어려운 ‘미래형 고교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도 그 교육과정에 호응이 되는 ‘미래형 수능 체제’를 도입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시장이 간파하기 시작하면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후 문재인 정부 들 어서서도 2017년에 수능 체제 변화를 유보하더니 2018년 대입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국 수능 정시 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2018년 고교 사교육비가 중학교 사교육비를 꺾은 것은 그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제 30%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정시를 확대하게 되었으니, 국민들은 그 신호를 읽고 수능 대비 사교육비 지출 전쟁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입니다. 세상 일을 쉽게 장담할 것은 아니겠으나, 내년 2월 통계청은 사상 최대의 사교육비 증가, 사상 최대 고교 사교육비 증가를 발표할 것입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대입 공정성을 위해 수능 정시 확대가 더 좋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교육비 증가 부담까지 각오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사교육비가 늘어나면, 공정성을 위해 정시를 확대하라고 아우성치던 학부모들이 이제 다시 사교육비 때문에 힘들다고 불평할 것입니다. 이게 선거판을 흔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가서는 길이 없습니다. 정시 확대로 늘어난 사교육비이니, 사교육비를 잡으려면 다시 정시 확대를 줄여야하니까요. 오도가도 못할 것입니다. 민심을 얻으려다가 민심을 잃는 아이러니라 할까요.

그러니까 저희들이 말씀드리는 바는 간단합니다. 입시 불공정에 대해 성난 민심에 호응하기 위해서는 ‘대입 공정성(학종 개선과 정시 확대 등)’을 넘는 다른 길을 가셔야한다는 말입니다. 입시 공정성 영역에 머물면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민심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민심의 깊은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 문제를 풀어갈 보다 탁월한 길을 찾으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야 공정성과 사교육비가 충돌되지 않고, 공정성과 미래교육이 호응하며, 공정성과 학교교육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입시 공정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입시 경쟁에서 자식이 살아남는 것은 부모들의 지상 과제입니다. ‘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영재고→SKY대학→특권 직업’ 같은 특권 대물림 교육 열차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멈출 힘이 내겐 없고, 그러니 그 열차에 타는 기회만이라도 공정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수능이 결과적으로 돈 있는 계층에 유리할지는 모르겠으나, 학종 ‘비교과’ 같이 ‘있는 집’ 아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부당한 제도보다는 차라리 수능이 낫겠다는 기대입니다. 그러나 수능에 모든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그 위에 올라타는 순간, 누군가는 대박을 터트렸다는데 내 자식에겐 그 역시 희망고문에 불과한 로또였음을 알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또다시 절망할 것입니다.

“나중에는 그럴지언정 그래도 지금은 차라리 수능 정시 확대가 좋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말을 그대로 따라서야 되겠습니까? 원한다고 해서 줄 수만은 없는 일도 있는 법입니다. 중증 환자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의사에게 “차라리 죽여 달라” 라고 울부짖는다고 해서, 그 말대로 목숨을 끊어버리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는 국민들의 아우성을 경청하되, 그 아우성 밑바닥에 깔린 절망의 본질을 짚어내야 합니다. 즉 “특권 대물림 열차는 멈추지 못하겠고 그 열차에 들어가는 기회나 공정했으면 좋겠다”고 절규할 때, 특권 교육 열차 자체를 멈춰 주셔야 합니다. 그래서 기회의 공정성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자사고 외고 등 일부 특권 고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선택은 잘하신 결정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특권 열차 6개 칸 중에서 꼬리 칸을 끊어낸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것 없어도 특권 열차는 앞으로도 건재할 것입니다. 특권 열차의 핵심은, 과고 영재고 등을 포함한 특권 고교를 넘어 입시 경쟁의 근원인 ‘SKY서성한중경외시’ 등으로 일컫는 수직적 대학서열체제에 있으므로, 결국 이 문제를 다루어야합니다. 물론 이 일은 대통령과 정치의 힘으로 당장 해결 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다만 국민들을 국민 공론화 광장으로 불러내어 그들의 소리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제도 혁신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일은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또한 고작 9%에 불과한 공공기관에만 적용해 정책 체감 효과가 미미한 블라인드 채용 정책 즉, 출신학교 차별 금지 정책을 일정 수 종업원을 둔 민간 기업으로 전면 확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이전에 지금 특권 대물림이나 교육 불평등 지표를 개발해서 각 학교 급별, 그리고 채용 시장과 특권 직업 진입 단계에서 불평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부터 조사하고 대책을 발표하는 ‘특권 대물림 지표 조사 법제화’는 이 사업의 기본입니다. 실태를 알아야 개선의 방향도 잡히니까요.

대통령님, 아시다시피 한해 입시 경쟁을 견디다 못해 죽는 아이들이 200-300명입니다. 그 처지가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의 형편이라면 그런가 보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만 예외적인 비극 가운데 수십년 간 방치되어 왔습니다. 누군가는 이 비극의 고리를 끊어야합니다. 입시 경쟁은 방치하고, 그 경쟁 속에 들어가는 기회만 공정하게 해서 아이들을 더 경쟁으로 내모는 방식이 아니라, 대입 공정성을 넘어 입시 경쟁 자체를 멈추게 해서 아이들에게 생명과 자유를 돌려주는 새 길을 내야할 것입니다. 문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세월호 아이들이 죽었을 때 광화문 광장에서 10일 동안 단식하시며 아파하신 분이었습니다. 생명에 관심이 깊으신 분임을 우리는 압니다. 교육을 ‘공정’의 틀이 아니라 ‘생명’의 관점으로 접근하며,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정치적 자산을 쏟아 붓는 분으로 우리가 대통령님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대통령께서 외면하시면,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은 또 누군가를 기다려야할 것입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그가 우리 곁으로 오겠습니까? 문 대통령님을 미래에 올 ‘그 누군가’로 아이들과 부모들이 기대해서는 안 되겠습니까?



2019. 10. 29.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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